쓱쓱 그려 만든 장애인 주차증... 누가 봐도 가짜인데 공문서위조 성립할까?
쓱쓱 그려 만든 장애인 주차증... 누가 봐도 가짜인데 공문서위조 성립할까?
조악한 위조는 무죄 가능성도
정교하면 과태료 200만원+징역형 동시 처벌

한 차주가 직접 그린 장애인사용자동차 표지 모습. /보배드림 인스타그램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달군 사연이다. 작성자는 장애인 주차표지를 직접 그려서 사용한 차주를 신고했고, 그 결과 차주에게 과태료 200만원과 주차 위반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됐다는 후기를 남겼다.
황당함을 넘어 실소를 자아내는 이 사건, 법조계의 시선으로 보면 단순히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여기에는 공문서위조 성립 요건과 이중처벌 금지 원칙이라는 묵직한 법적 쟁점이 숨어 있다.
너무 못 그리면 무죄? 조악한 위조의 역설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은 "손으로 대충 그린 주차증도 공문서위조가 될까"하는 점이다. 상식적으로는 위조를 시도했으니 처벌받아야 할 것 같지만, 법원의 판단 기준은 조금 다르다. 핵심은 '얼마나 감쪽같은가'이다.
형법 제225조에 따르면 행사할 목적으로 공문서를 위조하면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하지만 대법원은 위조죄가 성립하기 위해선 "일반인이 보기에 진짜 공문서라고 믿을 수 있을 정도의 형식과 외관을 갖춰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즉, 평균적인 사리분별력을 가진 사람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도 가짜임을 바로 알 수 있을 정도로 '조악하게' 만들었다면, 이는 공문서위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실제로 법원은 이를 엄격하게 따진다. 제주지방법원(2021노1)과 서울북부지방법원(2022노852)은 피고인이 만든 문서가 공문서로서의 외관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반면, 서울남부지방법원(2023고단1287)은 버려진 주차표지를 주워 수정액과 펜으로 정교하게 차량번호만 고친 사안에 대해서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결국 누가 봐도 장난처럼 그린 수준이라면 형법상 위조죄는 피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얼핏 보기에 진짜처럼 보일 정도로 정교하게 그렸다면, 얄궃게도 그 정성 때문에 전과자가 될 수 있다.
만약 공문서위조죄까지 인정된다면?
차주는 이미 구청으로부터 200만원이 넘는 과태료 폭탄을 맞았다. 여기에 만약 공문서위조죄까지 인정된다면, 행정 처분(과태료)과 형사 처벌(징역형 등)을 동시에 받게 된다.
우리 대법원은 "행정법상의 질서벌인 과태료와 형사처벌은 그 성질이나 목적이 다르다"며 "과태료를 납부한 뒤 형사처벌을 한다고 해서 일사부재리 원칙에 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일관되게 판결해왔다.
물론 '부정청탁금지법'이나 '국세기본법'처럼 법률 조항에 명시적으로 "형사처벌을 받으면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중복 방지 규정을 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장애인 주차표지와 관련된 '장애인복지법'이나 '편의증진법'에는 이런 면제 조항이 없다.
따라서 이번 사건의 차주는 ▲장애인 주차표지를 부당하게 사용한 대가로 과태료 200만원(장애인복지법) ▲주차 위반 과태료 10만원(편의증진법)을 내야 하는 것은 물론, 만약 그림이 정교했다면 ▲공문서위조 및 행사죄로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