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우한 폐렴' 걸렸을 때 다 책임지시려면 마스크 못 쓰게 막으셔도 됩니다
사장님, '우한 폐렴' 걸렸을 때 다 책임지시려면 마스크 못 쓰게 막으셔도 됩니다
"손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마스크 못 쓰게 하는 사업주
변호사들도 해석 갈리는 법 조항⋯"고용노동부의 빠른 지침 필요" 지적도
마스크 착용 금지당해 '우한 폐렴' 걸렸다면, 손해배상 청구 가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이 확산함에 따라 고객들이 많이 찾는 은행들도 비상대응 체계에 들어갔다. 28일 KB국민은행 여의도 영업점에서 직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고객 업무를 보고 있다. /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 공포가 온 나라를 덮고 있다. 여러 감염 방지대책 중에 빠지지 않는 것이 마스크 착용이다. 이런 상황에서 온종일 고객과 얼굴을 마주해야 하는 서비스업 근로자들이 정작 마스크 없이 일하고 있다. 사업주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건강을 지키고 전염을 막기 위한 조치보다 '사업주의 허락 여부'가 앞서는 걸까?
사례. 카페 종업원 "마스크 쓰고 싶다" vs. 사장님 "공문 올 때까지 허용 못 해"
카페에서 일하는 A씨. 국내 '우한 폐렴' 확진자 수가 늘고 있다는 뉴스를 보니 덜컥 겁이 났다. 직업 특성상 하루에도 수십 명 고객을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감염 예방을 위해 마스크라도 착용하고 싶지만, 사장님은 "정부가 공문을 보내지 않는 한 허용할 수 없다"고 말한다. "서비스업 종사자가 마스크를 쓰고 손님 맞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고객들이 어디서 누구를 만났는지도 모르는데 마스크도 없이 그들은 응대하라는 것은 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했다.
마스크 착용에 관해서는 변호사들의 의견이 나뉘었다.
법무법인 신효의 오세정 변호사는 “산업안전보건법 제39조 및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601조에 따라 사업주는 근로자가 공기매개 감염병이 있는 환자와 접촉하는 경우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보호 마스크를 지급하고 착용하도록 조치할 의무가 있다”고 답변했다.
만약 사업주가 이를 위반한다면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 제1항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이 되고, 근로감독관의 조사대상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오 변호사는 "따라서 종업원은 이 법 규정을 근거로 사업주에게 마스크를 착용을 허용토록 요구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관할 근로감독관에게 신고하거나, 형사고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법률사무소 황금률 박성현 변호사는 다른 의견을 보였다. 박 변호사는 "현행 제도 아래서는 영업주가 '직원이 마스크 쓰는 것을 고객이 싫어한다'는 이유로 종업원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해도 특별히 취할 실효성 있는 대응 방안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산업안전보건법 제5조에 '사업주는 근로자의 안전 및 건강을 유지·증진하고, 국가의 산업재해 예방정책을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내용이 다소 추상적이고 포괄적이다"며 "위반했을 때의 처벌 규정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규정을 강제성 있는 규범으로 보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신효의 오세정 변호사, 법률사무소 황금률 박성현 변호사. /로톡DB
사실 이런 일은 비단 A씨만 겪는 것은 아니다. 식당, 백화점, 금융업체 등의 영업장에서 고객 응대 업무를 하는 근로자뿐 아니라 대민업무를 하는 공무원에까지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의 한 주민센터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B씨는 “매일 수많은 민원인과 얼굴을 맞대고 일하는데, 윗분들 눈치 보여 마스크도 쓰지 못하고 있다”며 애로를 토로했다.
그는 또 "서비스 부문 종사자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고용노동부가 하루빨리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때처럼 관련 기관이나 업체에 공문을 보내 마스크 착용을 지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한 폐렴'의 확산으로 마스크 등 위생용품 판매가 급등한 28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마스크 진열대가 비어 있다. /연합뉴스
법무법인 휴먼 손준호 변호사는 "현재 한국에서 확진 환자가 발생하기는 하였으나 크게 확산되고 있다는 객관적인 증거가 있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 만큼, 종업원이 사업주의 지시를 거슬러 마스크를 착용할 경우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향후 정부의 마스크 착용 권고 등이 있음에도 사업주가 종업원에게 마스크를 착용하지 못하게 한다면, 관할 지방노동청에 진정을 넣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경우에는 또 업주의 지시를 무시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방법도 있는데, 그렇게 했다고 사업주가 인사상 불이익을 준다면 부당 인사로 구제받을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말한다.
정부의 마스크 착용 권고가 있는 상황이라면, 사업주의 사업상 이익 보다 근로자의 건강권이 우선되는 상황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성현 변호사도 정부의 권고가 있음에도 영업주가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쓰지 못하게 한다면, 고용노동부 산업 보건과 등 관계 행정청에 영업주의 권고 불이행 사실을 신고해 이행을 사실상 강제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그는 덧붙였다.
만약 A씨의 경우처럼 사업주가 마스크를 쓰지 못하도록 했다가, A씨가 감염될 경우 누가 책임을 지게 될까. 변호사들은 "사업주가 책임진다"고 답했다.
법무법인 오른의 백창협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사용자는 근로자가 일하면서 생명⋅신체⋅건강 등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근로 환경을 정비하고,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의무를 진다"며 "이를 위반한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한 채무불이행책임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판례가 있다"고 말했다. 백 변호사는 "A씨가 만약 일터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면, 사업주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휴먼'의 손준호 변호사, '법무법인 오른'의 백창협 변호사. /로톡DB
오세정 변호사도 "만약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상 예방조치 및 기타 안전의무를 다하지 않아 종업원이 감염된 경우 치료비와 이로 인한 위자료 등을 사업주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종업원 개인의 과실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손해배상액은 감액될 수 있다고 오 변호사는 덧붙였다.
손준호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질병과 업무상 연관성이 분명한 경우 그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는 근로복지공단을 통한 산업재해 처리로 배상받을 수도 있고, 업무상 연관성 입증이 쉽지 않지만 사업주에게 예방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귀책이 있다면 사업주에게도 일정 부분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현 변호사는 "정부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영업주가 종업원들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고 △ '우한 폐렴' 확진자로 밝혀진 사람이 해당 업소에 방문하여 질문자와 접촉한 사실이 입증되고 △ A씨가 확진자와 접촉한 이후 '우한 폐렴'에 감염되는 등의 요건이 갖추어진다면, 영업주에게 민사상으로 불법행위 손해배상 등을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