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살려면 면접 봐라?"… '깜깜이 계약' 끝낼 상호 검증 서비스 나온다
"월세 살려면 면접 봐라?"… '깜깜이 계약' 끝낼 상호 검증 서비스 나온다
"집주인 세금 체납 확인" vs "세입자 신용도 공개"
내년 초 '임대차 스크리닝' 도입
개인정보보호법 충돌 우려도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내년 초, 집주인(임대인)과 세입자(임차인)가 계약 전에 서로의 신용정보와 세금 체납 사실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새로운 임대차 계약 모델이 국내에 도입된다. 그동안 "집주인이 낸 세금은 잘 냈는지", "세입자가 월세는 제때 낼 사람인지" 서로 알지 못한 채 도장부터 찍어야 했던 이른바 '깜깜이 계약' 관행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와 프롭테크 기업들은 협력을 통해 내년 초 '임대인·임차인 스크리닝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핵심은 '상호 정보 공개'다. 지금까지는 임대차 계약이 체결되기 전까지 상대방의 재정 상태나 신용도를 확인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 계약 종료 시점이나 거주 중에야 문제가 터지는 경우가 빈번했다.
"패를 먼저 까야 믿는다"…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기
새로 도입될 스크리닝 서비스는 양측의 정보를 동등하게 교환하는 방식이다. 임대인은 임차인의 ▲임대료 납부 이력 ▲이전 임대인의 추천 등 평판 데이터 ▲신용 정보 및 금융 데이터 ▲생활 패턴 정보 등을 제공받는다. 반대로 임차인은 임대인의 ▲등기부등본 권리 분석 ▲보증금 미반환 이력 ▲국세·지방세 체납 현황 ▲선순위 보증금 예측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최근 몇 년간 전세 사기가 급증하면서 임대인의 정보 공개 의무는 대폭 강화된 반면, 임차인에 대한 정보는 여전히 '블랙박스'에 갇혀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현행법상 임대인은 신용도, 보증 가입 여부, 세금 체납 사실 등 민감한 정보를 낱낱이 공개해야 하지만, 임차인의 월세 체납 이력이나 주택 훼손, 반려동물 사육 여부 등은 계약 전 알 길이 없었다.
이러한 정보의 불균형은 결국 분쟁의 불씨가 되고 있다.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조정 신청 건수는 2020년 44건에서 지난해 709건으로 16배 이상 폭증했다.
"전과자가 내 집에?"… '임차인 면접제' 국민청원까지 등장
정보 비대칭에 대한 불안감은 집주인들 사이에서 더욱 고조되고 있다. 특히 임차인이 최장 9년(3+3+3년)까지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법 개정 논의가 나오자, "한 번 들이면 내보내기 힘든 세입자를 더 깐깐하게 골라야 한다"는 심리가 확산된 것이다.
지난달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임차인 면접제' 도입을 촉구하는 청원까지 등장해 화제가 됐다. 청원인은 "내 집에 전과자가 들어오는지, 신용불량자가 들어오는지 알 길이 없다"며, 서류 심사와 면접, 심지어 6개월 인턴 과정을 거쳐 세입자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독일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 이미 보편화된 임차인 스크리닝 제도(신용조회, 추천서 요구 등)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국내 정서상 "세입자에게 면접까지 보라니 과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아 사회적 논의가 뜨겁다.
'안전 거래' vs '사생활 침해'… 법적 쟁점과 넘어야 할 산
문제는 현행 법제도와의 충돌 가능성이다. 전문가들은 이 서비스가 정착하기 위해선 '개인정보보호법'과 '신용정보법'이라는 높은 파고를 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법률 분석에 따르면, 임차인의 월세 납부 이력이나 신용 점수는 '개인신용정보'에 해당한다. 이를 서비스 업체가 수집해 임대인에게 제공하려면 정보주체(임차인)의 명확하고 개별적인 동의가 필수적이다. 또한 '선택적 동의' 사항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서비스 이용을 거절할 경우 신용정보법 위반 소지가 있다.
즉, 집주인이 "정보 공개 동의 안 하면 계약 안 해"라고 강요하는 구조가 되면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더 나아가 '임차인 면접제'나 과도한 정보 요구는 평등권 침해 논란을 부를 수 있다. 신용도나 전과 기록을 이유로 주거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차별 행위에 해당할 수 있으며, 청원에서 제안된 '6개월 인턴제'는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보장된 2년 거주 기간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결국 '상호 정보 공개' 모델의 성공 여부는 임차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거래 안전을 위해 필요한 필수 정보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합의하느냐에 달려 있다. 단순한 정보 교환을 넘어, 무너진 임대차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제도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