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재우라"는 전처, "안 된다"는 내 부모…이혼 아빠의 눈물
"집에서 재우라"는 전처, "안 된다"는 내 부모…이혼 아빠의 눈물
숙박 면접교섭 딜레마, '합의'와 '법적 의무' 사이 아슬아슬한 줄타기

조정이혼 후 부모님 댁에 살아 아이를 재울 수 없는 아버지가 면접교섭 이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조정이혼 후 부모님 댁에 사는 아빠가 면접교섭 때 "아이를 재우라"는 전처 요구에 속수무책이다.
전문가들은 "조정조서는 원칙"이라면서도 "억지 숙박은 아동 복리를 해친다"고 말한다. 또한 협의 안 되면 '1회 40만원' 위자료 폭탄 맞을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상황이 안 돼도 무조건 재워야 합니까?"
조정이혼 후 아이들과의 만남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한 아버지. 그에게 법원이 허락한 면접교섭권(자녀를 직접 양육하지 않는 부모가 자녀와 만날 수 있는 권리)은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러나 이혼 후 부모님 댁에 거주하는 그에게 '숙박'이라는 현실의 벽이 가로막았다. 전처는 조정 내용대로 한 달에 두 번 아이들을 재워줄 것을 요구했지만, 그의 부모는 "손주들이 오는 건 좋지만, 집에서 자고 가는 건 안 된다"며 반대했다.
아이들을 보고 싶은 마음과 부모님을 설득할 수 없는 현실 사이에서, 그는 "제 상황이 여의치 않아도 면접교섭으로 꼭 한달에 두번 재워야 되는건가요?"라며 법률 전문가들에게 절박한 질문을 던졌다.
"원칙은 조정조서"… 그러나 협상의 문은 열려있다
전문가들은 조정조서가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기에 원칙적으로는 기재된 내용을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대화의 여지조차 없는 것은 아니다.
고순례 변호사는 "물론 애엄마랑 협의가 된다면 조정내용 변경이 가능하지만, 애엄마가 협의를 안해주면 조정조서대로 해야 합니다"라고 조언했다. 무조건적인 이행보다는 '협의'가 선행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조정조서의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안재영 변호사는 "별도로 숙박면접에 대한 내용이 합의되지 않았다면, 이를 상대방 측에서 요구한다고 하여, 바로 이에 응해야 하는 의무가 발생하지는 않습니다"라며, "이는 두 사람이 협의하고, 그에 따라 진행하셔야 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억지 숙박은 '아이 학대'…"자녀의 복리가 최우선"
법적 의무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중요한 가치는 바로 '자녀의 복리'다. 면접교섭권의 궁극적 목적은 이혼 후에도 아이가 부모 모두와 교감하며 정서적으로 안정되게 성장하도록 돕는 데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불편한 환경에서의 억지 숙박은 아이에게 오히려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미옥 변호사는 "비양육자의 사정이 여의치 않아 숙박면접을 원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숙박면접을 강권하는 것은 아이들에게도 불편한 상황으로, 복리에 부합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규덕 변호사는 "숙박 없이 주간면접으로 대체하는 방안"이나 "면접횟수를 늘리되 숙박은 하지 않는 방식"으로 조정하는 등 대안적 협의를 제안해다. 정복연 변호사는 "피치 못할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설득하시길 권합니다"라며 진솔한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버티면 그만? '회당 40만원' 위자료 판례의 경고
만약 협의가 결렬되고, 아버지가 일방적으로 숙박 면접을 거부하면 어떻게 될까. 고순례 변호사는 "면교를 조정대로 하지 않았다고해서 애엄마가 강제할 방법은 없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물리적으로 아이들을 데려가 재울 수는 없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것이 법적 책임까지 면제해주는 것은 아니다. 그는 곧바로 "그런 사유로 나중에 면접교섭을 아예 거부할 수도 있고, 그러면 가정법원에 아빠가 이행명령청구를 해야하고, 두 사람의 다툼이 계속 반복될 수 있습니다"라며 더 큰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실제 법원은 정당한 사유 없이 면접교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를 불법행위로 보고 위자료를 부과하기도 한다. 한 판례(수원지방법원 2021나77449 판결)에서는 면접교섭 의무를 어긴 측에 '1회당 4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결국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솔직하게 설명하고 대안을 찾는 대화를 시도하되, 협의가 불가능하다면 가정법원에 '면접교섭 변경 신청'을 통해 합법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고 조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