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A를 징계에 회부한다' 공문을 회사 게시판에 붙인 건, A에 대한 명예훼손"
대법원 "'A를 징계에 회부한다' 공문을 회사 게시판에 붙인 건, A에 대한 명예훼손"
당사자가 알기도 전에 징계 절차 회부 소식을 사내 게시판에 붙여둔 회사
1심, 명예훼손 유죄→ 2심, 명예훼손 무죄 → 대법원, '명예훼손 유죄' 취지 파기환송
대법원 "공개 내용도, 방법도, 장소도 모두 부적절⋯굳이 알려야 할 내용 아니었다"

회사 곳곳의 게시판마다 A씨의 징계 절차 회부 사실이 공지됐다. A씨가 받았어야 하는 공문이었지만, 인사팀 직원 B씨는 다른 직원을 시켜 이 공문을 게시판에 붙이도록 조치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직원 B씨 행위는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A씨는 자신이 회사에서 징계 절차를 밟게 됐다는 사실을 뜻밖의 방법으로 알게 됐다. 바로 사내 게시판에 붙은 공문을 통해서다.
당시 A씨가 근무하던 현장의 방재실과 기계실, 관리사무실 게시판마다 이러한 징계 절차 회부 사실이 공지됐다. 문제의 공문에는 A씨의 징계 사유까지 간추려 함께 적혀 있었다.
"근무 실적과 태도가 좋지 않고, 회사의 명예와 신용을 손상시켰으며, 상급자 지휘에 따르지 않는 등⋯."
이러한 일을 추진한 건 사내 징계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 B씨.
B씨는 A씨 앞으로 '징계 관련 공문'을 내용증명으로 보냈다. 회사 매뉴얼에 따른 것이었다. 그런데, B씨는 이후 A씨가 근무하는 현장 담당자에게 "우편물을 대신 수령해서 게시판에 붙여라"라고 지시했다. 그렇게 모든 직원이 볼 수 있는 게시판에 자신의 징계 절차 회부 사실이 알려진 A씨.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했다고 판단해, 담당 직원 B씨를 명예훼손죄로 고소했다.
이 사건은 양측의 팽팽한 공방 끝에 대법원까지 올라갔다. 그리고 지난달 26일, 대법원은 "명예훼손이 맞다"며, 앞서 무죄 판결을 내놨던 원심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첫 재판에서 법원이 손을 들어준 건 A씨 쪽이었다. 인사팀 직원 B씨에게 명예훼손 혐의가 인정됐고, 이에 따라 벌금 30만원이 선고됐다. 근로자의 징계 절차 회부 사실 등을 누구나 볼 수 있는 사내 게시판에 공지한 건 문제가 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지난 5월, 수원지법은 "피고인 B씨는 회사에서 징계 업무를 담당한 인사팀 직원으로서 자신의 직무를 수행한 것일 뿐"이라며 사건을 무죄로 뒤집었다.
항소심의 판단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았다.
❶ 징계 '절차'에 관한 사항을 알린 것이라, 심각한 피해로 보긴 어렵다
❷ 회사 공공의 이익을 위한, 공적인 업무 수행 과정에서 생긴 일이다
특히 무죄 판결에 힘을 실은 건 공공의 이익(②)에 해당한다는 부분이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 사건에선, 진실한 사실을 공익을 위해 전했다는 게 인정되면 더는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형법 제310조). 그렇기에 피고인 측은 "회사 내부의 원활하고 능률적인 운영을 도모하려던 것"이라며 공적인 목적으로 한 일임을 거듭 강조해왔다. 이러한 주장이 통하면서, B씨에게 무죄가 선고된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대법원에 올라가면서 한 번 더 반전을 맞았다.
대법원 제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당시 피해자 A씨는 징계 절차에만 회부된 단계였고, 그 징계 결과가 의결되지 않은 상태였다"며 "그런데도 이러한 사실을 공개한 행위는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라며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의 지적 ① : 징계 절차만 알려줬을 뿐? 불필요한 내용도 같이 담겼다
우선, 대법원도 근로자의 징계 절차를 알리는 과정이 공적 업무에 해당할 수는 있다고 봤다. 하지만 "징계 절차에 회부된 단계부터 그 과정 전체가 낱낱이 공개되어야 하는 건 아니다"라는 게 대법원의 지적이었다.
공문에 A씨의 징계 사유를 공개한 것도 문제라고 했다. 항소심의 말처럼, 단순히 징계 절차에 관한 사항만 공개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였다.
대법원의 지적 ② : 징계 회부 사실 알린 것이 '공익' 달성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또한, A씨의 징계 관련 공문이 붙은 장소가 협력업체 직원 등 외부인 왕래가 빈번한 곳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대법원은 "회사 내부의 원활하고 능률적인 운영, 즉 공익을 위해서라기엔 그 공개 방식이나 게시 장소가 모두 적합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별도로 "설령 (그런) 공공의 이익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징계가 이뤄진 후 공지했어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징계 절차에 돌입하는 단계에서 이를 알린 것은 문제가 있었다고 짚었다.
종합하면, B씨의 행위는 ▲공적인 업무를 한 거라기엔 도가 지나쳤고, ▲그게 회사의 공익을 위한 일이었는지도 불분명하다는 게 대법원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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