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엄마가 그따위로 가르쳤냐"…녹취 없어도 '괴롭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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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엄마가 그따위로 가르쳤냐"…녹취 없어도 '괴롭힘'일까?

2026. 03. 06 11:26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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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없지만 '눈물의 퇴사요청'…간접증거로 싸우는 법

한 청년이 상사의 폭언으로 정규직을 포기하고 노동청에 진정서를 냈지만, '증거가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 AI 생성 이미지

"니 엄마가 그따위로 가르쳤냐"는 상사의 폭언에 정규직을 포기한 한 청년. 노동청에 진정서를 냈지만 "증거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녹음 파일 하나 없는 절망적인 상황, 과연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


변호사들은 직접 증거가 없더라도 '결정적 정황'이 있다면 직장 내 괴롭힘을 입증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눈물로 호소했던 그날의 기록과 퇴사 요청 문자가 법정에서 어떤 힘을 발휘할지 짚어본다.


"네 편은 아무도 없다"…정규직 포기케 한 그날의 폭언


공장 야간근무 중이던 A씨의 귀에 어머니뻘 고참 동료의 폭언이 꽂힌 것은 지난 2월 12일이었다. "니 엄마가 그따위로 가르쳤냐", "어린놈이 감히 어른 가르치려 든다"는 인격 모독적 발언이 쏟아졌다. "너같은게 밖에가서 말해봤자 누가 믿을것 같냐", "여기서 네편 아무도 없다"는 말은 A씨를 깊은 고립감으로 몰아넣었다.


A씨는 사건 직후 조장에게 보직 변경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과장에게 찾아가 엉엉 울면서 "보직변경 아니면 퇴사해야 할 것 같다"고 호소했다. 과장은 마지못해 자리를 옮겨주며 "그냥 참으라"고만 했다.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할 것이라 직감한 A씨는 결국 다음 날인 13일, 문자로 퇴사를 요청했다.


'녹취 없으면 끝?'…변호인단이 주목한 '결정적 정황들'


A씨의 발목을 잡은 것은 '증거 부족'이었다. 현장에는 CCTV가 없었고, 휴대전화 반입이 금지돼 녹취도 불가능했다. 목격자들은 회사 측의 압박으로 입을 닫았다.


그러나 변호사들은 '직접 증거'가 없다고 포기하기엔 이르다고 조언한다. 다수의 변호인들은 A씨가 들은 폭언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신체적 혹은 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정준현 변호사)이자, '지위 우위를 이용한 업무상 적정 범위 초과 행위'(이주성 변호사)로, 전형적인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녹취 파일 대신 A씨의 '사건 직후 행동'을 유력한 간접 증거로 꼽았다. 정준현 변호사는 "사건 직후 상급자들에게 보직 변경과 퇴사를 요청하며 울먹였던 정황과, 당시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등은 유력한 간접 증거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변호사들은 ▲상급자 2명에게 즉시 보고한 사실 ▲사건 이후 받은 정신과 진료 기록이나 심리 상담 내역 ▲피해 사실을 털어놓은 가족·지인과의 대화 기록 등을 확보해 진술의 신빙성을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회사의 '조사 미흡'도 책임 사유…'일관된 진술'이 무기


전문가들은 가해자의 폭언뿐만 아니라 회사의 미흡한 대처 역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한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은 직장 내 괴롭힘 인지 시 회사가 지체 없이 객관적인 조사를 하도록 규정한다.


A씨가 상급자에게 피해를 호소했음에도 "그냥 참으라"고 하거나, 사측 조사에서 관련자들이 모두 부인하는 상황을 방치한 것은 회사가 보호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김강희 변호사는 "사측이 내부 조사를 부인하고 동료 증언을 막는 것은 회사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괴롭힘이 인정되면 가해자 징계는 물론 회사의 책임도 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4월 1일 노동청 조사를 앞둔 A씨에게 변호사들은 '일관되고 구체적인 진술'을 주문했다. 전종득 변호사는 "4월 1일 조사에는 위 자료를 '시간순'으로 준비해 가시면 좋다"고 조언했으며, 여러 변호사들은 폭언의 내용과 시간, 장소,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과 퇴사 결심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노동청에서 괴롭힘이 인정될 경우, 이를 근거로 가해자에 대한 형사상 모욕죄 고소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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