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간 소송' 걸려도 남편이 폭행범이면 괜찮다?
'상간 소송' 걸려도 남편이 폭행범이면 괜찮다?
'부부 책임 대등하면 상간자 무죄' 새 판례에 법조계 지각변동

2024년 대법원은 부부의 혼인 파탄 책임이 동등하면 상간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새로운 판결을 내렸다. / AI 생성 이미지
상간 소송에 휘말렸지만, 정작 소송을 건 남편이 아내 폭행, 부정행위, 자녀 학대 혐의까지 받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부부의 혼인 파탄 책임이 동등하면 상간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2024년 대법원의 새 판결이 나오면서 법조계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이제 상간 소송의 승패는 원고 부부의 이혼 소송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싸움이 됐다.
덫에 걸린 상간 소송…드러난 원고 남편의 두 얼굴
상간 소송의 피고가 된 한 의뢰인은 원고 측 변호사의 압박에 못 이겨 상대 여성이 유부녀인 줄 알았다고 시인했다. 녹음까지 됐을지 모를 절망적인 상황.
그러나 사건의 이면에는 충격적인 사실이 숨어 있었다. 소송을 제기한 남편(원고) 자신이 아내를 폭행해 형사 처분을 받았고, 다른 부정행위를 저지른 정황에 자녀 학대 혐의로 수사까지 받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아내는 남편을 상대로 이혼 '반소'를 준비하며 전면전을 선포했다.
변호사마다 다른 해법, 새 판례가 가른 법조계 시각
혼란에 빠진 의뢰인은 여러 변호사에게 자문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정반대였다. 어떤 변호사는 “이혼과 상간은 별개”라며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고, 다른 변호사는 “2024년 6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상간 소송도 기각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의뢰인은 “법원마다 판결 기준이 다른 걸까요? 변호사님마다 판단이 다른 것일까요?”라며 근본적인 의문을 품게 됐다.
'쌍방 책임 대등하면 상간자도 무죄'…게임체인저 된 대법원 판결
변호사들의 의견이 엇갈린 배경에는 2024년 6월 27일 선고된 대법원 판결(2023므16678)이 있었다. 이 판결은 상간 소송의 지형을 뒤흔드는 분수령이 됐다.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는 “혼인파탄 책임이 부부 쌍방에 있고 그 정도가 대등하여 배우자 상호 위자료가 기각되는 경우, 상대방 배우자에게 파탄에 대한 손해배상의무가 처음부터 성립하지 않고, 그 배우자에게 책임이 성립하지 않는 이상 그 부정행위에 가공한 제3자에게도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결의 핵심을 정확히 짚었다.
즉, 부부의 결혼생활이 깨진 책임이 양측에 똑같이 있다면, 애초에 배우자에 대한 손해배상 의무가 없으므로 상간자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논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