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300만원 떼일 판…보증보험 위한 '다운계약'의 함정
전세금 300만원 떼일 판…보증보험 위한 '다운계약'의 함정
보증보험 가입용 '다운계약서' 썼다가 300만원 떼일 위기... 현금보관증 믿고 버티다 '나홀로 소송'까지 내몰린 세입자의 눈물

전세보증보험 가입을 위해 집주인 요구로 다운계약서를 쓴 세입자가 계약서 외 300만원을 못 받을 위기에 처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HUG 믿고 썼는데… 300만원 증발시킨 '다운계약서'의 배신
전세보증보험만 믿고 집주인 요구에 응했다가 300만원을 허공에 날릴 처지에 놓였다. 계약 만료 후 집주인은 "돈 없다, 보험 처리하라"며 버티고, 계약서에 없는 300만원은 나 몰라라 하는 상황에 세입자 A씨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간다. 안전장치라 믿었던 보증보험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 덫이 된 기막힌 사연이다.
"보험만 들게 해줄게"…집주인 말에 속아 쓴 '두 얼굴의 계약서'
2년 전 A씨는 1억 6500만원에 전셋집을 구했다. 하지만 집주인은 매매가 대비 보증금이 높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이 어렵다고 말했다.
집주인은 "보험 가입이 가능한 1억 6200만원으로 계약서를 쓰고, 나머지 300만원은 따로 주면 안 되겠냐"고 제안했다. A씨는 보증보험이라는 안전장치를 위해 제안을 수락하고, 300만원은 '현금보관증'을 받고 집주인에게 송금했다.
"돈 없으니 보험 처리해"…계약 끝나자 돌변한 집주인의 배신
평온했던 2년이 흐르고 계약 만료 시점이 다가오자 문제가 터져 나온다. A씨가 이사 의사를 밝히자 집주인은 "다음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아 당장 줄 돈이 없으니 보증보험에 신청해서 돈을 받아 나가라"고 태도를 바꿨다.
A씨는 결국 HUG를 통해 계약서상 보증금인 1억 6200만원을 돌려받는 절차를 밟다.하지만 진짜 문제는 보증보험의 보호 밖에 있는 300만원이다. A씨가 현금보관증을 근거로 300만원을 요구하자, 집주인은 "돈이 없다", "천천히 주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사실상 지급을 거부했다.
'300만원 현금보관증', 휴지조각 될까? "명백한 법적 증거"
A씨의 발을 동동 구르게 하는 현금보관증은 법적으로 효력이 있을까. 법률 전문가들은 "명백한 증거"라고 입을 모은다.
법률사무소 아란의 최아란 변호사는 "현금보관증은 당연히 효력이 있다"며 "300만원을 계좌 이체한 내역과 집주인의 말이 담긴 녹취 등 증거를 취합하면 충분히 받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인 법률사무소 허동진 변호사 역시 "현금보관증은 법적으로 유효한 증거"라며 "작성자와 보관자의 서명 또는 날인이 있다면 이를 근거로 300만원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현금보관증 자체가 일종의 '차용증'과 같은 채권 증서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300만원 받자고 소송? 변호사비 수백만원…'배보다 큰 배꼽'의 현실
법적으로 돈 받을 권리가 명확해도 현실의 벽은 높다. 바로 '비용' 문제다. 300만원을 받기 위해 수백만원의 변호사 선임 비용을 쓰는 것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기 때문이다.
법률사무소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는 "300만원 소송에서 이겨도 상대방에게 받아낼 수 있는 변호사 비용은 소송가액에 비례해 정해지므로 30만원에 불과하다"며 변호사 선임의 실익이 거의 없다고 지적한다.
결국 '나홀로 소송'뿐?…내용증명부터 지급명령까지 '셀프 구제' 방법은
전문가들은 A씨의 경우 변호사 선임보다 직접 소송을 진행하는 '나홀로 소송'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조언한다.
우선 우체국을 통해 채무 이행을 촉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내 집주인을 압박할 수 있다. 내용증명 자체에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향후 소송에서 중요한 증거가 된다.
내용증명에도 집주인이 버틴다면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하거나 '소액사건심판'을 청구해야 한다. 이는 일반 민사소송보다 절차가 간편하고 신속하게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제도다.
최아란 변호사는 "관련 증거를 잘 모아 지급명령신청 또는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며 "서류 작성이 어렵다면 변호사에게 소장 작성만 의뢰해 비용을 아끼는 방법도 있다"고 밝혔다.
'관행'이라 믿었던 다운계약, 명백한 불법… "과태료 폭탄 맞을 수도"
이번 사례는 보증보험 가입 등을 위해 관행처럼 이뤄지는 '다운계약'이 얼마나 위험한지 명확히 보여준다.
다운계약은 단순히 개인 간의 위험한 약속을 넘어 명백한 불법 행위다.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실제 계약 내용과 다르게 신고할 경우,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에게 취득가액의 100분의 5 이하에 해당하는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당장의 편의를 위해 불법 계약에 동의했다가 보증금 일부를 떼이는 것은 물론, 과태료 폭탄까지 맞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