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불법촬영한 아들, 증거 폰 부순 경찰 아빠...징역 5년 중범죄인데 가족이라 괜찮다?
교사 불법촬영한 아들, 증거 폰 부순 경찰 아빠...징역 5년 중범죄인데 가족이라 괜찮다?
불법촬영 아들 폰 박살 낸 경찰 아빠
'친족 특례'가 만든 비뚤어진 부정

11일 오전 광주경찰청에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팀이 압수수색을 마친 뒤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현직 경찰 간부가 불법촬영을 한 아들의 휴대전화를 폐기했지만, 친족상도례로 형사 처벌은 피할 전망이다.
지난 5월, 한 고등학생이 담임 교사 신체를 불법 촬영한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이 학생은 수사 기관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불법 촬영 범행 사실을 모두 인정했으며, 지난달 말 검찰에 송치됐다.
하지만 이 사건 이면에는 또 다른 충격적인 사실이 있었다. 범행에 사용된 아들의 휴대전화를 직접 파손한 뒤 폐기한 사람이 바로 학생의 아버지이자 현직 경찰 간부(경감)였던 것이다.
아들의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경찰이 직접 나서 증거를 훼손한 이 사건은 대중의 강한 공분을 사고 있다.
최대 징역 5년 중범죄지만⋯ '친족 특례'가 만든 면죄부
29일 방송된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따르면, 현재 현직 경감인 아버지는 증거인멸 혐의로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다. 타인의 형사 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거나 은닉하는 범죄는 최대 징역 5년까지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에 해당한다.
그러나 법조계 전문가들은 해당 경감이 형사 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는 현행법상 친족을 위해 증거를 인멸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친족 특례' 조항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을 보호하려는 인간의 본성을 법으로 처벌하기 가혹하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조항이 역설적으로 경찰관 아버지의 법적 방패가 된 셈이다.
형사 처벌은 피해도 '조직 중징계'는 불가피
그렇다면 국가의 녹을 먹는 경찰관이 범죄 증거를 인멸하고도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형사 재판과 별개로 경찰 내부 징계는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찰 감찰 조사에서는 크게 3가지 핵심 사안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 해당 간부가 수사 정보를 사적으로 이용하거나 내부에서 제공받았는지 여부.
- 증거 인멸이나 훼손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여부.
- 공무원으로서 품위유지 의무와 성실 의무를 얼마나 위반했는지 여부.
앞선 두 가지 쟁점은 형사 재판을 통해 사실관계가 확정되어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지만, 품위유지와 성실 의무 위반 여부는 범죄 혐의의 성립 여부와 상관없이 독자적인 판단이 가능하다.
민관기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은 방송 인터뷰에서 "경찰관으로서의 행동으로 인해 형사 처벌은 받지 않지만, 우리 조직의 큰 신뢰에 손해를 끼쳤다든가 조직의 명예를 훼손했다면 품위유지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성실 의무 부분도 이해 충돌 상황에서의 적절한 행동 여부가 관건"이라며 "두 의무 위반이 같이 묶여 갈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장윤기 사건에 이어 두 번째로 발생한 유사 사건인 만큼, 경찰 내부에 경종을 울린다는 차원에서 중징계가 내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수면 위로 드러난 경찰 가족 연루 범죄⋯ 117건 추가 적발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경찰 조직 전체의 투명성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경찰은 최근 이른바 '장윤기 사건'을 계기로 경찰 가족이 연루된 사건에 대한 전수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경찰은 이 밖에도 관련 사건 117건을 추가로 확인했으며 이 가운데 44건은 다른 경찰서나 시·도 경찰청으로 이관하여 징계 여부를 엄격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수면 아래 묻혀 있던 '제 식구 감싸기' 문제들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친족이라는 이유로 범죄 은폐가 용인되고 징계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국민의 오해와 불신이 커지는 것은 물론 사실상 강력 범죄를 방조하는 참담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법망을 교묘히 피해 간 경찰 아빠의 비뚤어진 부정이 경찰 조직 전체에 무거운 숙제와 쇄신 필요성을 던져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