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 부부 임신 인터뷰에 "드럽다" 댓글… 벌금 참교육 받았다
동성 부부 임신 인터뷰에 "드럽다" 댓글… 벌금 참교육 받았다
"다른 악플 비판 의도였다" 주장했지만
법원 "성적 수치심 유발"

국내에서 동성 부부로서 첫 임신 소식을 알렸던 김세연(36)·김규진(33)씨 모습. /김규진씨 인스타그램 캡처
2023년 6월 30일 오전 11시 13분, 전북 익산의 한 공장. 직장인 A씨는 잠시 휴대전화를 들여다봤다. 인터넷 포털에는 동성 부부가 임신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밝힌 인터뷰 기사가 올라와 있었다. 기사를 읽던 A씨는 댓글창에 짧은 문장을 남겼다.
“둘이 X고 X고 하겠지? 드럽다.”
아무 생각 없이 뱉어낸 한 줄짜리 댓글. 그러나 이 한 문장은 법정으로 A씨를 이끌었다. 피해자인 동성 부부가 A씨를 고소했고, A씨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성적 욕망을 유발할 목적으로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글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했다는, 이른바 통매음 혐의였다.
법정에 선 A씨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A씨는 자신의 댓글이 다른 악성 댓글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었지, 피해자들을 성적으로 모욕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A씨가 문제 삼았다는 다른 댓글은 "너희들끼리 X고X고 살지 왜 아이를 갖는거지?"라는 내용이었다. 자신의 댓글은 이를 비꼬기 위한 것이었을 뿐, 범행의 고의가 없었다는 항변이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이민영 판사는 A씨의 댓글이 객관적으로 다른 댓글을 비판하는 의미로 보이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A씨의 댓글이 기존 악플에 동조하는 내용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민영 판사는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들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할 경우 피해자들에게 성적수치심 내지는 혐오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내용으로 판단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타인을 비판할 의도였다는 A씨의 주관적 생각과 무관하게, 그 표현 자체가 피해자에게는 성적 수치심과 혐오감을 안겨줬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결국 법원은 A씨에게 벌금 300만 원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동종 전력이 없는 점"을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했지만, 범죄 무게는 가볍지 않았다.
[참고]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2025고정25 판결문 (2025. 7. 24.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