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된 남편 퇴직금, 아내가 먼저 쓰면 ‘사해행위’ 덫에 걸린다
수감된 남편 퇴직금, 아내가 먼저 쓰면 ‘사해행위’ 덫에 걸린다
채권자들 압류 전, 퇴직금 지킬 단 하나의 법적 방패는?

실형을 선고받은 남편의 퇴직금을 빚쟁이보다 먼저 확보하려는 아내가 법적 딜레마에 빠졌다. / AI 생성 이미지
남편은 실형을 선고받아 구치소에 있고, 수억 원일지 모를 퇴직금은 빚쟁이들의 표적이 됐다.
남편의 범죄를 수습하려 대출까지 받은 아내, 하지만 퇴직금을 먼저 받아 빚을 갚으려니 ‘사해행위’라는 법적 덫이 기다리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아내의 사투와, 법률 전문가들이 제시한 유일한 탈출구를 집중 취재했다.
"남편 퇴직금, 먼저 쓰면 잡혀 가나요?"…벼랑 끝 아내의 호소
항소심에서 실형을 받고 구치소에 수감된 남편의 퇴직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아내는 남편과 이혼 및 퇴직금 재산분할에 합의하고 조정을 신청했지만, 미성년 자녀의 '부모 교육' 문제로 절차가 지연될 위기다.
문제는 남편의 빚이다. 당장 6월부터 연체가 시작되면 채권자들이 퇴직금에 득달같이 달려들 것이 뻔하다. 남편의 형사사건 피해자들에게 지급보증을 서고, 재판 비용을 위해 신용대출까지 받은 아내로서는 퇴직금 확보가 절실하다.
하지만 조정이 끝나기 전에 퇴직금을 먼저 사용하면 채권자를 해하는 '사해행위'로 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아내는 “남편의 퇴직금을 조정 전에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합니다”라며 애타는 심정을 토로했다.
"절대 안 됩니다"…법률가들의 만장일치 경고
아내의 절박한 질문에 법률 전문가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절대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법무법인 온조 박은주 변호사는 "귀하께서 남편의 퇴직금을 재산분할이 되기 전에 먼저 받아 사용하면 채권자들에게 사해 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라고 단호하게 경고했다.
법무법인 홍림의 김남오 변호사 역시 "이 상태에서 의뢰인이 먼저 해당 돈을 사용하면 채권자 입장에서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진행하여 회수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현재 상황처럼 채무가 많고 연체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법원은 사해행위로 판단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라며, 조정 전에 돈을 쓰는 것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산분할이라는 법적 절차가 완료되기 전에 아내가 임의로 남편의 재산을 사용하는 순간, 다른 채권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로 간주되어 더 큰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것이다.
유일한 해법, 채권자보다 빠르게 '퇴직금 묶기'
그렇다면 채권자들이 압류하기 전에 아내가 재산을 지킬 방법은 없는 걸까? 전문가들은 유일하고도 가장 시급한 해법으로 '채권 가압류'를 제시했다.
법률사무소 반석의 최이선 변호사는 "실무적으로 가장 시급한 대응은 퇴직금 지급 전 '채권 가압류'를 신청하여 우선권을 확보하는 것입니다"라고 조언했다.
더신사 법무법인의 장휘일 변호사 또한 "남편의 퇴직금이 다른 채권자들에 의해 압류되거나 연체로 인해 상계되기 전에 재산분할을 원인으로 한 채권 가압류를 긴급히 신청하여 해당 자금을 동결시키고, 우선적인 권리를 주장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즉, 법원에 재산분할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근거로 남편의 퇴직금을 다른 사람이 가져가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찜'해 두는 조치가 가장 먼저 필요하다는 의미다.
출소 후 '파산'하면 모든 빚 사라질까?…"범죄 피해는 예외"
아내의 마지막 희망은 남편의 '파산 면책' 가능성이다. 출소 후 파산을 통해 모든 빚을 털어낼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이 역시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장휘일 변호사는 "출소 후 파산면책 신청은 가능하지만,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금이나 벌금 등은 비면책 채권에 해당하여 면책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음을 유의하여야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남편의 범죄 행위로 발생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금은 파산으로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정현 법률사무소의 송인욱 변호사도 "우선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 채무는 면책 선고를 받을 수 없는데, 수감된 혐의에 대한 내용이 없으나 재산범죄에 따른 범죄라면 면책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남편의 범죄 성격에 따라 파산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