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박지에 필로폰 2kg 숨겨 밀수... 1심 징역 10년→항소심 8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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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박지에 필로폰 2kg 숨겨 밀수... 1심 징역 10년→항소심 8년, 왜?

2025. 11. 25 11:29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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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고법 제주재판부, 징역 10년 원심 파기하고 징역 8년 선고

"국내 유통 전 전량 압수 참작"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여행용 가방 깊숙한 곳, 은박지와 비닐로 꽁꽁 싸맨 덩어리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정체는 무려 2kg이 넘는 필로폰이었다.


도매가로만 약 2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양이다. 이 위험한 물건을 들고 한국 땅을 밟으려던 인도네시아 국적의 외국인 A씨가 재판에 넘겨졌다.


1심 법원은 그에게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재판장 이재신)는 최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8년을 선고했다.


마약 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 재판부가 형량을 2년이나 줄여준 배경에는 어떤 법적 판단이 있었는지 사건의 내막을 들여다본다.


은박지에 숨긴 '백색 가루' 2kg… 제주 공항서 적발된 운반책

사건은 A씨가 여행용 캐리어에 필로폰을 은닉해 입국을 시도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수사기관의 눈을 피하기 위해 필로폰을 비닐봉투와 호일로 겹겹이 감싸 가방 속에 숨기는 치밀함을 보였다.


그가 밀반입하려던 필로폰의 양은 2kg을 초과하는 대량으로, 도매가 기준 약 2억 원에 이르는 규모다.


마약류 수입 범죄는 단순히 약물을 소지하는 것을 넘어, 국내 마약 확산의 시발점이 된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무겁다.


A씨는 이 과정에서 마약류 수입에 필수적인 '운반책' 역할을 수행했다.


다행히 그의 시도는 공항 검색 과정에서 적발되었고, 소지하고 있던 필로폰 전량과 범행에 사용된 휴대전화 유심칩, 신용카드 등이 현장에서 압수되었다.


1심 재판부는 마약 범죄가 국민 보건과 사회 안전에 미치는 해악을 고려해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A씨는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며 항소했고, 검찰 측 역시 "죄질에 비해 형이 가볍다"며 쌍방이 항소장을 제출했다.


"밀수입은 중죄" vs "유통 안 돼 다행"… 엇갈린 쟁점

항소심의 핵심 쟁점은 '범행의 중대성'과 '실질적 피해 발생 여부'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었다.


검찰은 마약류 수입 범죄가 추가 범죄를 유발하고 사회 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들어 엄벌을 촉구했다.


특히 A씨가 가져온 필로폰이 대량이었던 만큼, 만약 시중에 유통되었다면 그 파급력은 걷잡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취지다.


반면 A씨 측은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호소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방어 논리는 '실패한 유통'이었다. 밀수입한 필로폰이 세관 단계에서 전량 압수되어 실제 국내 유통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A씨가 이전에 한국에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는 점도 참작 사유로 제시되었다.


재판부의 선택 "죄질 나쁘지만 감형"… 결정적 이유는?

광주고등법원은 고심 끝에 피고인 A씨의 손을 일부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먼저 "피고인이 운반책으로서 마약류 수입에 필수적인 역할을 했고, 밀수한 규모 등을 감안할 때 죄책이 무겁다"며 범죄의 중대성을 명확히 했다.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도 징역 5년에서 최대 45년(경합범 가중 시)에 이를 수 있으며, 양형 기준에 따른 권고형도 징역 8년에서 11년 사이인 중죄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인정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밀수입한 필로폰이 모두 압수되어 유통되지 않은 점"을 감형의 주요 근거로 삼았다.


"마약류 범죄는 엄벌할 필요가 있으나, 피고인의 나이, 환경, 범행 동기, 그리고 국내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할 때 원심의 형(징역 10년)은 다소 무거워 부당하다고 판단된다."


결국 재판부는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양형 기준의 하한선인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압수된 필로폰과 범행 도구들은 모두 몰수 조치되었다.


한편, 재판부는 A씨에게 마약류 중독 방지 교육 이수 명령은 부과하지 않았다.


A씨가 인도네시아 국적의 외국인으로서 한국어 의사소통이 어려워, 한국어로 진행되는 재활 교육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에서다. 대신 실형 선고를 통해 엄중한 죗값을 치르게 하는 방식을 택했다.


[참고] 광주고등법원 2025노34 판결문 (2025. 7. 23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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