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처 사장님께 "해고돼서 일을 못 하게 됐습니다" 문자 보낸 게 영업비밀 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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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처 사장님께 "해고돼서 일을 못 하게 됐습니다" 문자 보낸 게 영업비밀 누설?

2020. 04. 18 20:24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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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악화로 당일 해고 통보받은 근로자

거래처에 "해고로 더 이상 일 못 하게됐다" 연락했는데⋯

회사 대표 "영업비밀 누설했다"며 내용증명 보내와

당일 해고를 통보받은 근로자가 이 사실을 거래처에 알렸다면, 이는 회사의 영업 비밀을 누설한 '비밀준수 의무 위반' 일까? /게티이미지코리아

"'당일 해고'가 나한테도 일어날 줄이야."


자신이 일하던 책상을 정리하는 A씨는 착잡하기만 하다. 회사 사정이 어렵게 돌아간다는 것은 알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회사 대표는 '경영 악화'를 이유로 모든 직원을 불러모아 '해고'를 통보했다. 모든 게 갑작스러웠다.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돼 버린 A씨는 눈앞이 캄캄했다. 그런 와중에 한 사람이 생각났다. 그동안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준 거래처 사장님. 그래서 개인적으로 문자 메시지를 하나 남겼다.


"경영악화로 갑자기 해고되는 바람에 일을 끝까지 마무리 짓지 못하게 됐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런데 회사 대표가 이를 알고 길길이 화를 냈다. 회사 대표는 A씨에게 "이런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은 비밀준수 의무를 위반한 것일 뿐 아니라, 자신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며 내용증명을 보내왔다.


A씨는 해고로 인한 스트레스에 힘겨워하는 자신에게 업무상 비밀을 누설했다며 뒤집어씌우는 그가 야속하기만 하다.


해고 사실 알린 문자 메시지 내용, 업무상 비밀누설에 해당할까?

변호사들은 "A씨가 거래처에 인사차 보낸 문자 메시지 내용을 업무상 비밀누설이나 명예훼손으로 볼 수는 없을 것"이라는데 견해를 같이했다.


업무상 비밀누설죄는 일정한 자리에 있거나 있었던 사람이 직무에서 얻은 타인의 비밀을 누설했을 때 적용한다.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법률사무소 승인 오승일 변호사는 "A씨가 보낸 문자 내용이 통상적인 비밀유지 의무에서 말하는 '비밀'이라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명예훼손의 요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가 여기에 굳이 답변하거나 위축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해자현의 윤현석 변호사도 "A씨가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즉, 회사 대표의 내용증명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다.


오히려 문제는 회사 대표⋯당일 해고 = 부당 해고

변호사들은 이 상황에서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오히려 회사 대표라고 했다. 특히 '당일 해고'한 부분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현석 변호사는 "A씨가 부당해고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오히려 A씨가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동법률사무소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는 "A씨를 영업비밀 누설로 몰아가는 것은, 부당해고를 단행한 회사 대표가 '도둑이 제 발 저려서' 한 행동으로 보인다"며 "A씨는 부당해고무효 확인 소송 및 임금 지급 청구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법률사무소 강문(광주)의 강서준 변호사도 "사업주가 해고예고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고, 오승일 변호사도 "회사대표가 근로기준법을 위반했을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근로기준법상 사용자가 경영상 이유로 해고하는 경우 적어도 30일 전에 이를 예고해야 하며, 이를 어기면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사용자가 이러한 사유나 절차 없이 근로자를 부당해고하면 근로자는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할 수 있고, 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라고 판단하면 사용자에게 구제명령을 내린다. 사용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2000만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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