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담배 두 개비, 아들에게 날아온 20만원 '폭탄 청구서'
아버지의 담배 두 개비, 아들에게 날아온 20만원 '폭탄 청구서'
호텔 금연객실 흡연 분쟁, '고지의무' 다툼이 승패 가른다

호텔에서 A씨가 잠든 사이에 함께 투숙한 아버지가 흡연했다고, 20만원 청구서가 날아왔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잠든 사이 아버지 피운 담배, 왜 제가 20만원을 내야 합니까?
A씨는 황당했다. 아버지와 함께 보낸 하룻밤이 20만원짜리 청구서로 돌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비흡연자인 자신이 잠든 사이, 아버지가 무심코 피운 담배 두 개비가 '손해배상'이라는 무거운 이름으로 아들의 어깨를 짓눌렀다. 예약자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책임을 떠안게 된 A씨의 억울함은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
"아버지는 모르셨습니다"… 하룻밤에 벌어진 일
사건은 A씨가 친형이 대신 예약해준 호텔에 아버지와 함께 묵으며 시작됐다. 피곤했던 A씨가 먼저 잠든 사이, 아버지는 객실이 금연실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담배를 피웠다.
다음 날 아침, 호텔 측은 A씨에게 단호한 목소리로 통보했다. "객실에서 흡연하셔서 다음 날 방을 팔 수 없게 됐습니다. 손해배상금 20만원을 지불하셔야 합니다."
A씨는 객실에 특별한 냄새나 오염이 없었다고 항변했지만 소용없었다. 하루 숙박비 7만원의 세 배에 가까운 금액을, 담배를 피우지도 않은 자신이 물어내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담배는 아버지가, 책임은 왜 아들이?…'계약'의 무서움
법률 전문가들은 호텔이 예약자인 A씨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하다고 본다. 법무법인 심의 심규덕 변호사는 "숙박 계약의 당사자는 실제 투숙객이 누구든 예약자인 A씨"라며 "약관에 따라 동반 투숙객의 행위에 대해서도 예약자가 책임을 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계약서에 서명한 사람이 책임을 진다는 냉정한 원칙이 적용된 셈이다.
물론 A씨가 호텔에 배상한 뒤, 아버지에게 그 비용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권리, 즉 '구상권(대신 갚은 돈을 되돌려달라고 요구할 권리)'을 행사할 수는 있다. 하지만 부자지간에 법적 절차를 밟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이야기다.
숙박비 3배 '청소비 폭탄', 과연 정당한가
A씨가 가장 억울해하는 지점은 배상액의 규모다. 이에 대해 김경태 변호사는 "단순한 하루 숙박비가 아니라, 담배 냄새 제거를 위한 특수 청소, 환기, 탈취제 비용 등 특별 관리 비용이 포함된 금액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그는 "호텔이 청구한 20만원이 실제 발생한 손해와 합리적인 관계에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중요한 조언을 덧붙였다. 호텔 측에 구체적인 손해액 산정 근거를 요구하고, 만약 근거가 불충분하거나 과도하다고 판단되면 협상을 통해 금액을 조정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금연 안내 못 들었다"… 반격의 열쇠, '고지의무'
이 싸움의 향방을 가를 결정적 열쇠는 호텔이 '고지의무(중요한 정보를 상대방에게 알려야 할 의무)'를 다했는지에 달려 있다. A씨는 체크인 당시 금연객실이라는 안내를 전혀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A씨에게는 가장 강력한 방패가 생긴다.
김상윤 변호사(법률사무소 정중동)는 "호텔 등 공중이용시설 사업자는 금연구역 안내 표지를 설치하고 고지할 의무가 있다"며 "만약 호텔이 체크인 시 구두 안내나 객실 내 안내문 비치 등 고지 의무를 소홀히 했다면, 손님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호텔의 과실을 근거로 배상액을 크게 줄이거나 책임을 면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아버지의 작은 실수가 던진 이번 사건은, 계약서에 숨겨진 '책임의 범위'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일깨운다. 전문가들은 소송보다 ▲금연 안내를 받지 못했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20만원의 구체적인 산정 근거를 요구하며 호텔과 합의를 시도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무심코 '동의' 버튼을 누르고 서명하는 모든 계약서 뒤에는 이처럼 예상치 못한 책임이 숨어있을 수 있다. 당신의 서명은 안녕하십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