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수원까지 오라니" 사이버범죄상담 사례로 본 수사 이관 거부 논란
"부산서 수원까지 오라니" 사이버범죄상담 사례로 본 수사 이관 거부 논란
수사관 교체, 상급기관 민원 등 적극적 권리 행사해야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사이버범죄 혐의로 경찰 조사를 앞둔 부산의 한 대학생이 '수원까지 와서 조사를 받으라'는 통보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범죄 발생지가 특정되지 않았고 자신의 주소지는 부산이지만,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수원 경찰이 관할 이관을 거부하며 학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상황이다.
사건의 주인공은 부산에 거주하는 평범한 대학생 A씨. 어느 날 그는 수원 소재 경찰서 수사관으로부터 사이버범죄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문제는 A씨의 거주지와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서의 거리가 너무 멀다는 점이었다. A씨는 학업과 이동 거리를 고려해 자신의 주소지인 부산 관할 경찰서로 사건을 옮겨달라(사건 이관)거나, 최소한 부산에서 조사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촉탁 수사)고 요청했다.
하지만 담당 수사관은 번번이 이를 거부했다. 수사관은 "평일이나 휴일 중 출석 일정을 조정해 줄 수는 있다"고 했지만, KTX로도 왕복 5시간이 넘는 거리를 오가는 것은 학생 신분인 A씨에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A씨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경찰청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수사관의 태도는 요지부동이었다.
수사 편의 vs 피의자 방어권, 무엇이 우선인가?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이 '수사기관의 편의'와 '피의자의 방어권'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지적한다. 형사소송법 제4조는 범죄가 일어난 장소뿐만 아니라 피의자의 주소, 거소 또는 현재 있는 곳도 재판 관할로 인정한다. 이는 수사 단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특히 범죄지를 특정하기 어려운 사이버범죄의 특성상, 피의자의 주소지 관할권은 더욱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법무법인 한설의 손민정 변호사는 "수사기관은 원칙적으로 피의자의 편의를 고려하여 수사를 진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사의 효율성이나 사건의 특수성을 이유로 수사관이 재량을 행사할 여지도 있으나, 이러한 재량권 행사는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며 A씨의 사례는 부산 관할 경찰서로의 이관이나 촉탁 수사가 충분히 가능한 사안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헌법재판소 역시 "수사 관할은 사건의 능률적 처리뿐만 아니라 피의자의 출석 편의 및 방어권 보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판시하며 피의자의 권익을 강조한 바 있다.
'묵묵부답' 수사관, 대응 방법은 없나
그렇다면 A씨는 수사관의 '버티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야만 할까. 전문가들은 A씨가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적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먼저 시도해볼 수 있는 것은 보다 공식적이고 강력한 문제 제기다.
법무법인 나침반의 송영인 변호사는 "수사관이 이관 요청을 거부하는 구체적인 사유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면서 "해당 수사관이 소속된 경찰서에 '수사 이의 신청'이나 '수사관 교체 신청'을 통해 직접적인 권리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는 수사의 공정성과 인권 보호를 위해 법적으로 보장된 절차다.
손민정 변호사 역시 "해당 수사관의 상급자나 수원지방경찰청 민원실에 정식으로 이관·촉탁 신청서를 제출하고, 이것이 거부될 경우 경찰청 감찰부서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만약 경찰 단계에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검찰에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도 있다. 현행법상 검사는 경찰 수사에 대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으며, 정당한 이유 없이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해당 경찰관의 징계를 요구할 수도 있다. 따라서 관할 검찰청에 수사 관할 이관에 대한 지휘를 요청하는 것도 효과적인 압박 수단이 될 수 있다.
A씨의 힘겨운 싸움은 수사 편의라는 명분 아래 개인의 기본권이 어디까지 보장되어야 하는지 우리 사회에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