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오픈소스, 남이 등록… 법은 “방법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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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오픈소스, 남이 등록… 법은 “방법 없다”

2025. 11. 06 09:47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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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불송치 결과

허위 등록 말소의 법적 장벽

엄태규 개발자 블로그 캡쳐

엄태규 개발자는 자신이 제작한 '핀볼 룰렛' 프로그램을 MIT 라이선스로 깃허브(GitHub)에 공개했다.


MIT 라이선스는 "어떤 용도로든 마음껏 사용해도 된다"는 취지의 자유로운 이용을 허락하는 라이선스다. 엄태규 개발자는 이 프로그램이 여러 곳에서 개작되어 사용되는 것을 보며 "재미있다"고만 여겼다.


하지만 평온은 한 통의 희한한 메일로 깨졌다.


자신을 유튜브 스트리머라고 밝힌 B씨는 "엄태규 개발자의 룰렛을 방송 중 사용했는데, 해당 프로그램이 'XXX'라는 이름으로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저작권 등록이 되어있다며 영상이 저작권 침해 신고를 받아 내려갔다"고 문의했다.


즉, 엄태규 개발자가 만든 오픈소스 프로그램을 제3자(XXX)가 자신의 이름으로 저작권 등록을 한 뒤, 이를 근거로 프로그램을 정당하게 이용하던 유튜버의 활동을 방해한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외면한 현실: '공개된 창작물'이 가짜 저작권에 갇히다

충격에 빠진 엄태규 개발자가 한국저작권위원회를 확인한 결과, 실제로 '마블 룰렛'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사람의 등록이 존재했다.


등록 내용은 엄태규 개발자의 룰렛을 묘사하고 있음이 명백했다.


자신의 저작물을 도용하여 타인에게 횡포를 부리는 상황을 멈추기 위해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문의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더 큰 문제를 드러냈다.


상담원: "원저작자라도 이미 된 등록을 철회시킬 절차는 없다. 법적으로 소송을 걸어 판결을 가져와야 한다."


상담원: "저작권위원회는 등록 시 저작권자인지를 검증할 권한이 없다."


결국 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내 저작물을 타인이 자신의 이름으로 등록하고 부당한 권리 행사를 한다'는 요지였다.


엄태규 개발자 블로그 캡쳐


그러나 수사 결과는 '불송치'.


수사기관은 저작권위원회에 등록하는 행위를 저작권 침해(공표)로 볼 수 없다는 답변을 근거로 고소를 기각했다.


고소장이 '무단으로 등록하여 복제 및 공연하고 공표하였다는 취지'로 작성된 탓에, 수사기관이 '공표' 여부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다.


'저작인격권 침해' 등에 대한 재수사를 요청하며 '수사결과이의신청'을 제기했지만, 결국 '혐의 없음(증거 불충분)'이라는 결론을 통보받았다.


판결 없이 가짜 등록 못 지우는 이유: 저작권법의 '무방식주의'와 '형식 심사'의 딜레마

엄태규 개발자가 억울한 결말을 맞이한 근본적인 원인은 현행 저작권 등록제도의 구조적 한계에 있다.


등록은 '권리 발생'이 아닌 '대항 요건'일 뿐이다 저작권법은 '무방식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저작물을 창작한 때부터 저작권이 자동으로 발생하며, 등록과 같은 어떠한 절차도 필요 없다는 원칙이다. 따라서 엄태규 개발자는 깃허브에 소스코드를 공개한 순간부터 진정한 저작권자다.


저작권 등록(저작권법 제54조)은 권리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는 대항 요건에 불과하며, 권리 발생 요건이 아니다.


타인이 허위로 등록했더라도 저작권 자체는 변함이 없으나, '허위 등록'을 말소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원의 확정 판결이 필요하다는 법률적 장벽(저작권법 시행령 제21조의2)이 존재한다.


저작권위원회는 실체적 심사 권한이 없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형식적인 심사만을 수행할 뿐, 등록 신청자가 진짜 저작권자인지, 기존의 저작물을 도용한 것은 아닌지 등 실체적 권리관계를 심사할 권한이 없다는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다.


이는 등록제도의 신속한 처리를 위한 것이지만, 엄태규 개발자의 사례처럼 타인의 저작물을 도용해 등록한 것을 걸러내지 못하는 치명적인 허점이 된다.


게다가 등록된 프로그램의 소스코드는 비공개 대상이어서, 상대방의 도용을 입증할 직접적인 증거를 수집하기 매우 어렵다.


오픈소스 개발자에게 남겨진 유일한 돌파구는?

결론적으로 자신의 저작권이 도용된 상황을 인지했음에도, 수사기관의 미흡한 법리 적용과 제도의 맹점 때문에 법적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법률 전문가들은 재고소 또는 민사소송을 통해 권리를 회복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 재고소 시: '저작인격권 침해'와 '업무방해죄' 명시 엄태규 개발자의 프로그램이 공표된 적이 있더라도, 타인이 허위 등록을 한 것 자체는 저작권법 제136조 제2항 제2호(거짓 등록) 위반에 해당한다. 또한, 허위 등록을 이용해 유튜버의 라이브 스트리밍을 중단시킨 행위는 형법상 업무방해죄 등 다른 범죄 구성요건을 명확히 하여 재고소해야 한다.


  • 민사소송 시: '허위 등록 말소'의 확정 판결 확보 변호사 선임을 통해 저작권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고, 이 과정에서 법원의 문서제출명령(증거보전절차) 등을 통해 등록된 소스코드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제시된다. 민사소송에서 승소하여 확정판결을 받으면 비로소 허위 등록의 말소가 가능하다.


엄태규 개발자의 사례는 오픈소스를 포함한 모든 창작자들에게 '저작권은 창작과 동시에 발생하지만, 법적 분쟁 시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등록과 법적 절차가 필요하다'는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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