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말했으니 내 손님" 중개사 갑질, 법적 효력은 '전무'
"먼저 말했으니 내 손님" 중개사 갑질, 법적 효력은 '전무'
"다른 곳과 계약하면 상도회 제소" 협박…변호사들 "명백한 불법"

부동산 중개사가 '상도회 룰'로 매도인의 계약 상대자를 강요하는 것은 법적 근거 없는 불법 행위다. / AI 생성 이미지
"처음 매물을 내놓은 건 우리니, 계약도 우리와 해야 합니다." 부동산 중개사가 업계의 암묵적 규칙이라는 '상도회 룰'을 내세워 매도인의 계약 상대자를 강요하고 나섰다.
다른 중개사를 통해 계약하려 하자 "상도회에 제소하겠다"는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다. 과연 중개사들만의 '룰'이 법보다 위에 있을 수 있을까?
법률 전문가들은 만장일치로 "명백한 불법이자 권한 남용"이라고 선을 그었다.
"상도회 룰이 법보다 먼저"…계약 선택권 빼앗긴 매도인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아파트 매도를 결심한 A씨. 그는 중개사 A와 B에게 모두 매도 의사를 알렸다.
얼마 뒤, B 중개사가 실제 매수인을 찾아냈지만, 계약은 예상치 못한 암초에 부딪혔다. A 중개사가 "처음 매도의사를 밝힌 곳이 나이므로, 권리가 내게 있다"며 '상도회 룰'을 근거로 계약을 막아선 것이다.
A 중개사는 심지어 "B와 계약하면 상도회에 제소하겠다"고 A씨를 압박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B 중개사는 겉으로는 A 편을 들면서 뒤로는 "수수료를 80만 원만 받겠다"고 회유하는 등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결국 A씨는 두 중개사를 모두 신뢰할 수 없어 제3의 중개사를 찾고 싶었지만, 이미 토지거래허가 약정서에 A 중개사의 도장이 찍힌 터라 옴짝달싹 못하는 신세가 됐다.
변호사들 "내부 관행일 뿐, 매도인 구속 못 해"
법률 전문가들은 A 중개사의 주장이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김정묵 변호사(법무법인 창세)는 "‘상도회 룰’로 매도인의 중개사 선택을 제한할 수 없다"며 "법적으로 중개계약은 의뢰인의 자유 선택이 원칙이고, 협회 내부 관행은 매도인을 구속하지 못한다"고 단언했다.
강민기 변호사(법률사무소 새율) 역시 "소위 '상도회 룰'은 법적 구속력이 없습니다. 중개업소들 사이의 내부 관행에 불과하며, 매도인의 중개사 선택권을 제한하는 어떠한 법적 근거도 없습니다"라고 못 박았다.
이동규 변호사(법무법인 대한중앙)는 "A의 '처음 맡았으니 내 권리' 주장은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토지거래허가 약정서에 도장을 찍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전속중개계약이 성립됐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제소 협박은 불법"…오히려 중개사가 책임질 판
전문가들은 오히려 A 중개사의 행위가 공인중개사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경고했다.
한병철 변호사(법무법인대한중앙)는 "A 중개사가 매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B 중개사를 방해하는 것은 부당한 거래 방해 행위로 볼 수 있다"며 "부당한 방해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B 중개사가 제안한 낮은 수수료로 계약할 기회를 A 중개사의 방해로 놓쳤다면, 그 차액만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최동준 변호사(뉴로이어 법률사무소) 또한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 중 하나로 A중개사의 부당한 계약 방해 행위를 꼽으며, 압박 정황이 담긴 문자나 통화 녹취 등 증거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법은? "관계 정리 후 제3자와 계약해야"
그렇다면 A씨가 이 상황을 벗어날 방법은 무엇일까? 변호사들은 '기존 관계의 명확한 정리'와 '제3자를 통한 계약 진행'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윤승진 변호사(법무법인(유) 에스제이파트너스)는 "A에게 중개 의뢰 종료 의사를 명확히 통지하고, 제3중개사(또는 B)와 별도로 새 중개계약을 체결해 실제 거래를 성사시키는 구조를 정리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수수료 문제에 대해서도 법리는 명확했다. 홍원표 변호사(법률사무소 무제)는 "중개수수료는 원칙적으로 중개 행위와 계약 성립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해야 청구할 수 있으므로, 단순히 매물을 먼저 접수했다는 사실만으로 전액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A씨는 A중개사에게 중개 의뢰 종료를 통보하고, 매수인과 협의해 신뢰할 수 있는 제3의 중개사를 통해 계약을 진행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 과정에서 A중개사의 부당한 압박이 담긴 증거들은 향후 분쟁에서 A씨를 지켜줄 든든한 방패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