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상담만 받았어도 비밀 보장될까? 변호사·사무장 책임 범위는
로펌 상담만 받았어도 비밀 보장될까? 변호사·사무장 책임 범위는
정식 수임 전 상담 내용 유출 시 법적 책임은? 변호사법·형법상 비밀유지의무, 변호사뿐 아니라 사무장 등 직원에게도 적용... 전문가들 '변호사 직접 상담' 권고

로펌은 정식 계약 전 상담 단계부터 변호사법과 형법에 따라 변호사는 물론 사무직원까지 강력한 비밀유지 의무를 진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로펌 문턱을 넘는 순간부터 당신의 비밀은 법의 보호를 받는다, 설령 정식 계약 전이라도 그렇다.
법률 문제로 속을 끓이다 용기를 내 로펌을 찾은 A씨. 정식으로 변호사를 선임하기 전, 여러 곳에서 상담을 받으며 털어놓은 내밀한 이야기가 혹시 새어 나가지는 않을까 밤잠을 설친다. 변호사에게만 비밀유지 의무가 있는지, 상담을 진행한 사무장도 입을 무겁게 다물어줄지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A씨의 걱정은 기우다. 법률 전문가들은 정식 계약 여부와 상관없이 상담 단계부터 변호사는 물론 사무직원에게도 강력한 비밀유지의무가 발생한다고 입을 모은다.
"계약서 안 썼는데..." 상담만으로 발생하는 '철통' 비밀유지의무
"수임 전 상담 단계부터 비밀유지의무가 적용되기에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법무법인 반향의 정찬 변호사는 단언한다. 이는 변호사법 제26조에 명시된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에 근거한다.
법원은 이 '직무'의 범위를 매우 넓게 해석한다. 정식 계약 전 상담 역시 변호사의 직무 활동으로 보고, 이 과정에서 알게 된 내용은 모두 비밀유지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96다16605) 역시 계약서가 없더라도 신뢰 관계의 특성상 묵시적으로 비밀유지 의무를 부담한다고 본다.
법률사무소 조이의 윤관열 변호사도 "정식으로 사건을 수임하지 않은 상태라 하더라도, 상담 과정에서 알게 된 의뢰인의 정보에 대해 변호사는 법적으로 비밀유지의무를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변호사 뒤의 '그림자', 사무장도 비밀 지켜야 할까?
그렇다면 변호사가 아닌 사무장이나 일반 직원은 어떨까. 이들 역시 비밀유지의무에서 자유롭지 않다. 형법 제317조(업무상비밀누설죄)는 변호사뿐만 아니라 '그 직무상 보조자'가 업무 중 알게 된 타인의 비밀을 누설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등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여기서 '직무상 보조자'는 사무장과 사무직원을 명백히 포함한다. 캡틴법률사무소의 박상호 변호사는 "변호사 뿐만 아니라 사무장 또는 직원 또한 업무상비밀유지의 책임을 지니고 있으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만약 직원이 비밀을 누설해 의뢰인에게 손해가 발생하면, 해당 직원은 물론이고 사용자책임(민법 제756조)에 따라 로펌 역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상담은 사무장이..." 전문가들이 경고하는 이유
법적 책임과는 별개로, 다수의 변호사들은 '사무장 상담'의 관행 자체에 우려를 표했다. 법률 상담은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인데, 변호사가 아닌 사무장이 이를 주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로티피 법률사무소의 최광희 변호사는 "사무장과 상담을 해야 하는 로펌이라면 기본적으로 배제하길 권한다"며 "사건을 맡긴 이후에도 사무장과만 소통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경고했다.
법률사무소 새율의 윤준기 변호사 역시 "변호사가 아닌 사무장이 단독으로 상담을 진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며 "의뢰인의 권리 보호를 위해서는 변호사가 직접 상담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내 비밀이 새어 나갔다면? 형사고소·손해배상 '3종 세트'
만약 최악의 경우 상담 내용이 유출됐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법률 전문가들은 즉각적인 법적 조치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비밀을 누설한 변호사나 직원을 형법상 업무상비밀누설죄로 형사 고소할 수 있다.
이와 별개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도 가능하다. 특히 변호사가 직접 비밀을 누설했다면 대한변호사협회에 징계를 청구해 변호사 자격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결국 로펌의 문을 두드리는 순간부터 의뢰인의 비밀은 법의 강력한 보호 아래 놓이게 되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