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위 5살의 마지막 킥보드... 운전자는 '12대 중과실' 피하지 못한다
횡단보도 위 5살의 마지막 킥보드... 운전자는 '12대 중과실' 피하지 못한다
부산 사하구서 70대 운전자, 야간 횡단보도 건너던 아동 치어 숨지게 해
'민식이법'과 무관해도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 시 최대 5년 금고형

기사 내용을 참고로 주고 생성형 인공지능 툴을 통해 만든 이미지. /제미나이
어둠 속 횡단보도, 킥보드 타던 5살 아이의 시간이 멈췄다. 운전자는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이라는 12대 중과실 혐의로 법의 심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유아용 킥보드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다섯 살 아이의 생명이 승합차 바퀴 아래서 스러졌다. 운전자의 '미처 보지 못했다'는 항변은 법의 엄중한 잣대 앞에서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는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12대 중과실'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못 봤다'는 말로 끝날 수 없는 이유
사건은 지난 12일 오후 8시 40분쯤 부산 사하구 다대동의 한 도로에서 발생했다. 70대 남성 A씨가 몰던 승합차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5세 B군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B군은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경찰 조사에서 운전자 A씨는 음주 상태는 아니었으며 "아이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법적으로 횡단보도는 운전자의 절대적인 주의 의무가 요구되는 공간이다. 도로교통법은 모든 차의 운전자에게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가 있을 때 일시정지할 의무를 부과한다. 이를 위반해 사고를 내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12대 중과실' 중 하나인 '횡단보도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이 적용된다.
합의해도 처벌... '12대 중과실'의 무게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은 운전자가 종합보험에 가입했거나 피해자와 합의하면 형사처벌을 면제해주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음주운전, 무면허, 그리고 이번 사건과 같은 횡단보도 사고 등 12가지 중대 법규 위반(12대 중과실)은 예외다. 이 경우 피해자와의 합의나 보험 가입 여부와 무관하게 운전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법원은 통상 횡단보도 사망사고의 경우 운전자의 과실을 매우 무겁게 판단한다. 야간이라 시야 확보가 어려웠다는 점이 일부 참작될 수는 있으나, 횡단보도 앞에서 속도를 줄이고 주변을 살피지 않은 과실은 피하기 어렵다.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민식이법' 아니어도, 횡단보도는 절대 보호 구역
이번 사고 현장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이 아니어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상, 이른바 '민식이법'이 직접 적용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법의 취지는 같다. 어린이와 같은 교통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운전자에게 더 높은 수준의 주의 의무를 요구한다는 사회적 합의다.
결국 비극을 막는 열쇠는 운전자의 운전 습관에 있다. 횡단보도 신호등이 없거나 어두운 밤길일수록 운전자는 '언제든 보행자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고 서행해야 한다. 한순간의 방심이 한 아이의 생명과 한 가족의 모든 것을 앗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모든 운전자가 다시 한번 가슴에 새겨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