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가 살짝 물었는데 50만원 달라네요”…개물림 사고, 위자료의 ‘적정 시세’는?
“강아지가 살짝 물었는데 50만원 달라네요”…개물림 사고, 위자료의 ‘적정 시세’는?
치료비 1만원에 50배 위자료 요구…변호사들 “과하지 않다” vs “10만원 선이 적정” 의견 분분, 법원 판례 통해 본 합의금의 모든 것

목줄 없는 반려견이 행인을 문 경우 견주가 지급해야 할 적정 합의금은 얼마일까?/셔터스톡
목줄 없는 산책이 부른 50만원 청구서, 당신의 반려견은 안녕하신가요?
눈 오는 날, 잠시 목줄을 풀어준 반려견이 행인을 물었다. 다행히 상처는 피멍이 든 정도에 그쳤고, 병원비도 1만원 남짓 나왔다. 견주는 거듭 사과하며 치료비와 교통비는 물론, 위로금까지 건넬 생각이었다.
하지만 피해자는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이유로 위자료 30만~50만원을 요구했다. 견주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상처에 비해 너무 과한 금액 아닐까?’
이처럼 예기치 못한 반려견 물림 사고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다. 견주의 법적 책임은 어디까지이며, 피해자가 요구하는 합의금은 과연 적절한 수준일까. 변호사들의 자문과 법원 판례를 통해 그 해법을 들여다봤다.
“잠깐인데 괜찮겠지”…무거운 ‘동물 점유자’의 책임
법률 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견주의 책임을 명확히 했다. 우리 민법 제759조(동물의 점유자의 책임)는 동물이 타인에게 가한 손해를 점유자가 배상하도록 규정한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거나 ‘잠깐’이었다는 항변은 통하지 않는다. 목줄을 풀어놓은 행위 자체가 ‘보관에 상당한 주의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법적 분석에 따르면, 법원은 동물 점유자의 책임을 사실상 무과실에 가까운 ‘위험책임’으로 본다. 목줄 착용과 같은 기본적인 안전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는 동물보호법상 외출 시 목줄을 채워야 하는 의무를 위반한 것이기도 해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될 수도 있다.
“50만원? 비싸지 않다” vs “10만원 선이 적정”…변호사들의 엇갈린 시선
그렇다면 적정 합의금은 얼마일까. 이 지점에서 변호사들의 의견은 미묘하게 갈렸다. 다수의 변호사는 피해자의 요구가 과하지 않다고 봤다.
라미 법률사무소 이희범 변호사는 “형사고소하고 그러면 견주가 더 피곤해진다”며 “30만원이면 비싸지 않은 금액”이라고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길의 길기범 변호사 역시 “개물림 사고로 전치 2주 정도 상해의 경우 재판으로 갈 경우 위자료가 100만원 정도 인정된다”며 30만~50만원 요구는 과하지 않으니 합의하는 편이 낫다고 설명했다. 로티피 법률사무소 최광희 변호사는 한발 더 나아가 “벌금으로도 100만원 이상이 나오는 사건”이라며 합의금 요구가 “오히려 매우 낮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는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그는 “실제 상해 정도와 치료비용에 비해 요구하시는 위자료 금액이 다소 높게 느껴지는 점 이해한다”며 운을 뗐다. 이어 “유사 판례들을 보면 이 정도 상해의 경우 통상 10만~15만원 선에서 위자료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치료비를 더한 금액 선에서 원만한 합의를 시도해볼 것을 권했다.
법원이 매기는 ‘고통의 가격’, 판례 속 위자료는 수백만원
변호사들의 의견이 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법원이 인정하는 ‘정신적 손해(위자료)’의 무게 때문이다. 실제 법원 판결을 보면, 상처의 정도에 비해 위자료 액수는 상당히 높게 책정되는 경향이 있다.
최근 판례를 보면 ▲진돗개가 행인의 팔을 물어 2주간 치료가 필요했던 사건에서 위자료 80만원(대전지법) ▲풍산개가 다리를 물어 3주간 치료를 받은 사건에서 위자료 300만원(수원지법) ▲목줄 없는 개가 안면부를 물어 찰과상을 입힌 사건에서 위자료 200만원(서울중앙지법) 등이 인정됐다. 실제 치료비와는 비교할 수 없는 큰 금액이다.
이러한 판례들은 소송으로 비화될 경우 견주가 부담해야 할 금액이 훨씬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변호사들이 ‘차라리 합의하라’고 조언하는 배경이다.
소송 피하는 ‘합리적 합의선’은?…“25만~35만원이 적정”
종합하면, 피해자가 요구한 30만~50만원은 경미한 상처에 비춰 다소 높아 보일 수 있지만, 소송까지 갈 경우의 위험 부담을 고려하면 완전히 비합리적인 금액은 아니다. 법률 전문가들은 치료비 실비(약 2만원)와 교통비를 포함해 총 25만~35만원 선에서 합의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합의 과정과 마무리다. 합의 시에는 반드시 “이 사건과 관련하여 향후 어떠한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포함한 합의서를 작성해 분쟁의 불씨를 완전히 꺼야 한다. 한순간의 방심이 값비싼 대가로 돌아올 수 있다는 교훈과 함께, 외출 시 목줄 착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점을 모든 반려인이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