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유예'로 끝난 가정폭력, 민사소송으로 단죄 길 열려있다
'기소유예'로 끝난 가정폭력, 민사소송으로 단죄 길 열려있다
법조계 "형사처벌과 민사배상은 별개…증거 확보하면 1천만~3천만원 위자료 가능"

가정폭력 가해자가 기소유예로 형사처벌을 피했어도 민사소송으로 위자료 청구가 가능하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남편의 폭력, '기소유예'로 끝나도 괜찮을까? 법원 문 두드린 피해자들, "형사처벌과 민사배상은 별개"라는 법조계 답변에 희망을 얻다.
3년간 이어진 남편의 폭력, 보복에 대한 두려움과 시부모의 강요에 못 이겨 제출한 처벌불원서. 결국 가해자는 기소유예(범죄 혐의는 인정되나 검사가 여러 상황을 고려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를 받고 풀려났다.
형사 절차의 문턱에서 좌절한 피해자가 민사 법원의 문을 두드렸다. 과연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은 폭력에 대해 위자료를 받을 수 있을까?
"처벌 원치 않는다" 거짓말 강요…형사처벌 피한 가해자, 민사로 책임을 물을 수 있나?
결혼 생활 3년 내내 가정폭력에 시달린 A씨. 그는 남편과 시부모의 강요로 수사기관에 처벌불원서를 제출해야 했다. A씨의 의사와 무관하게 남편은 번번이 법망을 빠져나갔다.
이혼을 결심한 A씨는 마지막 희망으로 민사소송을 고민했다. 형사적으로 '죄가 가볍다'며 넘어간 폭력 사건들을 근거로 정신적 피해보상, 즉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지 법률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답은 '그렇다'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형사 처벌 여부와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형사 고소 과정에서 처벌불원서를 냈거나, 가해자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고 해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법조계 한목소리 "형사처벌과 민사배상은 별개…기소유예도 배상 책임 있다"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는 "형사처벌 여부와 관계없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단언했다. 그는 "대법원은 '형사상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다"며 법적 근거를 명확히 했다. 형사 절차는 국가가 범죄자에게 벌을 주는 과정이고, 민사소송은 개인 간의 피해를 금전적으로 배상받는 절차이기에 서로 독립적으로 운영된다는 의미다.
법무법인 신광 정복연 변호사 역시 "형사상 처벌을 받지 않거나 합의를 했어도 가정폭력과 관계되는 객관적인 증거가 있다면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처벌불원서 제출을 강요당한 정황은 오히려 가해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는 "처벌불원서를 강요받은 정황이 있다면, 이는 2차 가해로 인정되어 추가적인 위자료 산정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자료, 얼마나 받을 수 있나? "폭력 5건이면 1천만~3천만원 가능"
그렇다면 위자료는 얼마나 인정될 수 있을까. 변호사들은 폭력의 정도와 횟수, 기간, 피해의 심각성, 증거 유무 등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승원의 한승미 변호사는 "혼인 파탄의 책임이 배우자에게 있다면 위자료는 1,000~2,000만 원 선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전명숙 변호사도 "통상 1천만원 내외이며 폭행 정도가 심했다면 증액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A씨처럼 약 3년간 5건의 폭력이 있었고, 처벌불원서 제출을 강요당한 사정까지 고려하면 위자료 액수는 더 높아질 수 있다.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과 관련 판례를 종합하면, 이 경우 법원은 1,000만원에서 최대 3,000만원 사이의 위자료를 인정할 가능성이 있다. 법원은 폭력의 내용과 기간, 가해자의 반성 태도,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 고통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금액을 결정한다.
"잠자는 권리는 보호받지 못한다"…승소의 열쇠는 '증거'
모든 변호사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것은 '증거 확보'의 중요성이다. 민사소송은 판사를 설득하는 과정이며,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반드시 '입증'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법률사무소 더든든의 추은혜 변호사는 "가정폭력 피해에 대한 증거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며 전문가의 조력을 받을 것을 권했다.
승소를 위해 확보해야 할 증거 목록은 다음과 같다. ▲112 신고 기록 ▲폭행 직후 발급받은 진단서나 상해진단서 ▲멍이나 상처를 찍은 사진, 폭언이 담긴 녹음 파일 ▲가정폭력 상담소 상담 기록 ▲경찰 조사기록 등 수사기록 ▲목격자 진술 등이다. 또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 사실과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안에 행사해야 하는 '소멸시효'가 존재하므로, 가능한 한 빨리 법적 절차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