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오신다” 한마디에 멱살 잡고 “네 수준” 교사의 훈육, 어디까지인가
“선생님 오신다” 한마디에 멱살 잡고 “네 수준” 교사의 훈육, 어디까지인가
교실에서 벌어진 이 폭력은 '사랑의 매'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범죄'일까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선생님 오신다”는 한마디에 멱살을 잡히고, 수십 명의 친구들 앞에서 “네 수준”이라는 폭언까지 들어야 했던 한 고3 학생의 사연이 법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
교사의 행위가 교육의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지, 법의 심판대에 오를지 주목된다.
“선생님 온다 했지?” 교실에서 벌어진 멱살잡이와 폭언
충남의 한 자율형 사립고 3학년 A군은 최근 종례 시간, 악몽 같은 일을 겪었다.
교실에 들어서는 담임교사를 보고 “선생님 오신다”고 외친 것이 발단이었다. 교사는 A군의 존댓말을 반말로 잘못 듣고는 “선생님 온다라고 한 놈 나와”라며 고성을 질렀다.
교사는 해명할 틈도 주지 않고 A군의 멱살을 잡고 거세게 흔들었다. A군이 “왜 그러십니까”라고 묻자, 교사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선생님한테 ‘왜 그러십니까’라고 했어?”라며 멱살을 놓은 교사는 반 학생 전원이 지켜보는 앞에서 A군의 인격을 짓밟는 말을 쏟아냈다.
“네 발음이 잘못됐다”, “네가 선생님을 개XX으로 본다”, “사람이 하는 말은 수준을 드러내는데 너는 딱 그 정도다.” 교실의 공기는 싸늘하게 얼어붙었고, A군은 친구들 앞에서 씻을 수 없는 모멸감을 느껴야 했다.
교실에는 CCTV가 없어 당시 상황은 오직 A군과 친구들의 기억 속에만 남았다.
멱살 잡고 “네 수준” 이게 정말 '훈육'입니까?
대학 입시를 앞둔 A군은 졸업 후 법적 조치를 고민하며 변호사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교사의 행위가 교육활동의 범주를 넘어선 명백한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멱살을 잡고 흔든 행위는 형법상 폭행죄(제260조)에, 다수의 학생 앞에서 A군의 인격을 깎아내린 발언은 모욕죄(제311조)에 해당한다는 분석이다.
교사가 ‘훈육 목적의 정당행위’였다고 주장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법무법인 한별의 김전수 변호사는 “수업지도나 훈육이라 하더라도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수준을 벗어나면 정당행위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대법원 판례 역시 교사의 징계나 지도는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하며, 그 방법과 정도가 객관적 타당성을 갖춰야 한다고 본다.
A군의 사례처럼 단순 오해에서 비롯된 신체적 폭력과 공개적 모욕은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CCTV 없는데 처벌될까? “교실의 30명 눈이 증거다”
A군이 가장 우려한 지점은 CCTV 등 물적 증거의 부재였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피해자의 진술과 목격자들의 증언만으로도 충분히 유죄 입증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선승의 안영림 변호사는 “CCTV가 없더라도 피해자의 진술, 목격자의 진술 등으로 유죄 판단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피해자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다수 목격자들의 증언이 이를 뒷받침할 경우 그 증거능력은 충분히 인정된다는 것이다.
“입시 끝나고 고소” 잘못하면 '6개월' 놓쳐 처벌 못 한다
당장의 불이익을 우려해 졸업 후 대응을 고민하는 A군에게 변호사들은 ‘시간’이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폭행죄의 공소시효는 5년이지만, 모욕죄는 ‘친고죄(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범죄)’에 해당해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고소해야 처벌이 가능하다.
법무법인 오율의 전경석 변호사는 “수능 시험을 보고 난 후에 바로 고소를 준비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조진희 변호사 역시 “대학 입시 후 진행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며 “시간이 지나면 선생님의 변명이 먹힐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고 즉각적인 대응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증거는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지고, 증인인 학생들의 기억이 왜곡되거나 진술을 꺼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