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금지는 '여성의 자기운명결정권' 침해일까...헌재 11일 낙태죄 위헌 여부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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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금지는 '여성의 자기운명결정권' 침해일까...헌재 11일 낙태죄 위헌 여부 판단

2019. 04. 09 16:01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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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shoc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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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 선고되려면 재판관 6명 동의해야...지난번엔 4명만 '위헌'

6일 광화문광장에서 낙태반대 집회에 참석한 한 시민=연합뉴스 임헌정 기자(C)저작권자 연합

낙태가 간절히 필요한 산모를 도운 의사를 처벌하는 게 과연 정의로운 걸까?

 

이 물음에 사회를 대신한 헌법재판소가 오는 11일 해답을 내놓는다. 헌법재판소가 이날 선고 이후 공개할 결정문에서는 낙태 합법화 문제를 감싸고 있는 여러 층위가 담길 것으로 보인다. 낙태 찬성론자도, 반대론자도 모두 수긍할 수 있어야 하는 까닭이다.

 

이 층위에서는 인간이 쌓아 올린 철학과 윤리, 종교가 인간의 기본권과 갈등하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낙태는 태아 살해’를 절대 명제로 여기는 기독교관과 ‘나는 인간의 생명을 수태된 때로부터 지상의 것으로 존중히 여기겠노라’는 히포크라테스 선언은 낙태를 죄, ‘낙태죄’를 살인죄로 규정한다.

 

철학과 종교, 윤리에 맞서는 건 ‘낙태를 여성과 산모의 자기결정권 범위로 봐야 한다’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자기운명결정권은 대한민국헌법에 명시적으로 나와 있지는 않지만, 헌법 10조의 행복추구권에서 파생되는 기본권이다.

 

낙태죄 폐지론 근거인 자기운명결정권을 확인한 ‘1기 헌재’

헌법 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1988년 태생한 헌법재판소는 2년 만인 지난 1990년 9월 10일 간통죄( 2015년 2월 헌재 위헌 결정으로 국회에서 삭제)를 규정한 형법 241조 위헌확인 사건에서 이 조항이 위헌이 아니라면서도 자기운명결정권을 헌법 10조의 행복추구권에서 파생되는 기본권이라고 처음 확인한다.

 

1기 헌재(1988-1993)는 우선 행복추구권이 모든 기본권의 종국적 목적인 기본이념이라고 전제하는 방법으로 우리 헌법이 명문으로 밝히지 않은 기본권 역시 존재한다는 근거를 명백하게 밝힌다. 이어 행복추구권에는 자기운명결정권이 전제되며, 여기에서 간통죄 위헌론의 근거인 성적자기결정권이 파생된다고 말한다.

 

“개인의 인격권·행복추구권에는 개인의 자기운명결정권이 전제되는 것이고, 이 자기운명결정권에는 성행위여부 및 그 상대방을 결정할 수 있는 성적자기결정권이 또한 포함되어 있으며...”

 

하지만 1기 헌재는 자기운명결정권이 절대적 기본권이 아닌 “국가적·사회적·공공복리 등의 존중에 의한 내재적 한계가 있는 것”이라며 한계 역시 밝혔다.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헌법 37조 2항에 근거해 질서유지와 공공복리를 위해 자기운명결정권의 본질을 해치지 않은 선에서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고 했다. 당시 헌재는 이 ‘제한 가능’의 범위에 간통죄를 규정한 형법 241조가 포함된다고 봤다. 다만 이 사건에서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270조는 쟁점이 아니라 위헌 여부의 판단 대상은 아니었다.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소속 활동가들이 지난 2017년 2월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서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C) 저작권자 연합뉴스


자기운명결정권과 낙태죄를 판단한 5기 헌재

낙태죄가 처음 헌재 재판정에서 삭제될지의 운명에 놓이게 된 건 1기 헌재가 자기운명결정권의 존재를 확인한 지 무려 22년이 지난 2012년 8월 5기 헌재(2012-2017)에서다. 이때 낙태죄를 위헌이라고 판단한 재판관은 4명으로 위헌정족수인 6명에 2명이 부족해 해당 형법 조항은 존치됐다.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이 공통적으로 합의한 건 자기운명결정권에 임신과 출산에 관한 결정이 포함된다는 내용이다.

 

“자기운명결정권에는(...) 임신과 출산의 과정에 내재하는 특별한 희생을 강요당하지 않을 자유가 포함되어 있다”

 

5기 헌재에서 낙태죄를 합헌으로 판단할 때 쟁점은 크게 네 가지였다.

 

쟁점 1. 산모의 스스로 낙태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자기낙태죄’(1항)와 의사의 도움을 받아 낙태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동의낙태죄’(2항)를 규정한 형법 269조를 위헌이라고 판단하면, 낙태 수술을 집도한 의사를 처벌하는 의사 역시 처벌하는 ‘의사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70조를 함께 위헌으로 판단해야 하는지

 

쟁점 2. 자기·동의낙태죄 조항인 형법 269조가 산모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는지(자기운명결정권)

 

쟁점 3. 의사낙태죄 조항인 형법 270조가 국가의 과도한 형벌에 해당하는지(비례원칙)

 

쟁점 4. 벌금형이 존재하는 자기·동의낙태죄와 달리 징역형만 있는 의사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70조가 의사의 평등권을 침해하는지(평등권)

 

단순히 법리적 쟁점을 제외한 쟁점 1~4에서 5기 헌재는 낙태죄가 자기운명결정권, 비례원칙, 평등권 모두 침해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 세 가지 쟁점을 통해 이틀 뒤 선고되는 6기 헌재(2018-2023)의 쟁점을 엿볼 수 있다.

 

나아가 5기 헌재에서 소수의견을 통해 위헌 이유를 밝힌 4명의 재판관의 철학은 그대로 6기 헌재에서 곧 공개할 위헌 이유로 계승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위헌 이유가 다수의견에 담길지, 소수의견에 담길지 선고를 이틀 앞둔 9일 현재로서는 예단할 수 없다.

 

5기 헌재가 밝힌 낙태죄가 위헌인 이유

5기 헌재에서 낙태죄를 위헌이라고 판단한 재판관은 이강국·이동흡·목영준·송두환 당시 재판관이다.

 

소수의견은 낙태를 금지하는 원칙과 예외가 공존할 수 있다고 봤다. 현대 의학 수준으로 판단할 때 독자적 생존능력이 인정되는 임신 24주 이후의 임산부의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게 원칙이다. 24주 이후의 태아에게는 산모의 몸에서 나온 이후에 스스로 호흡할 때 필요한 폐포가 되는 ‘종말낭’(terminal sacs)이 형성된다.

 

이 원칙에 개입하는 것이 기본권이 아닌 철학과 윤리다. 24주 이후의 태아는 곧 사람이고, 사람이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된다는 기독교적 세계관이 여기에 깊숙하게 반영돼 있다. 소수의견은 이 철학과 윤리를 이렇게 표현한다.

 

소수의견

“임신 24주 이후에는 태아의 생명도 인간의 생명과 ‘어느 정도’ 동일시할 수 있다”

 

소수의견에서는 원칙에서 예외를 분리하기 위해 태아와 인간을 완전하게 동일하게 볼 수 없고 ‘어느 정도’ 같게는 볼 수 있다고 했다. 이 지점이 다수의견과 갈라지는 부분이다. 다수의견이 말한 문장에서는 예외를 도출하는데 필요한 빈틈을 찾을 수 없다.

 

다수의견

“인간으로서 형성되어 가는 단계의 생명인 태아에게도 생명에 대한 권리가 인정되어야 한다”


주목할 지점은 예외다. “임산부의 생명이나 건강에 현저한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특단의 사정”이 있을 때는 낙태를 예외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 예외(임신 24주 이하)에서도 단계가 있다. 임신 중기(임신 13~24주)의 낙태는 임신 초기(임신 1~12주)의 낙태에 비해 임산부의 생명이나 건강에 위해가 생길 우려가 높다는 의학적 의견을 반영했다. 또 국가는 ‘모성의 건강’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낙태 규제에 관여해야 하는데, 임신 중기일수록 그 관여의 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따라서 낙태죄를 금해서는 안 된다는 소수의견이 밝힌 예외의 진짜 대상은 임신 초기다. 이때는 태아가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또 시술 방법이 간단해 낙태로 인한 합병증 발병률이 낮다. 자연스럽게 낙태로 인한 여성의 사망할 확률이 떨어지는 만큼 임신부의 자기운명결정권을 존중할 폭이 넓어진다.

 

이 자기운명결정권을 정의하는 건 현실이다. 소수의견은 “원하지 않은 임신 내지 출산이 모(母)와 태아 그리고 우리 사회 전체에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현실”의 구체적 사례로 ▲미혼모 문제 ▲해외입양문제 ▲영아유기·치사 문제 ▲고아 문제를 들었다.

 

이렇게 임신 초기, 임신 중기, 임신 후기에 따라 의학적 사정이 다른데도 국가는 일률적으로 낙태를 무조건 형벌로 처벌하고 있다. 소수의견은 이런 의학적 사정에 따라 법률적 사정이 있다고 봤다.

 

소수의견은 “생명의 연속적 발전과정에 대하여 생명이라는 공통요소만을 이유로 하여 언제나 동일한 법적 효과를 부여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동일한 생명이라 할지라도 법질서가 생명의 발전과정을 일정한 단계들로 구분하고 그 각 단계에 상이한 법적 효과를 부여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소수의견은 이같은 구분은 이미 현행 법률체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낙태죄를 처벌하는 형법 269·270조와 살해 행위를 처벌하는 형법 250~253조를 구분한 것에서 은연중 형벌 체계가 이미 낙태를 살인의 성격으로 볼 수 없다고 선언했다는 해석이다.

 

또 태아는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한 때부터 낙태죄의 적용대상인데, 그렇다면 형법은 이미 착상이 이뤄지지 않는 수정 14일 이전에는 처벌하고 있지 않다. 형법에서 살해와 낙태의 성질을 다르게 보고, 낙태에서 제외하는 시기가 이미 특정돼 있다면 또 하나의 예외를 만드는 건 실질적으로 예외가 아니라는 역설이기도 하다.

 

소수의견에 따르면 임신 초기에 한해서 예외를 선정하는데도 무조건 처벌하고 있는 건 국가형벌권의 남용으로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반된다.

 

침해의 최소성 원칙은 헌법 37조 2항에서 도출되는 과잉금지원칙에서 파생되는 원칙이다. 과잉금지원칙은 질서유지와 공공복리를 들어 기본권을 제한하더라도 본질은 제한하지 말라는 것이고, 침해의 최소성 원칙은 기본권 침해를 최소한으로 하라는 것이다.

 

과잉금지 원칙

제한 입법의 목적은 정당한지, 제한의 수단은 적절한지, 기본권 침해를 최소한으로 제한하는지, 기본권과 기본권 제한 목적이 균등한지를 따져보는 원칙이다. 헌재가 이 원칙에 비춰 법령의 위헌 여부를 판단할 때 네 단계를 차례대로 거친다. 이때 특정 법령이 한 가지 원칙에라도 위반될 경우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위헌’을 선고받게 된다.

 

6기 헌재는 과연 5기 헌재를 넘어설 수 있을까

5기 헌재 재판관들은 자신의 임기 때 제기된 헌법소원에 대한 결론을 내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5기 헌재에서 재판관 5명이 퇴임한 지난해 9~10월 전에 결론을 내기 위해 이보다 5개월 전인 지난해 5월 공개변론을 열었다. 하지만 낙태죄를 위헌으로 보는 일부 재판관들의 선고기일을 미뤄야 한다고 주장해 재판관 과반수가 바뀐 6기 헌재에서 이 사건의 결론을 정하게 됐다.

 

재판관들의 위헌 의견인지 합헌 의견인지는 재판관회의라 부르는 평의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진다. 다만 헌재에 입성하기 전 후보자 자격으로 국회 인사청문에서 입장을 드러낸 재판관에 한해 어느 정도 예상은 가능하다.

 

이은애 재판관은 지난해 9월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낙태 허용범위는 지나치게 좁은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저는 개인적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이영진 재판관도 지난해 10월 열린 청문회에서 “외국의 사례를 보면 24주 이내에는 낙태를 허용하는 이런 법들도 있다”고 했다.

 

다만 이 재판관은 “입법정책적으로 국민의 의사를 모아서 결정해야 되지 않나”라고 덧붙여 헌재가 아닌 국회가 낙태죄 부분 합법화에 나서야 한다고 해 명확한 입장을 알기 어렵다.

 

더불어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고 보는 진보 성향인 헌재소장을 겸하는 유남석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은 임산부의 자기운명결정권을 최대한 옹호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안정적으로 위헌 의견으로 분류할 수 있는 재판관의 수는 4~5명이다. 위헌정족수에 1~2명이 부족해 5기 재판관처럼 낙태죄 위헌 의견은 소수에 그칠 수 있다.

 

하지만 변수는 분명 존재한다. 선고기일은 재판관 전원이 합의해야 한다는 점에서 위헌 의견인 재판관 입장에서는 이번이 아닌 여성 재판관 수가 늘어날 때나 진보 성향의 재판관이 추가로 합류할 때 선고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같은 점을 비춰 보면 중도 성향의 재판관 중 일부가 ‘낙태죄 위헌’에 가담한 것이 아니냐는 예상이 따라온다. 여성의 자기결정권 보장에 인색한 보수 성향의 조용호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을 제외한 중도보수 성향의 재판관들이 ‘캐스팅 보트’(casting vote·가부 동수인 상황에서 결정권을 가지는 제3자) 역할을 하는 셈이다. 대표적으로 비록 진보적이지는 않지만, 여성으로서 여성 인권 신장에 최소한의 역할은 해줄 것으로 기대받는 이선애 재판관이 꼽힌다.

 

예상치 못한 재판관이 캐스팅 보트가 될 수도 있다.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이종석 재판관은 지난해 9월 낙태죄에 관한 질문을 받지 않았지만, 동성애 관련 질문에 “어쨌든 개인적인 성적 취향에 관한 문제니까 개인의 자유 영역에 맡겨 두고 국가가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아닌가”라고 답했다. 낙태죄가 밀접하게 연결된 자기운명결정권 역시 ‘개인의 자유 영역’에서 비롯되는 기본권이라는 점에서 이 후보자가 개인 성향과 상관없이 낙태죄를 위헌이라고 볼 여지가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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