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에 걸친 학대를 과연 '누적된 장기간 실수'로 볼 수 있나⋯변호사도 이의를 제기했다
8개월에 걸친 학대를 과연 '누적된 장기간 실수'로 볼 수 있나⋯변호사도 이의를 제기했다
[변호사의 이의 있음] 장기간 학대 끝에 세상 떠난 정인이
'살인' 혐의 적용하지 않고, 아동학대치사 혐의 적용한 경찰과 검찰
이동찬 변호사 "수사기관 판단에 모순⋯장기간 이뤄진 학대가 어떻게 '실수'냐"

6일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에 안장된 정인 양의 묘지에 추모객들이 놓고 간 편지와 선물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편집=조소혜 디자이너
8개월간의 학대 끝에 응급실에서 세상을 떠난 정인이. 이 사건은 아직 '살인 사건'이 아니다. 이대로면 앞으로도 영영 살인 사건이 아니다. 경찰과 검찰 모두 가해 양부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대의 주범으로 지목된 양어머니에게조차 '아동학대치사' 혐의가 적용됐다. 살인과 달리 "죽일 마음은 없었다"는 점이 전제로 깔려있는 혐의다. '치사(致死⋅죽음에 이르게 했다)라는 말 그대로, 고의가 아니라 과실(실수)로 정인이를 사망하게 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결국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선택한 수사기관의 판단은, "아이를 들고 흔들다 실수로 떨어뜨렸다"는 양어머니의 해명과 같은 맥락이다.

이런 수사기관의 판단에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한 변호사가 있다. 더프렌즈 법률사무소의 이동찬 변호사다.
그는 "수사기관의 판단에 모순이 있다"며 "과실의 개념 자체가 '실수'라는 건데 장기간 학대를 가했다는 점에서 '장기간의 실수'라는 건 개념적 모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아기를 죽이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 인정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죽을 수도 있다'는 점을 예상하면서도 학대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미다.
사망 당시 정인이의 상태가 췌장 절단, 복부 손상, 골절 등 심각했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폭력으로 정인이가 서서히 죽도록 유도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바로 최근에도 아동학대 범죄에서 살인죄가 인정된 사례가 있다.
의붓아들을 가방에 7시간 동안 넣어 숨지게 한 '천안 계모' 사건이다. 당시 경찰은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했지만, 검찰은 "살릴 기회가 있었지만 살리지 않았다"며 살인죄로 기소했다. 지난해 9월 1심 법원도 살인 혐의를 인정했다.
당시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1부(재판장 채대원 부장판사)는 "피해자를 가방에 가두고 올라가 뛰고 뜨거운 바람을 불어넣는 등 일련의 행위는 사망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피고인이 인식할 수 있었다"며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를 인정한 결과였다.
지난 2015년 대법원도 '장기간 이뤄진 가혹행위'에 대해 살인 혐의를 인정했다. 군부대 내 지속적인 폭행 끝에 피해자를 숨지게 한 '윤 일병 사건'에 대해서였다. 당시 대법원은 가해자 4명 중 주범인 1명에 대해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다.
피해자의 사망 당시 주범은 피해자가 쓰러진 뒤에도 폭행을 이어갔지만, 나머지 3명은 폭행을 중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