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에게 몹쓸 짓 당했다" 20대 딸은 4살이 됐고, 끝내 목숨을 끊었다
"삼촌에게 몹쓸 짓 당했다" 20대 딸은 4살이 됐고, 끝내 목숨을 끊었다
17년간 가족처럼 지낸 지인의 성폭행
피해자는 극심한 정신적 충격으로 '유아퇴행'

친삼촌처럼 따르던 아버지 지인의 범행으로 20대 여성이 유아퇴행을 겪고 자살했다. 가해자는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셔터스톡
17년간 삼촌이라 부르며 따랐던 아버지의 후배. 그가 집에 다녀간 그날, 20대 딸 A씨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기 시작했다. A씨는 4살 아이의 지능으로 돌아갔고,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다 끝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믿었던 사람의 배신이 한 가족을 파탄으로 몰아넣었다.
17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 따르면, 사건은 보험설계사인 50대 남성 B씨가 A씨의 집에 놀러 오면서 시작됐다. B씨는 "잠이 오지 않는다"며 A씨를 방으로 데려갔고, 잠시 후 방에서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A씨는 "부인도 있는데 왜 그러냐"고 소리치며 뛰쳐나왔고, 이내 스무 살이 넘은 성인이라고는 믿기 힘든 행동을 보였다. 베란다에 서서 대소변을 보는 등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드러냈다.
A씨는 아버지에게 "삼촌에게 몹쓸 짓을 당했다"고 짧게 말했고, 가족의 추궁에 B씨는 "미안하다"면서도 "성관계는 없었다"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4살로 돌아간 피해자, 가해자와 마주친 뒤 극단적 선택
끔찍한 일을 겪은 A씨의 정신은 급격히 무너져 내렸다. 인지 수준이 만 4세 수준으로 떨어지는 '유아퇴행' 증상을 보여 한 달간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당시 A씨를 상담했던 한 전문가는 "성인 피해자가 유아퇴행까지 가는 것은 처음 봤을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가족의 보살핌으로 잠시 회복세를 보이던 A씨의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 장을 보러 가던 길에 가해자 B씨와 우연히 마주친 후 상태가 다시 악화됐고, 결국 두 달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가 세상을 떠나자 B씨의 뻔뻔함은 극에 달했다. 그는 주변에 "A씨와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다", "A씨는 아버지의 가정폭력 때문에 사망했다"는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렸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는 "우리는 연인 관계였다"는 파렴치한 주장을 이어갔다.
다이어리가 진실을 말했다
피해자가 사망하면서 B씨의 범행을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였다. 하지만 A씨가 남긴 기록들이 B씨의 거짓말을 낱낱이 밝혔다.
A씨의 다이어리와 자필 메모에는 성관계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분명히 적혀 있었다.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는 B씨가 신체 접촉을 시도하자 A씨가 거부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검찰은 필적 감정까지 의뢰해 메모가 A씨의 자필임을 확인했다.
검찰은 B씨의 범행으로 A씨가 입은 정신적 상해(유아퇴행)가 명백하다고 보고, 단순 강간이 아닌 '강간치상' 혐의를 적용했다. 또한 고인이 된 A씨와 그 아버지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까지 추가해 B씨를 재판에 넘겼다.
법원 징역 8년→10년으로 가중
1심 재판부는 B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죄질이 훨씬 무겁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친삼촌처럼 따르던 피해자를 수차례 강간하고 사자명예훼손까지 하는 등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피해자 부모와의 친분을 이용해 인면수심 범행을 저질렀다"고 질타했다. 이어 원심보다 2년 높은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검찰이 징역 25년을 구형한 것에 비하면 아쉬운 결과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이는 강간치상죄에 대한 대법원 양형기준(가중 사유가 있어도 징역 6~9년 권고)을 고려한 판결로 분석된다.
신뢰 관계를 악용한 그루밍 성범죄의 참혹한 결과에 비해 처벌 수위가 여전히 국민 법감정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