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의 횡령 자랑 '인스타' 캡처 신고…스토킹 역고소 당하나?
동료의 횡령 자랑 '인스타' 캡처 신고…스토킹 역고소 당하나?
공개 SNS 게시물 증거 제출은 정당한 제보, 스토킹 성립 안 돼…법률 전문가들 '횡령한 동료가 처벌 대상' 한목소리

회사 비품을 훔쳐 SNS에 올린 동료를 신고한 직장인이 스토킹 역고소를 우려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회사 비품을 훔쳐 SNS에 자랑한 동료를 신고했다가 스토킹범으로 몰릴 위기에 처했다면?
회사 비품을 상습적으로 빼돌린 동료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돈 굳었다'며 버젓이 인증샷까지 올린 상황.
이를 캡처해 회사에 알린 A씨는 정의를 구현했다는 뿌듯함도 잠시, 스토킹 범죄로 역고소를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과연 A씨의 행동은 정당한 공익 제보일까, 아니면 불법적인 사찰일까.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사건의 본질을 짚어봤다.
들켜버린 '횡령 인증샷', 신고했더니 내가 스토커?
직장인 A씨는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던 동료 B씨의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차단당한 상태였다. 하지만 B씨의 비위 행위를 의심하던 A씨는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몰래 볼 수 있는 제3자 웹사이트를 통해 B씨의 '공개' 계정을 주시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B씨는 회사 비품을 횡령한 사진과 함께 '신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즉시 해당 화면을 캡처해 부장에게 전달하며 B씨의 횡령 사실을 공론화했다. 그러나 B씨에게 직접적인 연락 한번 취한 적 없는 자신의 행위가 스토킹으로 비칠 수 있다는 걱정에 밤잠을 설치기 시작했다.
변호사들 "걱정 불필요"…핵심은 '공개된 정보'와 '접촉 여부'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행동에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스토킹처벌법이 규정하는 범죄가 성립하려면 '상대방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반복적으로 접근하거나 지켜보는 등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가 입증돼야 한다.
법무법인 심의 심준섭 변호사는 "B씨의 계정은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개 계정이었고, 게시물 역시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될 것을 전제로 올라온 정보"라며 "제3자 사이트를 이용했더라도 공개된 정보에 접근한 것일 뿐, 스토킹의 구성 요건인 '접근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법무법인 베테랑 김진배 변호사 역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게시물을 캡처하고 이를 회사에 제출한 것은 범죄 사실을 알리는 정당한 행위"라며 "A씨가 B씨에게 직접 메시지를 보내거나 댓글을 다는 등 접촉을 시도하지 않았으므로 스토킹 범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했다.
정의 구현인가 불법 사찰인가…법의 저울은 '공익 제보'에 무게
전문가들은 오히려 법적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는 동료 B씨라고 지적했다.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개인적으로 사용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는 '업무상 횡령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명백한 범죄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는 "A씨의 신고는 개인적 원한을 넘어 회사 자산을 보호하려는 목적이 인정되는 '공익 제보'의 성격이 짙다"면서 "설령 B씨가 A씨를 스토킹으로 고소하더라도 처벌될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오히려 B씨가 횡령 혐의로 회사의 징계나 형사 처벌을 받을 사안"이라고 분석했다.
보복성 역고소 대비해야…'자랑'이 '자백'이 된 순간
결국 B씨가 '자랑'처럼 올린 게시물은 자신의 범죄를 입증하는 '자백'의 증거가 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B씨의 보복성 고소나 직장 내 괴롭힘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A씨는 B씨의 횡령 사실을 입증하는 인스타그램 캡처 원본, 회사에 제보한 날짜와 시간, 제보 내용 등을 명확히 기록하고 보관해두는 것이 좋다.
만약 B씨가 역고소를 하거나 이로 인해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될 경우, 이는 자신의 범죄를 덮기 위한 2차 가해 행위로 인정돼 B씨에게 더욱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