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달라더니 성폭행범 됐다"…'관계 후 데이트'는 무죄의 증거가 될까?
"안아달라더니 성폭행범 됐다"…'관계 후 데이트'는 무죄의 증거가 될까?
합의된 관계 주장하는 선배 A씨와 성폭행 피해 호소하는 후배 B양
법원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디지털 증거가 가를 진실 공방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한번만 안아주세요” 후배의 한마디에 시작된 관계, 한 달 만에 ‘성폭행’이라는 악몽으로 돌변했다.
대학교 선배 A씨의 삶이 나락으로 떨어진 것은 후배 B양의 그 한마디 때문이었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 4월 초 늦은 밤 학교 벤치에서 B양은 “한번만 안아달라”며 그에게 기댔다.
가정사와 연애사를 나누며 깊어진 두 사람의 대화는 키스로 이어졌고, “다른 선배들에게 술 마신 모습을 보이기 싫다”는 B양의 말에 근처 모텔로 향했다. A씨는 “B양이 먼저 안겨왔고, 상의를 벗기 쉽게 팔을 들어주는 등 거부 의사가 전혀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악몽은 한 달 뒤 시작됐다. B양이 교수를 찾아가 “A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털어놓은 것이다.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퍼졌고, A씨는 결국 학교를 떠나야 했다.
한순간에 성폭행범으로 낙인찍힌 그의 손에는, 그러나, 사건 이후 B양과 나눈 다정한 카카오톡 대화와 데이트 기록이 들려 있었다.
“오빠랑 밥 먹고 영화 봤는데”…관계 후 데이트, 진실의 열쇠인가?
A씨가 억울함을 호소하는 가장 큰 근거는 성관계 이후에도 이어진 두 사람의 친밀한 관계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사건 다음 날 아침 B양은 웃으며 “부끄럽다”고 말했고, 불과 일주일 뒤에는 함께 영화를 보고 식사를 하는 등 평범한 데이트를 즐겼다. 이후에도 매일같이 연락하며 온라인 게임까지 함께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 ‘관계 후 일상’이 B양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할 결정적 ‘스모킹건’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서울종합 법무법인의 박준성 변호사는 “성관계 이후에도 전혀 문제없이 연인에 준하는 관계로 이어졌다는 점은 무혐의 처분을 받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근거”라며 “당시 상황에 대한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이 더해진다면 A씨의 주장이 신빙성을 얻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만취해 기억 없다면 무조건 ‘항거불능’? 법원의 판단 기준은?
이 사건의 법적 쟁점은 형법상 ‘준강간죄’ 성립 여부다. 준강간죄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저항이 불가능한 상태)을 이용하여 간음할 때 적용된다. 즉, B양이 술에 취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는지가 관건이다.
최근 법원은 단순히 술에 취해 기억이 일부 끊기는 ‘블랙아웃’ 상태였다는 주장만으로는 항거불능 상태를 쉽게 인정하지 않는 추세다.
법무법인 명재의 이재희 변호사는 “A씨가 제시한 증거들을 볼 때 합의 하에 이뤄진 성관계로 보여 무죄 주장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성범죄 사건에서는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이 유일한 증거라도 유죄가 선고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어, A씨가 가진 객관적 증거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내 인생 망가뜨린 거짓말, ‘무고죄’로 처벌할 수 있나?
만약 B양의 주장이 허위로 밝혀진다면, A씨는 방어를 넘어 반격에 나설 수 있다. 허위 사실로 타인이 형사처벌을 받게 할 목적으로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무고죄’로 B양을 고소하는 것이다.
이재희 변호사는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갖고도 강간을 당한 것처럼 허위 고소하면 무고죄에 해당하며, 이는 중범죄”라고 경고했다. 또한 허위 사실 유포로 자퇴까지 하게 된 정신적, 물질적 피해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
한 남학생의 미래를 뒤흔든 ‘그날 밤’의 진실은 이제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그랬다’와 ‘아니다’라는 상반된 주장만 남은 진실 공방 속에서, 이제 두 사람의 스마트폰에 남겨진 디지털 기록이 가장 객관적인 목격자가 되었다.
이번 사건은 한 사람의 인생을 구원할 수도, 파멸로 몰아넣을 수도 있는 디지털 증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