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혼자 살고 있는 '내 명의' 집, 아버지는 반대하지만 팔아도 문제없을까
아버지 혼자 살고 있는 '내 명의' 집, 아버지는 반대하지만 팔아도 문제없을까
현실적으로 매매 이뤄지기 어려워
건물 인도 소송 등 고려해도⋯'권리남용'과 '부양의무' 등을 이유로 기각될 것

현재 아버지가 살고 있는 A씨 명의의 집을 팔고, 이 돈으로 아버지가 살만한 다른 집을 마련할 예정이다. 그리고 나머지로는 대출을 갚을 예정이다. 그런데 아버지는 "팔지 마라"며 화를 내기만 한다. 해당 이미지는 기사와 관련 없는 참고용 이미지. /게티이미지코리아
일찍이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와 함께 살던 A씨. 가끔은 가부장적인 면모를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A씨를 위해 묵묵히 희생해온 아버지. 이를 알기에, A씨는 취업을 하자마자 아버지와 함께 살 집을 마련했다. 물론, 아버지도 일부를 보탰지만 대다수가 A씨의 명의의 대출이었다.
그렇게 아버지와 살던 A씨도 결혼을 해 따로 가정을 꾸렸다. A씨가 결혼할 당시 아버지는 "지금 집을 팔고, 혼자 살만한 집을 구하겠다"고 약속했다. 결혼을 하며 A씨가 경제적으로 부담을 느끼자 A씨를 배려한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아버지의 마음이 갑자기 바뀌었다는 것. 어디서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버지는 집 매매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노후는 편히 보내고 싶다"며 "팔지 말라"며 반대하고 화를 냈다.
하지만 A씨는 정말 억울하다. 현재 아버지가 살고 있는 A씨 명의의 집을 팔고, 이 돈으로 아버지가 살만한 다른 집을 마련할 예정이다. 그리고 나머지로는 대출을 갚으면, 결혼과 신혼집을 준비하며 어려워진 경제적 사정에 조금 숨통이 트일 것 같다. 하지만 아버지는 완강하기만 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A씨는 어차피 '내 명의'의 집이니 아버지 동의 없이도 매매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해당 고민을 들은 변호사들은 A씨의 생각처럼 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이어 "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도 했다. A씨의 명의라고 해도, 아버지를 강제로 내보내기도 어렵고 동의 없이 매매 계약을 진행할 수 있다고 해도 이후 제약이 많을 거라고 했다.
법무법인 인화의 김명수 변호사는 "A씨가 집을 팔려고 해도, 아버지가 중개사나 매수인(집을 사려는 사람)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설사 집을 보지 않고 매매계약이 이뤄진다고 해도 문제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아버지가 만약 매매에 동의하지 않아 이사를 하지 않고 계속 그곳에서 머물면, 그 집을 매수인에게 넘겨줄 수가 없다"면서 "이 경우 채무불이행으로 계약 파기와 함께 손해배상을 해 주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더 나아가 아버지를 상대로 '건물 인도 소송' 등을 제기한다고 해도,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변호사는 봤다. 법률사무소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는 "A씨의 경우 아버지에 대해 부양의 의무가 있고, (해당 소송을 진행하면) 권리남용으로 보고 법원에서 기각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민법 제2조 제2항은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고 하여 이른바 권리남용 금지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권리를 행사할 때 심각히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등 상대방의 정당한 이익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방법을 택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이에 따라, 해당 사안은 법으로 해결하기보다는 '노후 보장'을 약속하며 아버지를 설득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변호사들은 판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