먼저 주먹 날린 친구에게 '박치기'로 맞대응했다면, 쌍방폭행일까
먼저 주먹 날린 친구에게 '박치기'로 맞대응했다면, 쌍방폭행일까
전문가들 "과실 비율 따져봐야"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중학생 자녀를 둔 A씨는 최근 학교로부터 황당한 통보를 받았다. 아이가 동급생 B군과 싸워 '쌍방 폭행'에 해당하며, 상대 학생의 치료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사건의 시작은 교실 내 작은 마찰이었다. 교실 청소 관련 지시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 사이에 시비가 붙었고, 말싸움은 이내 몸싸움으로 번졌다.
A씨에 따르면 B군이 먼저 주먹으로 A씨 자녀를 두 차례 때렸다.
A씨 자녀가 손목을 잡으며 제지했으나 B군은 계속해서 물리적 공격을 시도했다.
결국 A씨 자녀는 이를 막어서는 과정에서 이마로 B군을 박치기했다. 이 충격으로 B군은 치아가 흔들리는 부상을 입었고, A씨 자녀 역시 얼굴에 피멍이 들었다.
A씨는 먼저 맞고 방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임에도 쌍방 가해자로 몰리고 치료비까지 전액 부담하게 된 상황이 억울하기만 하다.
"선제 폭행에 방어하려다 박치기"…쌍방 처벌이 당연할까?
A씨는 "상대방이 먼저 주먹을 휘둘렀고, 이를 피하려다 발생한 일인데도 일방적으로 치료비를 요구받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법률 전문가들은 학교 측의 이 같은 판단이 법적으로 성급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서 양측의 행위를 모두 심의한다고 해서, 두 사람의 책임까지 똑같은 '쌍방'으로 결론 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조재황 변호사(법무법인 쉴드)는 "학폭위는 단순히 누가 먼저 때렸는지 하나만으로 가해·피해를 나누지 않고 사건의 전체적인 발생 경위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며 "상대방이 먼저 신체적·언어적 자극을 가했는지, 선제 폭행이 있었는지 등의 정황이 깊이 고려되어야 하므로 단순 쌍방으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신선우 변호사(법률사무소 예준) 역시 "학폭위 특성상 정당방위를 엄격하게 인정하지 않아 절차상 쌍방 가해로 다뤄질 수는 있다"면서도 "상대방의 선제 폭행이나 사건 유발 정황은 우리 아이의 조치 수위를 낮추고 상대의 조치 수위를 높이는 중요한 참작 사유가 된다"고 짚었다.
핵심은 '정당방위' 인정 여부…언어적 마찰은 별도 평가
전문가들은 A씨 자녀의 행위가 B군의 지속적인 공격을 막기 위한 '정당방위' 또는 방어 목적의 행위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라고 봤다.
최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새율)는 "상대방이 먼저 주먹으로 가격했고, 자녀는 이를 제지하다가 계속된 공격을 막는 과정에서 박치기를 한 것이므로 정당방위 내지 과잉방어 여부가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오지영 변호사(법무법인 명륜) 또한 "진행 중인 신체적 공격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어적 성격이 강하다"고 보았다.
다만 몸싸움 전 서로 주고받은 비방이나 모욕적 발언에 대해서는 주의가 필요하다.
유수빈 변호사(법무법인 유수)는 "신체적 폭행과 별개로 수위 높은 언어폭력 역시 학교폭력 요소로 인정될 수 있다"며 "감정적 언쟁에서의 잘못은 일부 인정하더라도, 신체적 공격의 시발점과 책임을 명확히 구분하여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치료비 전액 부담? "과실 비율 따라 달라져"
학교 측의 '상대 치료비 전액 부담' 요구에 대해서도 법률 전문가들은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각자의 과실 비율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이다.
한대섭 변호사(모두로 법률사무소)는 "쌍방에 손해가 발생한 경우 양측 부모 모두 상대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발생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손해배상액을 정할 때는 사건 유발 원인을 제공한 비율을 따지는 과실상계가 적용된다.
상대 학생의 싸움 유발 및 선제 폭행 과실이 크다면 배상 책임은 크게 감경된다"고 설명했다.
신상의 변호사(편율 법률사무소) 역시 "학교 측의 설명만 믿고 상대방의 치료비를 일방적으로 전액 물어줄 필요는 없다"며 "우리 아이가 입은 피멍 등 피해와 향후 치료 비용까지 객관적으로 입증하여 상계 처리하는 방향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당시 상황을 증언해 줄 목격 학생의 진술, 주변 정황 증거, 자녀의 상해 진단서 등 객관적인 자료를 최대한 확보해 학폭위 심의 및 민사적 대응에 적극 임할 것을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