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배했다고 영구 정지? 법원 “그래도 미사용 금액은 돌려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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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배했다고 영구 정지? 법원 “그래도 미사용 금액은 돌려줘라”

2025. 12. 01 12:44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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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 정지는 정당하나 미사용 금액 몰수는 부당

플랫폼 '무환불 조항' 무효 판결

법원은 도배 공고로 인한 계정 영구 정지는 정당하지만, 이를 이유로 미사용 이용료까지 환불하지 않는 약관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플랫폼 이용 규칙을 위반해 계정이 영구 정지됐다면, 미리 결제해 둔 유료 서비스 이용료는 어떻게 될까. 플랫폼 측은 약관을 근거로 환불을 거부했지만, 법원은 "이용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조항"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설령 이용자가 잘못을 저질러 쫓겨나더라도 남은 돈까지 챙기는 건 부당하다는 취지다.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15부(재판장 윤찬영)는 A씨가 채용 플랫폼 운영사 B사를 상대로 낸 계정영구이용정지조치해제 등 청구 소송(2024가합105585)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B사가 A씨의 계정을 정지한 것은 정당하다고 보면서도, 미사용 상품권 금액 35만 원은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지역만 바꾸면 다른 공고?"... 쏟아진 '복붙' 공고에 칼 빼든 플랫폼

사건의 발단은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업 회원으로 B사 플랫폼을 이용하던 A씨는 유료 채용 광고 상품을 구매해 공고를 올리기 시작했다. 문제는 A씨가 올린 공고의 형태였다. 그는 모집 회사와 근로 조건은 물론 모집 지역까지 동일한 공고를 4개에서 많게는 8개씩 반복해서 게시했다. 제목이나 지역 설정을 교묘하게 바꾸긴 했지만 사실상 같은 내용의 '도배'였다.


플랫폼 운영사 B사는 이를 '서비스 부정 이용 행위'로 판단했다. 중복 공고는 구직자들의 검색을 방해하고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이유였다. B사는 2021년 9월, A씨에게 "공고를 수정하거나 마감하지 않으면 이용을 제한하겠다"고 경고하며 계정에 이용 제한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A씨는 "모집 지역이 다르면 중복 공고가 아니다"라고 맞서며 시정을 거부했고, 오히려 이용 제한을 풀라며 항의했다. 이에 B사는 A씨에게 제3자 ID 전용, 최저임금 미달 공고 등 다른 위반 사항들까지 지적하며 계정 이용을 계속 막았고, 결국 A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단순히 여러 게시물을 올렸다고 영구 정지시키는 건 부당하다"며 계정 복구와 함께, 정지 기간 동안 쓰지 못한 유료 상품 이용료 55만 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잘못했으니 환불 불가" vs "쫓아내더라도 돈은 줘야"... 쟁점이 된 약관 조항

재판의 핵심 쟁점은 두 가지였다. A씨의 행위가 영구 정지 사유가 되는지, 그리고 정지된 이용자에게 환불을 해주지 않는 약관이 유효한지였다.


B사의 약관 제15조 제2항은 '강제 탈퇴 등의 제재 조치를 취한 경우 이용 요금을 환불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었다. B사는 이 조항을 근거로 A씨가 구매해두고 쓰지 못한 채용 광고 상품권에 대한 환불을 거절했다.


A씨 측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설령 규정을 위반했다 하더라도 이미 돈을 내고 구매한 상품을 전혀 쓰지 못하게 하고, 환불조차 해주지 않는 건 계약 해지로 인한 원상회복 의무를 부당하게 경감하는 '불공정 약관'이라는 주장이었다. 반면 B사는 정당한 제재 조치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맞섰다.


법원의 판결 "도배는 민폐 맞지만, 지갑까지 털 권리는 없다"

법원은 먼저 '계정 정지'에 대해서는 플랫폼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모집 지역과 조건이 동일한 공고를 수차례 중복 게시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는 약관상 금지된 서비스 부정 이용 행위가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중복 공고는 채용 공고 게시판의 건전성을 해치고 정상적인 이용자들의 권리를 침해한다"며 "B사가 영구 정지를 시킨 것이 아니라 시정할 기회를 줬음에도 A씨가 응하지 않아 조치가 유지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A씨의 계정을 막은 조치는 정당하며, 계정 정지를 풀어달라는 A씨의 청구는 기각됐다.


하지만 '돈' 문제는 달랐다. 재판부는 B사의 '무조건 환불 불가' 약관이 법을 위반해 무효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서비스 부정 이용 행위의 형태나 정도는 매우 다양한데, 약관은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체의 환불을 거절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용자가 아무리 잘못을 했더라도, 계약 해지 시 사업자가 져야 할 원상회복 의무(환불)를 부당하게 면제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5호에 위반되어 무효라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법원은 "B사는 A씨가 사용하지 못한 유료 상품 70건에 해당하는 35만 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다만 A씨가 요구한 위자료나 이미 사용해버린 중복 공고에 대한 비용 청구는 모두 기각됐다.


이번 판결은 플랫폼 사업자가 이용 규칙 위반을 이유로 제재를 가할 수는 있지만, 이를 근거로 이용자의 재산권까지 과도하게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향후 유사한 '무환불 정책'을 고수하는 플랫폼들의 약관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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