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링크만 걸었을 뿐?" 레드버스 면책공고, 수사 시작되면 '유죄 증거'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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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링크만 걸었을 뿐?" 레드버스 면책공고, 수사 시작되면 '유죄 증거' 된다

2025. 12. 26 15:58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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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거주자용'이라던 플랫폼의 착각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가리키는 형사처벌의 실체

레드버스의 "링크만 제공하므로 책임 없다"는 면책공고는 대법원 판례상 형사처벌 면제 사유가 되지 않으며, 오히려 범행 인식을 입증하는 증거로 쓰일 수 있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성인 콘텐츠 정보 플랫폼 '레드버스(RedBus)'는 이용자들에게 "우리는 직접 영상을 호스팅하지 않으며, 외부 링크만 제공하므로 법적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디스클레이머(Disclaimer, 법적 책임을 미리 회피하기 위한 면책공고)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 플랫폼은 미국, 일본 등 성인 콘텐츠가 합법인 국가에 거주하는 한국어 사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불법 촬영물이나 아동 성착취물은 금지하며, 문제가 되는 영상은 신고 후 '최대 7일 이내'에 삭제하겠다는 구체적인 운영 방침도 세웠다.


특히 레드버스는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서버를 해외에 두고, 자신들은 제3자 플랫폼의 영상을 단순 공유하는 '통로' 역할만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의 시각은 서늘하다. 이러한 면책 문구가 실제 수사 단계에서는 면죄부가 아닌, 오히려 운영자의 범행 인식을 증명하는 '유죄의 증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링크만 제공해서 무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반전

많은 플랫폼 운영자가 "직접 업로드하지 않고 링크만 거는 행위는 무죄"라고 믿고 있지만, 이는 이미 과거의 판례다. 대법원은 2021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이 논리에 쐐기를 박았다.


대법원 2021. 9. 9. 선고 2017도19025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르면, 링크 행위자가 정범이 저작권을 침해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영리적·계속적으로 링크를 게시해 이용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했다면 이는 '방조범'에 해당한다.


법원은 형식적인 면책 문구보다 실제 운영 방식의 '실질'을 중시한다. 레드버스처럼 콘텐츠를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정리하여 한국어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행위는 단순한 연결을 넘어, 불법 저작물이나 음란물 유포를 용이하게 하는 적극적인 방조 행위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


'7일 이내 삭제' 문구의 함정... "오히려 즉시 삭제 의무 위반 자인한 꼴"

레드버스가 공표한 "신고 후 최대 7일 이내 삭제"라는 규정은 법적으로 더욱 치명적인 위험 요소를 안고 있다. 현행 한국 법체계는 불법 촬영물 등에 대해 '지체 없는' 조치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의5에 따르면 부가통신사업자는 불법 촬영물 유통 사실을 알게 될 경우 지체 없이 삭제 및 접속 차단 조치를 취해야 한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7일이라는 유예 기간을 둔 것은 오히려 법이 요구하는 '즉시 삭제 의무'를 위반하겠다는 의사 표시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이러한 문구는 운영자가 플랫폼 내에 불법 콘텐츠가 존재할 가능성을 이미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을 증명하는 '미필적 고의'의 근거가 된다. 형사책임은 당사자 간의 합의나 일방적인 선언으로 면제될 수 없는 국가의 형벌권 영역이기에, 디스클레이머는 법정에서 휴짓조각에 불과하다.


아청법·성폭법 앞에서는 '해외 거주' 방패도 무용지물

레드버스가 "성인 콘텐츠가 합법인 국가의 거주자를 대상으로 한다"고 명시한 부분 역시 법적 방어막이 되기 어렵다. 한국 형법은 속인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대한민국 국민이 해외에서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처벌이 가능하다.


특히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이나 불법 촬영물과 관련된 사안은 더욱 엄격하다. 인천지방법원 2021. 11. 4. 선고 2021고단6502 판결은 텔레그램 n번방 사건과 관련해 단순히 링크를 홍보하고 검색어를 유도한 행위만으로도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배포 방조죄를 인정한 바 있다.


만약 레드버스 링크를 통해 이러한 영상이 유통되었다면, 운영자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제11조에 따라 제작·배포뿐만 아니라 광고·소개 행위로도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아청법 위반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다.


디스클레이머는 만능 도구가 아니다

결국 레드버스의 면책공고는 수사 기관의 추적을 피하거나 형사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익을 창출하며 콘텐츠를 관리해온 실질적인 행위들이 저작권법 위반, 음란물 유포, 성폭력처벌법 위반 방조 등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법률 전문가들은 "디스클레이머에 의존하기보다는 실질적인 불법 콘텐츠 사전 필터링 시스템을 도입하고, 신고 즉시 삭제가 이뤄지는 기술적 조치를 갖추는 것이 유일한 대응책"이라고 조언한다. 해외에 서버를 두거나 면책 문구를 게시하는 것만으로는 한국 수사 당국의 칼날을 피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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