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가 문제라 애 못가져” 공무직 울린 성희롱…시청은 덮었다
“씨가 문제라 애 못가져” 공무직 울린 성희롱…시청은 덮었다
피해자를 두 번 울린 시청의 현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씨가 좋지 않아 애를 못 가진다"는 상사의 잔인한 말은 1년간 이어진 직장 내 지옥의 일부였다.
시청 공무직 근로자 A씨는 상급자의 상습적인 폭언과 성희롱에 시달리다 결국 우울증 진단을 받았지만, 도움을 요청한 회사는 오히려 사건을 덮으려 했다.
피해자를 두 번 울린 시청의 2차 가해에 맞서 A씨는 힘겨운 법적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A씨의 악몽은 약 1년 전 시작됐다.
상급자인 B조장은 A씨에게 상습적으로 폭언을 일삼고, 특정 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로 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고통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B조장은 난임 시술을 받던 A씨의 가장 아픈 곳을 건드렸다. "씨가 좋지 않아 애를 못 가진다"는 등 입에 담기 힘든 성희롱성 발언까지 했다.
결국 A씨의 몸과 마음은 무너져 내렸다.
병원에서 '스트레스성 우울장애' 진단을 받았고, 의사는 "업무 복귀가 어려우니 정서적 안정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냈다. 뒤늦게 가해자 B조장은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행위를 일부 인정하며 사과했다.
마지막 희망을 걸고 시청 감사팀에 익명으로 신고했지만, 사건은 제대로 된 조사 없이 종결됐다.
A씨가 실명으로 다시 문제를 제기하고 진단서까지 제출하자, 시청은 믿을 수 없는 반응을 보였다.
"가해자 입장을 아직 모른다"며 즉각적인 분리를 거부했고, "정신병 관련 장기 병가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유급 병가 처리도 미뤘다. 심지어 담당 부서는 A씨에게 "조사 불원서를 써보는 게 어떻겠냐"며 사건을 덮으려는 회유와 압박까지 했다.
"가해자 말도 들어봐야"…피해자 보호 외면한 회사, 명백한 법 위반
전문가들은 시청의 조치가 명백한 법 위반이라고 입을 모은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은 회사가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인지하면 '지체 없이'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조사 기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근무장소 변경, 유급휴가 부여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류종민 변호사(법무법인 선린)는 "진단서까지 제출된 상황에서 '가해자 입장을 모른다'는 이유로 분리 조치를 미룬 것은 명백한 절차 위반"이라며 "피해자 보호가 최우선임에도 회사가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례 없다" 병가 거부에 "조사 포기" 종용까지…형사처벌 대상
유급 병가를 거부하고 개인 연차 소진을 강요한 행위 역시 위법 소지가 크다.
한대섭 변호사(모두로 법률사무소)는 "피해자가 요청하면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반드시 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며 "'선례가 없다'며 유급 병가를 거부한 것은 법 위반으로 과태료 처분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조사 불원서를 종용한 것은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로,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중대한 범죄"라고 경고했다.
직장 괴롭힘이 낳은 '우울증'…산재 인정받을 수 있나
A씨의 '스트레스성 우울장애'는 산업재해로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직장 내 괴롭힘,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된 질병을 '업무상 질병'으로 명시하고 있다.
김진아 변호사(법무법인 성진)는 "장기간의 괴롭힘 사실, 진단서, 가해자의 사과 내용 등이 명확해 산재 입증 자료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산재로 인정받으면 치료비는 물론, 일을 못 하는 기간 평균 임금의 70%를 휴업급여로 받을 수 있어 경제적 부담을 덜고 치료에 전념할 수 있다.
"미안하다" 한마디가 스모킹 건…녹취 없어도 처벌 가능하다
가해자 B조장에 대한 직접적인 법적 책임 추궁도 가능하다.
성희롱 발언을 직접 녹음하지는 못했지만, 전문가들은 승산이 충분하다고 본다.
윤준기 변호사(법률사무소 새율)는 "가해자의 사과 통화는 자신의 행위를 인정한 중요한 증거가 된다"며 "동료들의 증인 진술까지 더해지면 모욕죄나 명예훼손죄 등으로 형사 고소가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민사상 불법행위에 따른 위자료 청구 소송 역시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A씨는 회사를 상대로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해 즉각적인 분리 조치와 유급휴가를 강제하고, 동시에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해 치료와 생계를 보장받을 수 있다.
이와 별개로 가해자 개인에게는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 법의 심판대에 세울 수 있다.
전문가들은 복잡한 사안인 만큼, 법률 대리인의 조력을 받아 행정, 산재, 민·형사 절차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는 '종합 대응'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