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 3잔 시키고 10명이 점거, 화장실엔 테러… 보복 두려운데 고소할 수 있나요?
음료 3잔 시키고 10명이 점거, 화장실엔 테러… 보복 두려운데 고소할 수 있나요?
업무방해·재물손괴 혐의 검토 가능… 변호사들 “신원 보호 요청하며 법적 대응해야”

한 카페 사장이 장시간 자리를 점거하고 기물을 파손하는 학생들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는 최근 10명 이상의 고등학생 무리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음료 몇 잔만 시킨 채 외부 음식을 먹고, 퇴거 요청에 불응하며, 심지어 화장실을 망가뜨리는 등 보복성 행위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A씨는 법적 대응을 하고 싶지만, 신원이 노출돼 더 큰 보복을 당할까 두려운 상황이다. 이런 경우, 학생들을 처벌하고 가게의 평화를 되찾을 방법은 없을까?
10명 넘는 학생들, 음료 3잔 시키고 자리 점거… 화장실 테러까지
A씨의 가게에 10명이 넘는 고등학생 무리가 나타나기 시작한 건 지난 6월 말이다. 이들은 음료 3~4잔만 주문한 채 장시간 자리를 차지하고 외부 음식을 먹거나 욕설을 했다. A씨가 외부 음식 취식을 제지하고 퇴거를 요청하자, 학생들은 버티며 불응했다. 오히려 가게 앞에서 집단으로 담배를 피우고 매장 안을 노려보는 등 위협적인 행동을 보였다.
학생들의 비행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A씨가 없는 틈을 타 가게를 찾아와 자리를 점령했고, 다른 사람의 영수증을 이용해 본사에 허위 클레임을 제기하기도 했다. 심지어 여자 화장실에 새로 교체한 점보롤 휴지를 통째로 변기에 쑤셔 넣어 막아버리는 '화장실 테러'로 보복했다.
A씨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출동한 경찰은 "음료를 샀으니 강제 퇴거는 어렵다"고 말할 뿐이었다. A씨는 "점주를 만만하게 보고 비웃으며 보복행위까지 서슴지 않는 아이들"이라며 "해코지를 당할까 너무나 두렵고 무섭다"고 호소했다.
업무방해, 재물손괴, 퇴거불응죄 모두 성립 가능
변호사들은 학생들의 행위가 단순한 소란을 넘어 여러 형사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수의 위세로 정상적인 영업을 어렵게 한 행위는 업무방해죄, 화장실 시설을 망가뜨린 것은 재물손괴죄, 정당한 퇴거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은 퇴거불응죄로 처벌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법무법인 우선의 이민철 변호사는 "10명 이상의 무리가 일주일 연속으로 매장을 점거하고 허위 클레임까지 넣은 사안은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 성립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화장실 변기에 점보롤 휴지를 고의로 밀어 넣어 본래의 용도를 해친 행위는 형법상 재물손괴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도모의 김강희 변호사 역시 "단순히 학생들이 오래 머물렀다는 점만으로는 업무방해가 인정되기 어렵지만, 반복적인 욕설과 퇴거 거부, 허위 민원, 화장실 훼손이 보복 목적으로 이어졌다면 일련의 행위를 묶어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음료 샀으니 퇴거 불가"?… 변호사들 "점주에 퇴거 요구 권한 있어"
A씨가 경찰에 신고했음에도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변호사들은 '음료를 샀으니 퇴거가 어렵다'는 현장 경찰의 안내가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크다고 입을 모았다.
이민철 변호사는 "고객이 요금을 지불했더라도 외부 음식 반입 금지 등 매장의 이용 수칙을 위반하고 타인의 이용을 방해한다면, 점주는 시설관리권에 기해 명시적인 퇴거 요구를 할 수 있다"며 "이에 불응할 경우 퇴거불응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더신사 법무법인의 남희수 변호사도 "카페는 불특정 다수에게 열려 있어도 점주가 관리하는 영업장이므로, 질서 문란이나 영업 방해가 있으면 퇴거 요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퇴거불응죄 성립 여부는 당시 상황과 퇴거 요구의 적법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므로 CCTV, 녹취 등 증거를 명확히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보복 두려운데… 신원 숨기고 고소할 수 있을까
A씨의 가장 큰 고민은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다. 법적으로는 고소인의 신원을 피고소인에게 완전히 숨긴 채 사건을 진행하기는 어렵다. 피고소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고소 내용 등을 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원 노출을 최소화하고 신변을 보호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남희수 변호사는 "고소장과 진술서에 인적 사항 노출을 최소화하고, 수사기관에 신변보호와 비공개 취급을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철 변호사는 "실무적으로 수사 과정에서 가명조서를 작성해 거주지나 개인 연락처 노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형사 고소와 함께 민사상 대응을 병행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민철 변호사는 "가해 학생들의 신원이 특정되는 즉시 법정대리인인 부모에게 영업손실 및 기물 파손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내용증명을 발송하여 부모의 개입을 강제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상대방이 고등학생이라고 해서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법률사무소 한강 허은석 변호사는 "상대방이 미성년자라고 하더라도 범죄가 인정되면 사건의 내용과 연령에 따라 형사처벌 또는 소년보호처분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A씨가 CCTV 영상 등 증거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이를 바탕으로 법적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