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경비실 문에 다리 끼었다더니... CCTV가 밝힌 '할리우드 액션'
[무죄] 경비실 문에 다리 끼었다더니... CCTV가 밝힌 '할리우드 액션'
CCTV 분석 결과 '자해 공갈'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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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아파트 경비실 문을 사이에 두고 벌어진 실랑이가 법정 공방으로 비화했다. 피해자는 문에 다리가 끼여 넘어졌다고 주장했고, 피고인은 상대방이 일부러 넘어진 이른바 '자해 공갈'이라고 맞섰다.
엇갈리는 진술 속에서 진실을 밝혀낸 건 현장에 설치된 CCTV였다. 법원은 피해자의 진술이 영상 증거와 배치된다며 피고인의 손을 들어줬다.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에서 내려진 최신 판결(2025고정134)을 통해 사건의 전말을 되짚어본다.
"일부러 문 당겨 넘어뜨렸다" vs "스스로 발 넣고 넘어진 것"
사건은 지난 2024년 8월 3일 오전 8시 15분경, 거제시의 한 아파트 경비실 앞에서 발생했다. 피고인 A씨와 피해자 B씨(58세·남)는 같은 해 1월부터 서로 고소와 고발을 주고받으며 심각한 법적 분쟁을 겪고 있는 사이였다. 감정의 골이 깊을 대로 깊어진 상태에서 이날 아침 다시 마찰이 빚어졌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피해자 B씨는 경비실에 있던 A씨를 찾아와 "의자에 앉아 있지 말고 일어나라"며 시비를 걸었다. 이에 격분한 A씨가 경비실 출입문을 강하게 잡아당겼고, 그 충격으로 문 앞에 서 있던 B씨의 다리를 가격해 넘어뜨렸다는 것이 혐의의 요지였다. 검찰은 이를 폭행으로 보고 A씨를 기소했다.
하지만 A씨의 주장은 전혀 달랐다. 수사 초기부터 그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자신이 문을 닫으려 하자 B씨가 강제로 문을 당겨 열더니, 문틈으로 발을 밀어 넣고는 앞뒤로 흔들며 스스로 넘어지는 시늉을 했다는 것이다. 팽팽한 대립 속에서 재판부의 시선은 유일한 객관적 증거인 CCTV 영상으로 향했다.
영상에 담기지 않은 충돌, 그리고 수상한 발의 움직임
재판의 핵심 쟁점은 과연 'A씨가 문을 당길 때 B씨의 다리가 충격 되었는가'였다. 재판부가 CCTV 영상을 정밀 분석한 결과, 피해자 B씨의 진술을 뒤흔드는 장면들이 포착됐다.
B씨는 수사 과정에서 "왼발은 경비실 안쪽 턱에, 오른발은 문틀에 두고 서 있었는데 A씨가 문을 닫아 왼발이 끼였고 그 충격으로 넘어졌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그러나 CCTV 영상은 이와 달랐다. A씨가 문을 닫기 직전, 문틀 안쪽으로 B씨의 다리가 들어와 있는 모습은 확인되지 않았다.
오히려 영상은 기이한 흐름을 보여줬다. A씨가 문을 닫으려다 완전히 닫지 못하고 손을 떼자, 문이 스르르 열렸다. 바로 그 순간 B씨의 발이 문 아래쪽으로 천천히 들어오는 장면이 찍힌 것이다.
즉, 문을 닫는 행위가 멈춘 뒤에야 다리가 들어온 셈이다. 재판부는 A씨가 문을 닫는 과정에서 무언가에 걸리긴 했으나, 그것이 B씨의 다리나 몸통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피해자가 제출한 사진 속 발의 위치라면 당연히 영상에 신체 일부가 보여야 했지만, 실제로는 촬영되지 않았다는 점도 진술의 신빙성을 떨어뜨렸다.
벽에 가려 안 보였는데 "다리 끼는 것 봤다"? 목격자의 모순
피해자 측에 힘을 실어주던 목격자 D씨의 진술도 법정에서 무너졌다. D씨는 수사기관에 "A씨가 문을 닫을 때 미처 피하지 못한 B씨의 발이 끼여 넘어졌고, 아파서 일어나지 못했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법정 증인신문 과정에서 허점이 드러났다. D씨는 당시 벽에 가려져 있어 피해자를 직접 보지 못했다고 시인하면서도, 발이 끼이고 넘어지는 것만은 보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앞서 확인된 CCTV 영상에 따르면, 문이 닫힐 때는 다리가 끼인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문이 다시 열릴 때 다리가 들어왔다.
재판부는 D씨가 실제로 상황을 목격했다기보다는, 피해자의 주장에 맞춰 진술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직접 보지 못했다"는 진술과 "발이 끼는 것을 봤다"는 진술 사이의 모순, 그리고 CCTV 영상과의 불일치가 결정적이었다.
재판부 "할리우드 액션 가능성 배제 못 해"... 무죄 선고
사건 직후 A씨는 112에 신고하며 "내가 무서워서 문을 닫는데, 저 사람이 발을 끼워 넣고 일부러 넘어졌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신고 내용이 사실일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CCTV에는 피해자가 넘어졌다고 주장하는 시점에 목격자 D씨가 이를 보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정말로 사람이 문에 끼여 쓰러졌다면 보이기 힘든 반응이었다. 또한 문이 열리면서 피해자의 다리가 천천히 안으로 들어오는 장면은 고의적인 연출, 즉 '할리우드 액션'을 의심케 했다.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이은숙 판사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문을 잡아당겨 피해자를 폭행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피고인의 주장처럼 피해자가 일부러 넘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결국 법원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객관적 증거 없이 오로지 피해자의 진술에만 의존해 기소된 사건에서, 영상 증거에 기반한 철저한 사실관계 확인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보여주었다. 이웃 간의 감정싸움이 형사 법정으로 이어졌으나, 결국 '과학적 증거' 앞에 진실은 명백히 드러났다.
[참고]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2025고134 판결문 (2025. 11. 11. 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