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동료 절도 사실 알렸다가 '명예훼손' 역고소…피해자의 호소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직장 동료 절도 사실 알렸다가 '명예훼손' 역고소…피해자의 호소

2025. 09. 16 18:05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법조계 "공익 목적 인정되면 처벌 안 돼…오히려 가해자 '무고죄' 가능성,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

직장 안에서 자기 지갑을 훔쳐 간 사람을 인사담당자에게 얘기한 A씨가 가해자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도둑 잡았는데 내가 피고소인?…'사실' 알렸다가 명예훼손 역고소 당한 황당한 사연


"내 지갑 훔쳐간 가해자가 '왜 소문냈냐'며 저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습니다."

직장 내 절도 범죄의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역고소'를 당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피해 사실을 회사에 알린 정당한 문제 제기가 순식간에 법적 분쟁의 불씨가 된 것이다.


모든 일은 직장 동료 B씨가 A씨의 방에 몰래 들어와 지갑에 손을 대면서 시작됐다. 명백한 범죄 행위에 A씨는 B씨를 무단침입과 절도미수 혐의로 고소하며 정의를 구했고, 검찰은 1차적으로 B씨에게 약식명령(벌금형)을 내렸다.


하지만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추가 수사 과정에서 A씨의 지갑에서 B씨의 유전자(DNA)가 검출되면서, 경찰은 절도 및 재물손괴(홈캠 조작) 혐의로 2차 수사에 착수했다. 궁지에 몰린 B씨는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돌연 피해자인 A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초강수를 뒀다.



도둑 잡았는데, 왜 내가 고소당했나?


B씨가 문제 삼은 것은 A씨가 절도 사건을 회사 인사과에 공식적으로 알리고, 일부 동료들에게 피해 사실을 이야기했다는 점이다. B씨는 "A씨가 사내에 절도 사건 내용을 퍼뜨려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에서 한순간에 피고소인 신분이 된 A씨는 "허위 사실을 말한 적도 없고, 회사에 문제를 제기한 것은 당연한 절차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범죄 피해 사실을 알린 행위가 되레 법적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행위가 명예훼손죄에 해당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입을 모은다.


회사에 알린 게 죄?…'공익'이냐 '명예훼손'이냐


형법 제307조는 사실을 이야기했더라도 다른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우리 법은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바로 형법 제310조,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조항이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A씨의 사례가 바로 이 '공익성'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한장헌 변호사는 "회사의 내부 질서 유지 및 범죄 예방 목적으로 인사과에 공식 보고한 것은 위법성이 조각(법적 책임이 없어짐)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직장 내에서 발생한 범죄를 회사에 알리는 것은 다른 직원들의 안전을 지키고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정당한 행위라는 것이다.


동료들과의 대화 역시 법적으로 문제 삼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전수 변호사는 "단순히 몇몇 직원과 피해 경험을 공유한 것만으로 명예훼손의 성립 요건인 '공연성(불특정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이 인정될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다만, 감정적인 비난을 섞거나 사실을 과장했다면 문제가 될 소지는 있어 경찰 조사에서 발언의 취지를 명확히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반성 없는 역고소', 가해자 처벌 더 무거워질까?


전문가들은 오히려 가해자 B씨의 '역고소' 카드가 자신에게 더 큰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자신의 범죄 사실이 명백히 드러난 상황에서 피해자를 고소하는 행위는 '무고죄(형법 제156조)'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경태 변호사는 "자신의 범행이 인정된 상황에서 피해자를 역고소하는 행위는 수사기관을 속여 부당한 처벌을 내리게 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어 무고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러한 태도는 재판 과정에서 '진정한 반성이 없다'는 증거로 작용해 B씨의 절도 혐의에 대한 양형을 결정할 때 매우 불리한 요소가 될 수 있다.


범죄 피해를 알리는 행위마저 '명예훼손'이라는 족쇄에 묶일 수 있다는 불안감. 이번 사건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리는 행위의 정당성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우리 사회와 사법부에 무거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피해자의 호소는 정당한 권리 행사가 될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법적 분쟁의 시작이 될 것인가. 법원의 판단에 달렸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