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투성이로 탈출했지만 경찰·지자체·법원 모두 외면…그 사이 11살 아이는 숨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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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투성이로 탈출했지만 경찰·지자체·법원 모두 외면…그 사이 11살 아이는 숨을 거뒀다

2026. 08. 25 10:44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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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멍든 채 편의점·식당 탈출

경찰은 가해자 있는 교회로 돌려보내

법원마저 외할머니 접근금지 신청 기각

충남 천안의 한 교회에서 생활하던 11세 외손자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외조모가 11일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대전지법 천안지원으로 들어서는 모습. /연합뉴스

온몸에 멍이 든 채 두 번이나 교회를 탈출해 구조를 요청했던 11살 지적장애 아동은, 보호 책임을 진 경찰과 지자체, 그리고 법원의 철저한 외면 속에 끝내 38시간 동안 침대에 묶여 사망했다.


25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서는 태어날 때부터 교회에 맡겨져 홈스쿨링을 하며 자란 11살 A군의 참혹한 죽음과 이를 방치한 사회 시스템의 붕괴를 조명했다.


두 번의 탈출, 그리고 참혹한 죽음


지난 8월, 11살 A군은 새벽 몰래 교회를 빠져나와 500m 떨어진 편의점으로 향했다. 얼굴과 몸 곳곳에는 선명한 멍 자국이 있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시민의 도움으로 경찰서에 인계됐으나, 경찰은 A군을 도망쳐 나온 교회로 다시 돌려보냈다. 다음 날 인근 식당으로 피신해 "외할머니에게 맞았다"고 재차 진술했을 때도 결과는 같았다.


A군의 간절한 호소는 끝내 비극으로 끝났다. 다시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겠다는 명목하에 가해자들은 A군을 침대에 38시간 동안 결박했다. 탈진과 고열에 시달리던 아이는 뒤늦게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을 거뒀다.


무너진 안전망… 법원은 접근금지마저 기각


경찰은 학대 행위자로 지목된 외할머니 주소지가 교회가 아니었기 때문에 아이를 교회로 돌려보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임흥준 변호사(로엘 법무법인)는 방송 인터뷰에서 "돌려보낼 때 따져야 할 건 가해자 주소지가 아니라, 그 장소가 지금 아이에게 안전한지 여부"라고 지적했다.


현행 아동학대처벌법상 경찰은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피해 아동을 분리하는 응급조치나 가해자를 격리하는 긴급임시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작동하지 않았다. 심지어 경찰이 법원에 외할머니에 대한 임시조치(접근금지)를 신청했음에도, 대전지법 천안지원은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이를 기각했다.


임 변호사는 "아동학대 임시조치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막기 위한 예방적 조치"라며 "아이가 직접 폭행 피해를 호소하고 몸에 멍까지 있는 상황에서 기각됐다는 건 법원 판단 기준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가해자들 '아동학대치사' 구속… "고의성 입증 시 살해죄 가능"


현재 교회 목사와 외할머니는 구속되어 수사를 받고 있다. 적용된 혐의는 아동학대치사죄다.


임 변호사는 "38시간 결박, 탈진, 고열 등 정황이 있기 때문에 학대 행위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입증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아가 "만약 사망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방치했다면 아동학대살해죄로 더 무겁게 처벌받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수사기관은 교회에 동석했던 다른 성인 3명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직접 손을 대지 않았더라도, 보호 의무가 있는 사람이 학대를 인지하고도 제지하지 않았다면 부작위에 의한 공동정범이나 방조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스템의 총체적 구멍… 국가배상 책임 묻나


이번 사건은 공적 보호 체계의 붕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A군은 지적장애 판정을 받았음에도 단 한 번도 장애수당이나 생계수당을 받지 못했다.


또한 2021년부터 방치 및 폭행 등 총 네 차례나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됐음에도, 경찰과 지자체 간의 정보 공유나 즉각 분리는 이뤄지지 않았다.


임 변호사는 "두 차례나 아이를 교회로 돌려보낸 경찰과, 일시보호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지자체에 대해 직무상 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사실이 인정된다면 국가배상법에 따른 배상 책임이 문제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칙적으로 국가배상 대상이 아닌 법원 재판 행위에 대해서도 "법관이 법령 규정을 따르지 않거나 직무상 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경우 예외적으로 배상이 인정될 수 있다"며 접근금지 기각 결정의 타당성을 별도로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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