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세입자 오면 준다더니' 만삭 세입자 두 번 울린 집주인의 '꼼수'
'새 세입자 오면 준다더니' 만삭 세입자 두 번 울린 집주인의 '꼼수'
억울한 세입자를 위한 증거수집 가이드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새 보금자리로 옮기던 날, A씨는 만삭의 몸이었다.
하지만 새 출발의 설렘은 곧 황당함으로 바뀌었다. 전세 보증금 대신 날아온 것은 두 달 치 월세와 도배비 청구서였기 때문이다.
묵시적 갱신(자동 연장)된 전세 계약을 끝내기로 한 A씨는 법에 따라 지난 4월, 집주인에게 3개월 뒤 이사하겠다고 알렸다.
계약 해지 효력이 발생한 7월 말, A씨는 약속대로 집을 비웠다.
하지만 집주인은 "새 세입자가 들어와야 보증금을 줄 수 있다"며 돈을 돌려주지 않았다. 기다림 끝에 새 세입자가 구해지자, 집주인은 돌연 말을 바꿨다.
A씨가 집을 비운 두 달 치 월세와 도배 비용을 보증금에서 빼겠다는 것이었다.
상식 밖 요구에 법원의 답은?
결론부터 말하면 집주인의 주장은 법적 근거가 없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묵시적 갱신된 계약의 경우, 세입자가 언제든 계약 해지를 통지할 수 있고 집주인이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3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발생한다고 명시한다.
A씨의 계약은 7월 말에 이미 끝났으므로, 그 이후의 월세를 낼 의무는 전혀 없다.
법무법인 창경 김경수 변호사는 "계약 해지 효력이 발생한 이후의 월세를 임차인에게 요구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일상적인 사용으로 낡은 벽지를 교체하는 도배 비용 역시 원칙적으로 집주인이 부담하는 것이 맞다"며 집주인의 요구가 부당함을 분명히 했다.
왜 변호사들은 소송으로 직행하라 말하나
보증금을 돌려받는 법적 절차는 보통 '지급명령'과 '소송'으로 나뉜다.
지급명령은 집주인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2~4주 만에 판결과 같은 효력을 얻어 강제집행이 가능한 빠른 절차다.
하지만 A씨처럼 집주인이 월세 공제 등을 주장하며 다툴 기세라면, 지급명령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집주인이 지급명령에 이의를 신청하는 순간, 사건은 자동으로 소송으로 넘어간다. 결국 소송으로 갈 사건을 지급명령을 거치면서 시간만 낭비하는 셈이다.
법무법인 율천 박우진 변호사는 "임대인이 보증금 전액 반환 의사가 없어 보이는 현 상황에서는 지급명령에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곧바로 소액사건심판청구(소송)로 진행하는 것이 시간을 절약하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승패를 가를 5가지 무기
홀로 법적 대응에 나서야 하는 세입자에게 철저한 증거 수집은 승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무기다. 감정적인 대응보다 차분하게 아래 자료들을 확보해야 한다.
1. 임대차 계약서: 보증금 액수와 계약 내용을 증명할 기본 서류
2. 계약 해지 통보 증거: 3개월 전 퇴거 의사를 밝힌 문자 메시지, 통화 녹음, 내용증명 등
3. 집주인의 부당 요구 증거: 월세·도배비를 공제하겠다고 통보한 문자 메시지 등
4. 이사 사실 증빙 자료: 이사 당일의 사진, 관리비 정산 내역, 주민등록 이전 내역 등
5. 임차권 등기명령: 특히 '임차권 등기명령'은 이사 후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을 권리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필수 장치다.
이사를 가기 위해 다른 곳에 전입신고를 하면 기존 집에 대한 대항력(보증금을 우선 변제받을 권리)을 잃게 되는데, 등기명령을 받아두면 새집에 전입신고를 해도 그 권리가 그대로 유지된다.
결국 이 분쟁의 핵심은 '법리'가 아닌 '시간'과 '증거'의 싸움이다.
법은 명백히 A씨의 편이지만, 집주인이 부당한 주장을 펼치며 버티는 현실은 가혹하다. 만삭의 몸으로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하는 상황일수록, 명백한 증거를 바탕으로 신속히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이 분쟁을 끝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부당한 요구에 휘둘리지 않고 차분히 법적 절차를 밟는다면, 세입자는 자신의 소중한 권리를 온전히 되찾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