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나가는 아내 다리 붙잡았다 폭행죄... '앉아있던 자세'로 무죄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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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나가는 아내 다리 붙잡았다 폭행죄... '앉아있던 자세'로 무죄 뒤집혔다

2025. 11. 27 10:46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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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유형력 행사 인정" 벌금형

2심 "사회상규상 정당행위" 무죄 반전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대화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아내를 멈춰 세우기 위해 다리를 붙잡았다면 이를 폭행으로 볼 수 있을까. 신체 접촉이 발생했고 상대방이 거부 의사를 밝혔다면 원칙적으로는 폭행죄가 성립될 수 있다.


하지만 법원의 최종 판단은 달랐다. 1심은 남편의 행동을 유죄로 보고 벌금형을 선고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엇갈린 판결의 결정적 차이는 부부의 오랜 관계와 당시 남편이 취하고 있던 '자세'에 있었다.


20년 인연의 위기... 대화 거부하고 일어선 아내, 다리 붙잡은 남편

사건은 2023년 4월, 전북 군산시의 한 가정집에서 발생했다. 남편 A씨와 아내 C씨는 2012년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부부였다. 혼인신고 전 동거 기간 10년을 포함하면 두 사람은 약 20년 이상을 함께해 온 사이였다.


그러나 오랜 부부 관계는 순탄치 않았다. 아내 C씨는 사건 발생 한 달 전인 3월 초 가출을 했다가 사건 당일인 4월 7일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 A씨는 돌아온 아내와 대화를 시도했다. 그는 "다시 잘 살아보자"며 관계 회복을 제안하고 아내를 설득하려 했다.


하지만 아내의 반응은 냉담했다. C씨는 남편의 제안을 거절하고 다시 집을 나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급해진 A씨는 떠나려는 아내를 막기 위해 양팔로 C씨의 다리를 감싸 안으며 꽉 잡았다. A씨는 바닥에 앉아 있는 상태였고, C씨는 일어서서 나가려는 상황이었다.


이 행동으로 인해 A씨는 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A씨가 아내의 의사에 반해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했다고 보고 기소했다. 1심 재판부 역시 이를 받아들여 A씨에게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A씨가 피해자의 다리를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한 행위 자체를 불법적인 유형력 행사로 판단한 것이다.


유형력 행사는 맞지만... 법원이 주목한 '앉아있던 자세'

A씨 측은 즉각 항소했다. A씨는 "피해자의 다리를 잡은 사실은 있지만, 다시 잘 살아보기 위해 설득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라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인 전주지방법원 제3-2형사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우선 A씨의 행위가 폭행죄의 구성요건인 '유형력 행사'에는 해당한다고 봤다. 의사에 반해 다리를 감싸 안아 움직이지 못하게 한 것은 신체적 고통을 주는 행위가 맞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형법 제20조 '정당행위' 법리를 적용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했다. 판결을 뒤집은 핵심 근거는 당시의 구체적인 정황이었다. 재판부는 "당시 피고인이 앉아 있었고 피해자는 일어서 나가는 상황이었으므로, 피고인이 피해자의 다리 부분을 잡은 것은 자연스러운 행위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앉아 있는 사람이 서서 나가는 사람을 급하게 잡으려 할 때, 다리를 잡게 되는 것은 물리적으로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는 해석이다.


20년 세월과 설득의 목적... "고통 줄 의도 없었다"

재판부는 행위의 수단뿐만 아니라 동기와 목적의 정당성도 인정했다. 두 사람이 20년 이상 사실혼 및 법률혼 관계를 유지해 온 사이라는 점이 중요하게 참작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다시 잘 살아보자며 설득하기 위해 다리를 감싸 안듯 잡은 것"이라며 "피해자를 붙잡기 위해 한 행동일 뿐, 고통을 가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이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상해의 결과가 발생하지도 않았다.


법원은 사회상규의 개념을 인용하며 "법 규정의 문언상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더라도, 정상적인 생활 형태의 하나로서 사회생활 질서의 범위 안에 있다면 처벌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결국 A씨의 행동은 이혼이나 별거 위기에서 배우자를 설득하려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통상적인 수준의 행위로,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되는 '폭행'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결론이다.


이번 판결은 부부 싸움이나 갈등 상황에서 발생한 신체 접촉이라 하더라도, 그 행위의 경위와 목적,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위법성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참고] 전주지방법원 2024노566 판결문 (2025. 7. 22.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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