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만원 결제, 수강은 단 2번'…학원 환불 거부에 법률가들 "명백한 위법"
'600만원 결제, 수강은 단 2번'…학원 환불 거부에 법률가들 "명백한 위법"
"등록 한 달 지나 환불 불가" 학원 자체 규정, 법보다 위에 있나…수강생 A씨의 억울한 사연과 법적 구제 절차 집중 분석

A씨가 600만원 학원 강의료를 낸 뒤 두 번 밖에 듣지 않고 환불을 요구했는데, 학원측은 환불을 거부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딱 두 번 들었는데 600만원 환불 0원?…'학원 환불 불가' 규정, 믿어도 될까
미래를 위한 투자라 믿었던 600만원이 악몽으로 변하는 데는 두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A씨는 지난 1월 중순, 46주 과정의 전문 교육 강의를 600만 원에 결제하며 미래를 위한 투자를 감행했다. 2월 1일 강의가 시작됐지만, 바쁜 일정 탓에 3월 중순까지 온라인으로 단 두 개의 강의를 들은 것이 전부였다.
더 이상 수강이 어렵다고 판단한 A씨는 3월 16일 학원에 환불을 요청했다. 하지만 학원의 답변은 싸늘했다. "학원 규정상 등록일 기준 한 달이 지나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A씨는 "아직 공개되지도 않은 강의가 39주치나 남았는데, 어떻게 한 푼도 돌려줄 수 없다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가슴을 쳤다.
불공정 약과 조항은 무효 될 수 있어
임원재 변호사는 학원의 '환불 불가' 주장을 한마디로 일축했다. 그는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이하 학원법)에 따라, 총 교습 시간의 3분의 1이 지나기 전에 수강을 포기하면 이미 낸 교습비의 3분의 2를 돌려줘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이 규정은 당사자 간 합의로도 효력을 없앨 수 없는 '강행법규'(법적 효력이 매우 강한 규정)에 해당한다. 임 변호사는 "학원의 자체 규정이나 약관보다 법이 무조건 우선 적용된다"며 "만약 학원이 5일 이내에 환불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300만 원의 과태료 처분까지 받을 수 있는 사안"이라고 경고했다.
법률사무소 온직의 고민성 변호사는 다른 각도에서 학원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그는 "학원의 일방적인 환불 불가 계약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상 소비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불공정 약관 조항으로, 그 자체가 무효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법원의 판결 흐름 역시 소비자의 손을 들어주는 추세다. 과거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등록 후 어떤 경우에도 환불 불가'와 같은 조항에 대해 "소비자의 정당한 계약 해지 권리를 원천적으로 막는 대표적인 불공정 약관"이라며 무효라고 판결한 바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8나29442 판결).
"520만 원 환불 받는 게 가장 합리적"
그렇다면 A씨는 정확히 얼마를 돌려받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수강하지 않은 기간만큼 돌려받는 '일할 계산' 방식이다. A씨의 경우 총 46주 과정 중 약 6주가 지났으므로, 남은 40주에 해당하는 약 520만 원을 환불받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하지만 학원이 이를 거부할 경우에도 법적 마지노선이 있다. 바로 학원법이 보장하는 최소 환불액이다. 법에 따르면 총 교습 시간의 3분의 1이 지나기 전에는 수강료의 3분의 2, 즉 400만 원을 반드시 돌려받을 권리가 있다. 이는 소비자가 기댈 수 있는 최후의 법적 방어선인 셈이다.
환불 요구 시에는 먼저 '일할 계산'에 따른 520만 원을 주장하되, 학원법상 최소 보장액이 400만 원임을 명확히 인지하고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4단계 대응 전략은?
전문가들은 4단계 대응을 조언한다. 우선, 학원법 시행령과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근거로 학원 측에 공식 환불을 요구하는 '내용증명' 우편을 보내야 한다. 이는 향후 법적 다툼에서 결정적 증거가 된다.
2단계로, 학원이 계속 버틴다면 한국소비자원(1372)에 분쟁 조정을 신청한다. 대부분의 분쟁은 이 단계에서 해결된다. 그럼에도 합의가 불발되면 3단계로 '소액사건심판' 등 법적 소송을 통해 권리를 되찾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관할 교육청에 학원의 위법 행위를 신고해 과태료 처분을 유도하는 것도 강력한 압박 수단이 될 수 있다. 학원의 '관행'이라는 이름 아래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가 잠들어서는 안 된다. A씨의 사례는 부당한 계약에 맞서는 모든 소비자에게, 법이 얼마나 든든한 무기가 될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