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뒤흔든 '500원짜리' 세금계산서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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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뒤흔든 '500원짜리' 세금계산서의 진실

2025. 11. 27 17:28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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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품대금 소송 중 거래처의 거짓 사실확인서와 조작된 증거 드러나…'소송사기'와 '공동불법행위' 책임 물을 수 있나

사업가 C씨가 물품대금 소송에서 거짓 사실확인서로 1심 패소했으나, 항소심에서 A사와 B사의 공모가 드러났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믿었던 거래처의 배신, 1심 패소 뒤집은 한 장의 사실조회…A사 돈 없어도 B사에 전액 청구 가능할까?


물품대금을 받기 위해 시작한 소송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돈을 줘야 할 A회사뿐 아니라, A사의 거래처인 B회사마저 법정에서 나를 기만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건은 단순한 대금 분쟁을 넘어 거대한 사기극의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1심 패소의 억울함을 딛고 항소심에서 극적인 반전을 맞이한 한 사업가의 사연은 법정에서의 '진실'이 얼마나 쉽게 왜곡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배후에 숨은 공모자에게 어떻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믿었던 거래처의 배신…법정에서 드러난 '500원'의 거짓말


사건의 시작은 평범한 미수금 소송이었다. A회사에 물품을 납품하고도 대금을 받지 못한 C씨는 결국 A사를 상대로 물품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A사의 거래처인 B회사가 구원투수처럼 나섰다. B사는 "A사와 C씨의 관계를 알고 있다"며 A사를 위해 사실확인서를 써줬다.


문제는 그 내용이었다. B사는 A사가 자신들에게 500원에 제품을 납품했다고 확인해줬고, A사는 이를 근거로 거래명세서와 전자세금계산서를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다. 이 증거는 재판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고, C씨는 1심에서 패소의 쓴잔을 마셔야 했다.


하지만 C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에 국가기관을 통한 사실조회를 신청한 것이 신의 한 수가 됐다. 국가기관의 회신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B사가 작성해준 사실확인서는 거짓이었고, A사는 B사에 500원이 아닌 650원에 제품을 납품한 것으로 신고돼 있었다.


A사가 실제 거래금액보다 150원이나 낮은 금액으로 세금계산서를 허위 발행하고, B사는 이에 동조해 거짓 사실확인서까지 써주며 법원을 속이려 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C씨는 배신감에 치를 떨며 A사와 B사를 '소송사기'로 고발하고, A사가 돈이 없을 경우를 대비해 B사에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짜고 친 사기극?…'소송사기'와 '공동불법행위'라는 칼날


변호사들은 A사와 B사의 행위가 형사처벌 대상인 '소송사기'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소송사기란 법원을 속여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는 행위다.


법률사무소 문 이창주 변호사는 "A사와 B회사가 법원에 허위 사실확인서와 거짓된 거래명세서, 전자세금계산서를 제출한 행위는 소송사기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법원을 기망해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 한 중대한 범죄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C씨가 B사에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길도 열릴 수 있다. 바로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묻는 것이다. 민법 제760조는 여러 사람이 공동의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함께 책임을 지도록 규정한다.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는 "B회사가 A회사와 공모하여 의도적으로 허위 증거를 제출했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한다"면서도 "항소심에서 밝혀진 실제 거래금액과 허위 사실확인서는 이러한 공모관계를 입증하는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가 C씨에게 손해를 입히기 위해 함께 움직였다면, B사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미다.


알고도 속였나, 몰랐나…승패 가를 '고의성' 입증의 벽


다만 법정 다툼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A사와 B사가 교묘한 논리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대환 김상훈 변호사는 "증거를 조작한 것이 아니라, 본래 그와 같이 만들어진(허위 발행된) 증거를 제출했을 뿐"이라거나 "사실확인서가 거짓말은 아니고 사실의 일부만 알린 것"이라는 식의 '말장난 항변'이 가능하다고 봤다. 법정에서는 당사자의 과장이나 왜곡이 어느 정도 용인되는 측면이 있어, 이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여지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핵심은 B사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것이다. B사가 A사의 사기 행각을 명확히 알면서도 C씨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가담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검사 출신인 서아람 변호사는 "소송사기가 되기 위해서는 법원을 기망한다는 확정된 인식이 갖추어져야 한다"며 "이는 내심의 의사여서 정황 증거나 유력한 심증만으로는 인정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며, 치밀한 증거 싸움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A가 돈 없어도 B에게 받는다?…'연대책임'의 무게


만약 C씨가 B사의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입증해낸다면, 가장 큰 실익은 A사의 지급 능력과 상관없이 B사로부터 손해액 전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공동불법행위자들은 피해자에게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


김경태 변호사는 "민법 제760조에 따라 A회사의 지급불능 상태와 관계없이 B회사에게 전체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C씨에게 매우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C씨가 승소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선 형사고발, 후 민사소송'을 추천한다. 법무법인 심의 심규덕 변호사는 "우선 형사고발을 통해 A회사와 B회사의 공모관계 및 고의성을 명확히 입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수사기관을 통해 확보된 증거는 향후 B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한순간의 거짓말로 법정을 농락하려 했던 두 회사가 결국 형사처벌과 민사상 손해배상이라는 무거운 책임을 함께 지게 될지, 법원의 판단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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