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더니 변호사 선임 후 잠적”…강제추행 피해자의 피 말리는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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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더니 변호사 선임 후 잠적”…강제추행 피해자의 피 말리는 2주

2025. 09. 13 09:54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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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기소유예는 끝 아닌 시작

피해자의 ‘보이지 않는 상처’가 반격의 열쇠”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미안하다더니, 변호사를 선임하고는 2주째 잠적입니다.” 전 직장상사를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한 A씨의 시간은 가해자의 침묵과 함께 멈춰 섰다.


사과로 시작된 합의 논의가 돌연 중단되면서, A씨는 불안과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


가해자의 침묵, 계산된 전략인가?

A씨는 경찰 조사를 마친 직후 가해자로부터 “미안하다, 합의하자”는 연락을 받았다. 그러나 가해자가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소식과 함께 연락은 완전히 끊겼다.


2주가 넘는 침묵에 A씨는 “합의가 무산되고 가벼운 처벌로 끝나는 건 아닐까”라며 피가 마르는 심정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가해자의 ‘시간 끌기’가 피해자를 압박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법무법인 대온 신동우 변호사는 “가해자 측이 연락을 미루는 것은 합의금을 낮추거나 사건 진행을 늦춰 압박을 줄이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피해자 입장에서는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 법적 절차는 이미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섣불리 가해자를 압박하는 것은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


법률사무소 태희 민경남 변호사는 “합의 과정에서 연락이 늦어진다고 압박하는 것은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므로, 변호사를 통해 법률적으로 조율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기소유예’는 끝 아닌 시작, 민사소송의 ‘열쇠’

A씨가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가해자가 형사 처벌을 피하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 것이다. 기소유예는 범죄 혐의는 인정되지만 검사가 여러 사정을 고려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소유예가 민사소송에서는 오히려 피해자에게 유리한 ‘열쇠’가 된다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 성진 김진아 변호사는 “기소유예는 검찰이 가해자의 범죄 행위를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이 기소유예 처분 기록은 민사소송에서 가해자의 불법행위를 입증하는 강력한 증거가 된다”고 설명했다.


즉, 형사 처벌을 받지 않았더라도, ‘죄가 인정된다’는 검찰의 판단 자체가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근거가 된다는 의미다.


법무법인 일신 최동원 변호사 역시 “기소유예는 무죄가 아니라 유죄임이 인정되는 처분”이라고 덧붙였다.


잠 못 드는 밤, ‘보이지 않는 상처’를 증명하는 법

“계속 불안해서 심장도 빨리 뛰고 새벽에 잠을 잘 못 잡니다.” A씨의 호소처럼 성범죄 피해는 몸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깊은 상처를 남긴다. 이 ‘보이지 않는 상처’를 법정에서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정신과 진료기록이다.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 조대진 변호사는 “정신과 진료기록은 강제추행 사건에서 피해 정도를 판단하는 중요한 증거”라며 “범행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과 치료 필요성을 입증하는 데 유용하다”고 조언했다. 불안, 우울, 불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에 대한 진단서와 진료기록은 형사 절차에서 가해자의 양형을 결정하고, 민사소송에서 위자료(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 액수를 산정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압박이냐 기다림이냐…피해자의 최선은 ‘증거 확보’

결론적으로 전문가들은 A씨에게 가해자의 침묵에 흔들리지 말라고 조언한다. 지금 A씨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일이다.


정신과 진료를 통해 고통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단순한 치료를 넘어, 법적 권리를 찾기 위한 가장 중요한 준비 과정이다.


가해자에게 직접 연락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수사기관에 ‘엄벌탄원서’를 제출해 가해자를 압박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법무법인 유안 조선규 변호사는 “수사기관에 강력한 처벌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압박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가해자가 형사 처벌을 피하더라도, 그가 남긴 ‘보이지 않는 상처’에 대한 책임까지 피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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