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안되면 무효' 특약, 믿었다간 계약금 날린다
'대출 안되면 무효' 특약, 믿었다간 계약금 날린다
'사전심사' 함정…전문가들 “정식심사 기준 명시, 모든 과정 서면 증거 필수”

“주택담보대출이 안 나오면 계약은 무효”라는 특약만 믿고 계약했다가는 자칫 계약금을 잃을 수도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주택담보대출이 안 나오면 계약은 무효”라는 특약 한 줄만 믿고 안심했다가 계약금 수천만 원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매도인의 독촉에 급히 알아본 은행의 ‘사전심사’와 실제 대출이 결정되는 ‘정식심사’의 차이를 간과한 탓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특약 문구의 해석을 두고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정식심사’를 기준으로 한다는 내용을 명확히 추가하고, 모든 절차를 서면으로 증명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믿었던 '대출 특약', 사전심사와 정식심사 사이 함정
생애 첫 내 집 마련에 나선 A씨는 계약서에 “매수인이 주택담보대출 불가 또는 승인한도 부족(3억3천만원)과 심사지연을 사유(2026년 3월 6일까지)로 한 경우에는 본 계약은 무효로하며, 매수인이 지급한 계약금은 전액 반환한다”는 특약만 믿고 도장을 찍었다.
그러나 계약 직후, 매도인은 자신의 전세 계약을 이유로 들며 이번 주 내로 대출 가능 여부를 확정해달라고 A씨를 압박했다. 부동산 중개업소는 당일 은행에 가면 바로 알 수 있다고 했지만, 이는 최종 결정이 아닌 간이 심사 ‘사전심사’에 불과했다. 정식심사에서 결과가 뒤바뀔 경우, 계약금은 물론 이미 낸 중도금까지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A씨를 덮쳤다.
법조계 “계약 무효 가능, 단 분쟁의 불씨는 여전”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특약이 잔금 시점 대출이 최종 거절될 경우 계약을 무효로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된다는 점에 대체로 동의했다.
최진혁 변호사는 “위 특약의 문구에서 단순히 대출 관련하여 사전심사에 한정되는 내용은 없으므로, 종국적으로 잔금시까지 대출이 나오는지 여부에 따라 계약의 유효성이 달라지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보여집니다”라며 최종 심사 결과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만약 대출이 부결될 경우와 관련해 김형민 변호사는 “잔금 시점에 실제로 대출이 거절되거나 승인한도가 3억3천만원에 미달하고 그 사유가 기한 내 발생한 것이라면, 계약금 및 이미 지급한 중도금도 부당이득으로 반환 청구가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분쟁의 소지는 곳곳에 남아있다. 윤관열 변호사는 “다만 '3월 4일 은행 방문 후 대출 가부를 알려주기로 한다'는 문구는 절차적 약속에 가까워, 단순히 사전심사 결과만으로 확정된 대출 가능 여부로 인정될지는 상황에 따라 다툼이 생길 수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A씨의 대출 신청 노력이 부족했다고 매도인이 반박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남희수 변호사는 “3월 4일 은행 방문 의무를 매수인이 이행하지 않거나 협조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다툼이 생기면 분쟁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경고했다. 전병욱 변호사 역시 대출 불가가 매수인의 신용 문제 등 본인 귀책사유로 판단되면, 매도인이 반환을 거부할 수 있다는 판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계약금 지키는 유일한 길, '특약 보완'과 '서면 증거'
그렇다면 A씨가 계약금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계약서 보완’과 ‘증거 확보’를 꼽았다.
박영재 변호사는 “가장 안전한 방식은 특약을 추가해 ‘정식 심사 결과 기준으로 대출이 거절되거나 한도가 부족한 경우 계약은 해제되고 계약금은 반환한다’는 취지를 명확히 하는 것입니다”라고 조언했다. 사전심사가 아닌 정식심사 결과를 기준으로 삼는다는 문구를 추가 합의서로 명확히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의미다.
모든 과정을 서류로 남기는 것도 필수적이다. 전병욱 변호사는 “오늘 은행 방문 시 상담 확인서와 심사 결과 통보서를 반드시 수령해 두고, 정식심사 결과 불가 또는 한도 부족이 확인되면 금융기관 공식 확인서를 발급받아 두시기 바랍니다”라고 당부했다. 김영호 변호사 역시 오늘 은행 방문 결과를 서면으로 확보하고 매도인에게 즉시 통보해 특약 이행 요건을 갖춰두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