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내가 다 해결해줄게" 성매매 무마 명목으로 2억원 뜯어낸 청원경찰
[단독] "내가 다 해결해줄게" 성매매 무마 명목으로 2억원 뜯어낸 청원경찰
공공기관의 청원경찰로 일하던 A씨의 과감한 거짓말
태국 성매매 무마⋅토지 명목 변경 등⋯"내가 해결해 주겠다"며 사기
친밀한 인간관계 이용해 약 2억 6000만원 뜯어내
![[단독] "내가 다 해결해줄게" 성매매 무마 명목으로 2억원 뜯어낸 청원경찰 기사 관련이미지](https://d2ilb6aov9ebgm.cloudfront.net/2020-04-29T20.00.34.846_449.jpg?q=80&s=832x832)
"성매매 사건 해결해준다"며 당당하게 돈을 요구한 남성. 엄청난 권력자나 할 수 있을 것 같은 그일. 한 청원 경찰이 해결해주겠다고 나섰다. 물론, '사기’였지만 이에 속은 피해자는 약 2억원의 돈을 뜯겼다. /게티임미지코리아
"방콕 이민국에 묶여있는 당신의 성매매 고소사건 처리하러 간다. 비행기값을 보내라."
"방콕에서 머물 호텔 비용이 필요하다. 26일 정도 걸릴 것 같다."
경기도의 한 공공기관의 청원경찰인 A씨는 피해자 B씨에게 돈을 당당하게 요구했다. "당신이 성매매한 태국 여성이 고소를 했다"는 소식을 알린 뒤부터 하루가 멀다하고 이런저런 명목의 돈을 달라고 했다. "태국 이민국의 담당 검사를 매수하는 데 돈이 필요하다"는 식이었다.
실제 태국에서 성매매를 했던 B씨는 뭔가에 홀린 듯 돈을 보냈다. 한 번에 적게는 55만원에서 많게는 1100만원씩도 송금했다. 7개월간 42차례에 걸쳐 보낸 돈이 모두 합쳐 2억 668만원이었다.
A씨는 태국 이민국에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지만, B씨를 쉴새없이 몰아쳐 돈을 뜯어냈다.
B씨가 꼼짝 못하고 A씨에게 돈을 보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 자신이 성매매를 했던 태국 여성과 동거를 했었는데 그 여성과 연락이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가 "내가 연락이 닿는다"면서 대놓고 사기를 쳐도 B씨가 검증할 수 없었다.
반년 넘게 이어진 A씨의 사기는 대범하고 구체적이었다. 태국 여성이 성매매로 고소한 사람이 B씨 말고도 더 있는데, 그 사람 문제도 자신이 해결 중이니 B씨도 돈을 보태서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자고 제안했다. "태국 여성과 합의를 보는데 3000만원이 필요하다. 다른 피의자가 2000만원을 마련했으니 당신(B씨)은 1000만원을 보태라"는 식이었다.
곧이어 "한국 검찰에서도 조사를 받아야 하는데 담당 검사와 계장에게도 돈을 줘야한다"거나 "한국에서 발급받은 기소유예 확인서를 태국에 갖다주는데 비용이 필요하다"고 B씨를 속였다.
A씨의 요구는 끝이 없었다. "태국 이민국에서 26일간 조사를 받아야 하니 체류 비용을 달라"고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보내준 돈이 부족하다"며 돈을 더 타냈다.
며칠 뒤엔 "태국 이민국에서 그러는데 이 나라에서 조사받을 때는 보증금을 내야 한다고 한다"면서 또 돈을 뜯어냈다. 하루나 이틀 간격으로 '보증금' 명목의 돈을 계속 받았는데 나중에 B씨가 의심하자 "보증금은 다시 다 돌려받을 수 있다"고 안심시켰다.
하지만 A씨는 애시당초 B씨에게 돈을 돌려줄 생각이 없었다. 이미 은행 등 금융기관에 빌린 돈만 1억원이 넘었고, 개인적으로 차용증을 쓰고 빌린 돈도 1억원 가까이 됐다.
청원경찰 A씨의 사기 행각은 더 있었다. 경기도에서 축사를 운영하는 C씨에게 "지목(地目)을 변경해주겠다"며 다가가 수천만원을 뜯어냈다.
지목이란 법이 규정한 땅의 종류를 말하는데, 그 종류에 따라서 지을 수 있는 건축물이 달라진다. 오직 대지 위에서만 빌딩 같은 건축물을 지을 수 있다. C씨 땅은 기존에 전⋅답으로 돼 있었는데, A씨는 자신에게 돈을 주면 이 땅을 대지로 바꿔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땅값이 최대 수십배까지도 오를 수 있다. 이 말에 솔깃한 C씨는 A씨에게 19차례에 걸쳐 6500만원을 보냈다.
결국 두 가지 범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 수원지법 안산지원은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검찰이 기소한 알선주재, 사기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을 맡은 이정형 판사는 "친밀한 인간 관계를 악용해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를 저질렀다"며 "다만 건강이 좋지 못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