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박지 마' 특약 어겼다고 수리비 뺐더니…'임차권등기' 날아오나
'못 박지 마' 특약 어겼다고 수리비 뺐더니…'임차권등기' 날아오나
보증금 일부만 줘도 될까? 임대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법적 함정

임차인이 집 훼손 후 퇴거해 임대인이 보증금에서 수리비를 공제하자, 임차인이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려고 한다. /AI 생성 이미지
신축 아파트 임차인이 계약서 특약을 어기고 벽에 구멍을 뚫는 등 훼손을 남기고 퇴거했다. 집주인은 수리비를 빼고 보증금을 돌려주려 하지만, 임차인은 보증금 전액을 받지 못했다며 '임차권등기명령'이라는 법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미 이사까지 나간 임차인이 과연 법적 조치를 할 수 있는 걸까? 임대인의 속 타는 고민에 법률 전문가 7인이 명쾌한 해답을 내놓았다.
"수리비 공제는 정당" vs "보증금 미반환"…법원의 판단은?
가장 큰 쟁점은 임대인이 정당한 수리비를 공제했더라도 임차인이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느냐다.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하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임차권등기명령 절차에서는 공제의 '정당성'보다 보증금 '전액'이 반환되었는지 여부를 형식적으로 따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손권 변호사(법무법인 창세)는 "훼손 수리비를 공제하고 나머지 보증금만 반환하는 경우라도, 임차인이 그 공제를 인정하지 않으면 ‘보증금 미반환’으로 보고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는 것은 가능합니다"라고 설명했다.
법원이 보증금이 실제로 전부 반환됐는지만을 우선 판단하기에, 공제 금액이 적법한지는 별도의 민사 소송에서 다퉈야 할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전종득 변호사(제이디종합법률사무소) 역시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대차가 끝난 후 보증금이 반환되지 아니한 경우’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고 정하고, 일부 미반환도 포함된다고 봅니다"라며 같은 의견을 냈다.
결국 임대인이 아무리 정당한 사유를 주장해도, 임차인이 동의하지 않는 한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자체를 막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이미 이사 갔는데?"…전출한 임차인의 '예상 밖 반격'
임대인이 기대하는 또 다른 지점은 '임차인이 이미 다른 곳으로 이사하고 전출 신고까지 마쳤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 역시 임차권등기명령을 막는 방패가 되기는 어렵다.
조기현 변호사(법무법인대한중앙)는 "임차인이 이미 전출했더라도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자체는 가능합니다"라며 "실제로는 보증금을 전액 받지 못한 상태에서 이사를 가야 할 때 권리 보전을 위해 신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즉, 임차권등기명령 제도의 목적 자체가 이사를 가야 하는 임차인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지켜주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황인 변호사(법무법인 테헤란)는 한발 더 나아가 "현재로서는 동거인 배우자가 전입을 유지한 상태여서 임차인은 임차권등기 신청으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조차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분석했다. 계약자 본인이 전출했더라도, 가족 중 한 명이 남아 있다면 임차인의 법적 권리는 계속 유지될 수 있다는 뜻이다.
'임차권등기' 막을 수 없다면…임대인의 현실적 대응법은
그렇다면 임대인은 속수무책으로 당해야만 할까? 전문가들은 임차권 등기 자체에 휘둘리기보다, 향후 분쟁에 대비해 '공제의 정당성'을 입증할 자료를 철저히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조언한다.
김영호 변호사(와이에이치 법률사무소)는 "공제 금액의 발생 원인에 대한 입증책임은 임대인에게 있으므로, 증거 확보가 중요합니다"라며 "수리비 견적은 복수로 받아두고, 훼손 사진·특약 위반 증거를 철저히 보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객관적 자료가 충분하다면, 설령 임차권등기가 이뤄지더라도 이후 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임대인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고려할 수도 있다. 김명수 변호사(법무법인 인화)는 "임차권등기가 되는 것을 막으려면 우선 보증금 전액을 반환하면서, 임차인의 해당계좌에 대한 가압류신청과 함께 원상복구비용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고민해 보셔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는 일단 등기부등본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법적 다툼은 별도의 소송으로 가져가는 전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