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위 1호 처분인데 800만원 소송…'전치 2주' 진단서, 어디까지 인정될까?
학폭위 1호 처분인데 800만원 소송…'전치 2주' 진단서, 어디까지 인정될까?
상대방, 학폭위서 인정 안 된 '성추행' 주장까지…변호사들 "CCTV와 결정문이 핵심"

자녀가 학교폭력으로 경미한 조치를 받았으나 상대 학부모가 800만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 AI 생성 이미지
자녀가 학교 친구와 다툼 끝에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에서 서면사과 등 가장 가벼운 조치를 받게 된 A씨. 사건이 일단락되나 싶었지만, 얼마 뒤 상대 학생 측으로부터 800만원을 배상하라는 민사소송 소장을 받았다.
학폭위 처분도 경미했고 아이들은 사건 이후 함께 어울려 놀기까지 했는데, 과연 이 금액을 전부 물어줘야 하는 걸까?
학폭위 1, 2호 조치에도 800만원 소송…무슨 일?
A씨의 자녀는 최근 학교에서 다른 학생 B군과 다툼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A씨 자녀가 B군의 다리를 발로 차고, B군이 팔을 잡고 늘어지자 뿌리치는 과정에서 넘어뜨린 사실이 학폭위에서 인정됐다.
B군 측은 손목, 무릎 등에 염좌 및 찰과상을 입었다는 내용의 전치 2주 상해진단서를 제출했다. 진단서에는 넘어지면서 머리를 바닥에 부딪쳤다는 내용도 있었지만, CCTV 확인 결과 머리 충돌은 없었고 학폭위도 이 부분은 사실로 인정하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학폭위는 A씨 자녀에게 1호(서면사과)와 2호(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는 학교폭력 조치 중 가장 가벼운 수준이다. 심지어 B군은 학폭위에서 "현재 학교생활을 재미있게 잘하고 있다"고 진술했고, 사건 이후 두 학생이 함께 어울리는 모습도 목격됐다.
그런데 얼마 뒤, B군 측은 A씨와 자녀를 상대로 신체적·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으로 800만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학폭위에서 증거 부족으로 인정되지 않았던 '성적 접촉' 주장까지 손해배상 이유에 포함됐다.
변호사들 "800만원 청구, 과도…실제 인정액 100만원대 예상"
변호사들은 B군 측이 청구한 800만원이 법원 판결에서 그대로 인정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인정된 행위의 수위나 피해 정도에 비해 청구액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규희 변호사는 "800만원은 현재 확인된 객관적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실무상 지나치게 높게 산정된 금액이며 감액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전치 2주 염좌 및 찰과상에 대한 통원 치료비는 통상 수십만 원 선"이라며 "정신과 치료 기록 등이 추가로 제출되지 않는다면 신체 피해에 대한 위자료(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 역시 100~200만원 선으로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 역시 "통상 전치 2주 염좌 사고의 위자료는 100만원에서 150만원 선에서 인정되므로 청구액의 상당 부분을 감액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배상액 줄일 '결정적 증거'는 CCTV와 학폭위 결정문
변호사들은 학폭위의 경미한 조치와 CCTV 영상이 손해배상액을 다투는 데 핵심적인 증거가 될 것이라고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학폭위 조치 중 가장 가벼운 1호와 2호 처분만 내려졌다는 점은 폭력 행위의 심각성이 낮다고 평가된 증거가 된다. 조기현 변호사는 "학폭위에서 피해학생 보호조치가 없었고 가해학생에게도 경미한 1호 및 2호 조치만 내린 점은 민사재판에서 과실 및 손해액을 낮추는 핵심 근거가 된다"고 짚었다.
CCTV 영상은 상대방 주장의 과장된 부분을 반박할 물증이다. 법무법인 KB 김태안 변호사는 "CCTV는 핵심 자료"라며 "발이 빗맞은 장면과 머리가 바닥에 닿지 않은 장면을 시간대별로 정리하고, 상대가 팔을 잡은 과정이 손해 발생에 기여했는지도 주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단서에 '머리 충돌'이 기재됐더라도 영상으로 사실이 아님이 증명되면 해당 부분에 대한 책임은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학폭위서 기각된 성추행 주장, 민사소송선 어떡하나
상대방이 학폭위에서 인정되지 않은 성적 접촉 주장을 민사소송에서 다시 꺼내 든 점도 A씨의 큰 걱정거리다. 법적으로는 민사 법원이 학폭위 결정에 구속되지 않아 다시 주장하는 것 자체는 가능하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이 역시 방어가 가능하다고 봤다. 이규희 변호사는 "학폭위에서 객관적 조사와 진술 검증을 거쳐 '사실무근'으로 판단받은 사안임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상대방이 신규 증거 없이 동일한 주장만 반복할 경우 이는 손해배상금을 부풀리기 위한 허위 주장임을 단호하게 지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기현 변호사도 "학폭위 결정문은 법원에서 처분문서급 증거로 활용된다"며 "진술 불일치 및 증거 부족으로 사실 확인이 어렵다고 판단한 공적 기록을 제시하면 민사재판부에서도 해당 주장은 배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건 이후 B군이 SNS에 즐거운 일상생활 영상을 올리고,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모습이 목격된 점 등도 정신적 피해가 크지 않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보조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변호사들은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