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뽑기 출구에 걸린 인형, 손으로 빼면 절도죄일까?
인형뽑기 출구에 걸린 인형, 손으로 빼면 절도죄일까?
한 시민의 사소한 고민에서 시작된 법적 쟁점…변호사들 의견은 '분분', 법원의 판단 기준은?

A씨는 인형뽑기 기계 출구에 걸린 인형을 손으로 살짝 당겼다가 '절도범'으로 몰릴까 걱정하고 있다./셔터스톡
인형뽑기 기계 출구에 걸린 인형을 살짝 당겼다가 '절도범'으로 몰릴까 밤잠을 설친 한 시민의 사연이 법조계의 흥미로운 토론을 불렀다.
최근 한 온라인 법률 상담 플랫폼에 익명의 질문 하나가 올라왔다. 인형뽑기 기계 출구에 인형이 여러 개 얽혀 걸려 있었고, 다른 인형을 뽑았지만 이 때문에 나오지 않자 걸린 인형을 살짝 당겨 공간을 만들어줬다는 것이다. 기계에는 '출구에 완전히 떨어진 인형만 인정된다'는 문구가 선명했다. 이 시민은 자신의 행위가 절도죄에 해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출구 막은 인형, 살짝 당겼을 뿐인데…'나도 혹시 절도범?'
사연의 주인공 A씨는 평범한 저녁, 인형뽑기방을 찾았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출구에 아슬아슬하게 걸린 인형 무리(인형1)였다. 몇 번의 시도에도 실패한 그는 다른 인형(인형2)으로 목표를 바꿨다. 하지만 집게는 인형2를 출구까지 옮기는 데 성공했지만, 먼저 걸려 있던 인형1에 막혀 떨어뜨리지는 못했다.
A씨는 순간 고민에 빠졌다. 그는 '입구에 손이 닿는 정도는 괜찮다'고 스스로 판단했다. 다만 양심에 찔려 얽힌 인형 무리를 통째로 꺼내는 대신, 인형2가 빠져나올 공간만 만들자는 생각으로 인형1을 아주 약간만 당겼다. 그의 의도대로 공간이 생겼고, 인형2는 출구로 떨어졌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온 A씨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절도'라는 두 글자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변호사들 의견도 '팽팽'…핵심 쟁점은 '불법영득의사'
A씨의 고민에 대한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은 흥미롭게 엇갈렸다. 다수의 변호사는 "사건화될 가능성이 낮다",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A씨를 안심시켰다. 업주가 문제 삼지 않는 한 실제 형사 사건으로 비화하기는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이 깔려 있었다.
반면, 일부 변호사는 법리적으로만 따지면 절도죄가 성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조기현 변호사는 "법리적으로는 절도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고, 박승권 변호사 역시 "절도죄는 성립 가능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들은 업주가 CCTV를 근거로 신고할 경우 충분히 사건화될 수 있다고 봤다.
의견이 갈리는 지점은 절도죄의 핵심 구성요건인 '불법영득의사(不法領得意思)'의 존재 여부다. 불법영득의사란 권리자를 배제하고 타인의 물건을 자기 소유물처럼 이용하거나 처분하려는 의도를 말한다. A씨가 걸린 인형(인형1)을 통째로 가져가려 한 것이 아니라, 다른 인형(인형2)을 얻기 위해 공간만 확보하려 했다는 점에서 이 의사가 명확하지 않다는 게 '죄가 안 된다'는 쪽의 핵심 논리다.
법원은 관대했다…'인형 싹쓸이'는 기술, '걸린 인형'은 관행
그렇다면 실제 법원은 이런 사안을 어떻게 판단할까. 과거 판례는 A씨에게 유리한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법원은 인형뽑기 기계의 특수성을 폭넓게 인정하는 경향을 보인다. 한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18노1205)에서는 "이용자는 인형이 배출구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운영자에게 인형을 달라고 요구할 것이고, 운영자는 이를 꺼내 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시했다. 출구에 걸린 인형은 사실상 이용자의 몫이라는 사회적 통념과 관행을 인정한 셈이다.
심지어 경찰은 과거 2시간 만에 인형 200여 개를 뽑아간 '인형 싹쓸이' 사건에 대해서도 '절도가 아닌 기술'이라며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종결한 바 있다.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기계를 이용했다면, 남다른 기술로 많은 인형을 뽑는 것 자체를 범죄로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A씨의 행위는 이보다 훨씬 경미하다.
결론적으로 A씨의 행위가 기계에 명시된 규칙을 어긴 것은 맞지만, 형사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절도죄로 단정하기에는 범죄의 고의, 특히 불법영득의사를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소한 규칙 위반과 범죄는 다르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다만, 분쟁을 피하려면 기계에 적힌 규칙을 최대한 따르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