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바람피운 일로 “합의금 400만원 안 주면 민원 넣겠다”는 전 연인, 공갈죄 될까?
과거 바람피운 일로 “합의금 400만원 안 주면 민원 넣겠다”는 전 연인, 공갈죄 될까?
은행 찾아갈 날짜까지 잡고 “화요일까지 입금 안 되면…” 압박, 녹음 파일도 있는 상황

전 연인이 직장에 민원을 넣겠다며 합의금을 요구하자, 변호사들은 공갈미수죄가 될 수 있으니 돈을 주기보다 증거를 확보해 법적 대응을 준비하라고 조언했다. / AI 생성 이미지
은행원 B씨는 약 1년 전 만났던 전 연인 A씨 때문에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최근 A씨가 B씨에게 현재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B씨의 직장인 은행에 A씨가 과거에 바람을 핀 사실을 가지고 민원을 넣겠다며 합의금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A씨는 B씨의 현재 여자친구에게 먼저 “합의금으로 200만원 정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며 공동 대응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러자 A씨는 독자적으로 은행에 민원을 제기하겠다며 B씨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합의 과정에서 B씨 측이 제시한 금액이 마음에 들지 않자 “그럼 그냥 민원 넣을게요”라고 말했고, 결국 400만원을 요구했다.
A씨는 “화요일까지 합의금 입금이 안 되면 다시 은행 찾아가야죠”라며 지급 기한까지 못 박았다. B씨 측은 이런 대화 내용을 모두 녹음해두었다. B씨는 A씨의 요구대로 합의금을 줘야 할까, 아니면 A씨의 행동을 공갈죄로 문제 삼을 수 있을까?
“합의금 맘에 안 드니 민원 넣겠다”…점점 커진 요구
사건의 발단은 A씨가 B씨의 현재 여자친구에게 연락하면서 시작됐다. A씨는 “같이 합의금을 받자”고 제안했지만, B씨의 여자친구는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다”며 민원 제기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했다.
하지만 A씨는 단독으로 은행 지점장에게 민원을 넣겠다며 두 차례나 방문 예약을 잡았다. B씨가 직접 만나 합의를 시도하자, A씨는 자신의 피해뿐 아니라 B씨의 여자친구와 관련된 제3자의 금융 피해 주장까지 민원에 포함하겠다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합의 과정에서 B씨 측이 먼저 금액을 제시했지만, A씨는 액수가 만족스럽지 않자 “그럼 그냥 민원 넣겠다”며 사실상 민원 제기를 조건으로 더 큰 금액을 요구했다. 결국 A씨는 400만원을 요구하며 특정 날짜까지 입금하라고 통보했다.
변호사들 “정당한 권리행사 넘어선 협박, 공갈미수 검토 가능”
변호사들은 A씨의 행동이 단순한 합의 요구를 넘어 공갈미수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민원 제기 자체는 정당한 권리일 수 있지만, 이를 금전 취득을 위한 압박 수단으로 사용했다면 법적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해답 김무룡 변호사는 “민원 제기라는 정당한 권리행사를 빌미로 금전 지급을 압박하고, 지급하지 않으면 다시 민원을 넣겠다고 명시적으로 연결지은 부분이 핵심”이라며 “공갈죄로 다툴 수 있는 사안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쉴드 조재황 변호사 역시 “권리행사를 금전 요구의 수단으로 결부시키고 합의금 액수에 따라 민원 제기 여부를 조정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부분은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벗어난 협박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다”고 봤다. 실제 돈이 오가지 않았으므로 공갈미수죄로 검토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제이디종합법률사무소 전종득 변호사는 “정당한 권리자라도 권리행사를 빙자하여 협박하고 그 결과 재물을 받으면 공갈죄가 성립할 수 있다”며 “신고·민원 제기를 하지 않는 대가로 합의금을 요구한 사안에서 공갈미수가 인정된 사례가 있다”고 짚었다.
섣불리 합의금 주지 말고 법적 대응 준비해야
변호사들은 B씨가 A씨의 요구에 따라 섣불리 400만원을 지급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도결 이환진 변호사는 “섣불리 합의금을 지급하면 분쟁이 종결되지 않고 추가 요구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며 “우선 녹음, 문자 등 증거를 정리해 두고 대응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부 변호사들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는 “은행원 측이 먼저 합의를 요청하고 금액까지 먼저 제시했다는 사정은 상대방이 정상적인 합의 협상이었다고 주장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A씨에게 실제로 민원을 제기할 만한 피해가 존재한다면 단순한 합의금 협상으로 평가될 여지도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법무법인 성진 김진아 변호사는 “‘돈을 주지 않으면 은행에 민원을 넣겠다’는 방식으로 상대방에게 불이익을 고지하면서, 실제 권리범위를 넘어 금전을 취득하려 했다면 공갈이 문제 될 수 있다”며 “400만원을 서둘러 지급하기보다 전체 녹취 등을 변호사에게 검토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