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수사, 진술 번복 독이 될까?…12만원 더 받은 사실, 지금이라도 밝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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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수사, 진술 번복 독이 될까?…12만원 더 받은 사실, 지금이라도 밝혀야 하나

2025. 10. 04 11:20 작성
박국근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gg.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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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익 알바로 휴대폰 개통해줬다 보이스피싱 공범 혐의

경찰 조사 후 12만원 차액 뒤늦게 발견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고수익 아르바이트라는 말에 휴대폰을 개통해줬다가 보이스피싱 공범으로 몰린 A씨. 경찰 조사를 마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것도 잠시, A씨는 조사에서 진술한 것보다 12만원을 더 받은 사실을 뒤늦게 알게됐다. 단순한 기억 착오로 치부하기엔, 이 12만원은 A씨의 고의성을 판단하고 형량을 결정할 핵심 열쇠가 될 수 있다.


진술 번복, 독이 될까 약이 될까?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두 달간 6차례에 걸쳐 휴대폰을 개통해주고 74만원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영상녹화 조사까지 모두 마친 뒤였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 통장 내역을 다시 살피던 A씨의 심장은 그대로 멈추는 듯했다. 상대방이 ‘요금 값’이라며 매번 2만원씩 더 보내준 총 12만원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받은 돈은 86만원이었다.


'이제 와서 사실대로 말하면, 돈을 숨기려 했다고 오해받지 않을까?’, ‘괘씸죄가 적용돼 더 무거운 처벌을 받는 건 아닐까?’ 반대로 입을 다물자니, 언젠가 터질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기분이었다. A씨의 고민은 형량을 좌우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양형 전략 문제로 번졌다.


정직이 최선의 방어…자진 신고로 반성 태도 보여라

법무법인 도모 김상훈 변호사는 "먼저, 그리고 솔직하게 밝히라"고 강력히 조언했다. 이는 단순한 윤리의 문제가 아닌, 가장 효과적인 법적 방어 전략이라는 것이다. 김상훈 변호사에 따르면, 수사기관은 계좌추적을 통해 A씨의 모든 금융 거래를 손금 보듯 들여다볼 가능성이 99%에 가깝다.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는 “수사관이 차액을 먼저 발견해 추궁하는 순간, A씨의 모든 진술은 신뢰를 잃게 된다”며 “고의로 범죄 수익을 축소했다는 의심은 범행 자체도 고의성이 짙다는 심증으로 이어지기 쉽다”고 경고했다.


이성준 변호사는 “먼저 연락해 ‘기억 착오가 있었다’며 정정하는 것은 진지한 반성의 태도를 보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며 “이는 양형에서 결정적인 유리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마라…묻기 전엔 침묵하라는 신중론

반면, 굳이 먼저 나설 필요는 없다는 신중론도 존재했다. 12만원이라는 금액이 전체 범죄 수익(86만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양형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묻지도 않은 사실을 먼저 꺼내는 것이 오히려 수사관의 불필요한 의심을 살 수 있다”며 “만약 추후 질문을 받게 되면 그때 실수로 누락했다고 설명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법무법인 창세 박영재 변호사 역시 “질문을 받으면 즉시 바로잡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며, 선제적 대응보다는 정직한 사후 대응을 권했다. 이 전략의 핵심은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되, 거짓말이라는 최악의 수는 피하라는 것이다.


설마 하는 순간 당신도 공범…미필적 고의의 무서움

A씨가 12만원보다 더 두려워해야 할 것은 ‘미필적 고의’라는 법률적 덫이다. ‘미필적 고의’란, 내 행동이 범죄에 사용될 수 있음을 어렴풋이 알면서도 ‘설마 별일 있겠어?’라며 용인하는 심리 상태를 말한다.


법무법인 공명 김준성 변호사는 “상식적으로 돈을 받고 타인 명의의 휴대폰을 개통해주는 행위의 위험성은 누구나 인지할 수 있다”며 “수사기관과 법원은 보이스피싱에 쓰일 줄은 몰랐다는 주장을 거의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12만원의 진술 태도가 중요해진다. 만약 A씨가 12만원을 숨기려 한 정황이 드러난다면, 재판부는 ‘범죄 수익을 축소하려 한 것을 보니, 범행의 불법성에 대한 인식도 명확했을 것’이라며 미필적 고의를 더욱 쉽게 인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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