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전계약서에서 '이혼 시기'를 정했는데 마음이 변했습니다, 꼭 지켜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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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전계약서에서 '이혼 시기'를 정했는데 마음이 변했습니다, 꼭 지켜야 할까요?"

2021. 03. 16 18:29 작성2025. 08. 08 16:48 수정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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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전 계약서, 우리나라에서도 '효력'은 있다

"언제 이혼한다" "절대 이혼하지 않는다"는 약정은 무효, 왜?

결혼 전 작성한 계약서에 담긴 내용, 꼭 그대로 지켜야만 하는 걸까? 변호사와 알아봤다. /셔터스톡

"이 결혼은 20XX년 OO월부터 20XX년 △△월까지 유지하기로 한다."


이 '어색한' 문구는 A씨와 그의 아내가 작성한 혼전(婚前)계약서에 담긴 내용이다. 결혼을 앞두고 먼저 혼전 계약서를 요구한 쪽은 아내였다. 그때만 해도 A씨는 아내의 말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생각하며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아직 서로에게 확신이 없으니 하는 말이려니 생각했고, 정이 들고나면 자연스레 '없던 일'이 될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문제의 계약서에 적힌 '결혼 종료일'이 가까워졌을 때, 아내는 덤덤하게 A씨에게 말했다.


"이제 혼전계약서에 쓴 대로 이혼하자."


당황한 A씨가 아내를 붙들고 설득해봤지만, 그녀는 이미 맘을 굳힌 듯 보였다. 아내와 이혼을 원치 않는 A씨. 자신이 직접 사인한 이 계약을 꼭 지켜야 하는건지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했다.


낯설지만 무효는 아닌 혼전계약서

개인 간의 법률관계는 각 개인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우리나라에선 낯선 개념이긴 해도, 혼전계약서 자체가 현행법상 무효는 아니다.


우리 민법에서도 ①부부가 결혼 전에 재산 관리 주체에 대해 약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②등기 여부에 따라 그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제829조).


최소한 재산 문제에 관해 약정하는 것은 혼전 계약서상 효력이 있는 셈이다.


"절대 이혼 안 한다" "무조건 이혼한다" 사회정서 반하는 약정은 무효

하지만 A씨와 그의 아내가 맺은 혼전 계약서에는 이야기가 다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했다. 신분 행위를 제약하는 약속이기 때문이다. 신분 행위란, 신분관계의 변동을 일으키는 법률 행위로 대표적인 행위가 혼인이나 약혼, 이혼 등이다.


대법원이 "어떠한 일이 있어도 이혼하지 아니하겠다는 각서를 써 주었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의사표시는 신분행위의 의사결정을 구속하는 것으로서 공서양속에 위배해 무효"라고 본 판결도 있다. (대법원 69므18 판결)


그런데 위 혼인계약서처럼 "일정 시기에 이혼한다"는 약정은 원치 않는 신분 변동(혼인→이혼)을 강제하는 셈이고, 대법원 판례에 따라 무효가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옳은 법률사무소의 문지원 변호사도 "우리 민법 제103조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A씨와 그의 아내가 맺은 '이혼 약정' 계약은 내용상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법률사무소 중현의 지세훈 변호사 역사 "두 사람의 혼전 계약서 내용은 사회상규에 반하는 계약으로 보인다"며 "계약 효력이 인정되기 어려워 A씨 아내가 계약 내용대로 이행하라고 청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리해보면, A씨는 혼전 계약을 이유로 아내의 이혼 요구에 응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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