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으로 '현역복무 부적합' 전역, 의사 꿈 접어야 하나?
우울증으로 '현역복무 부적합' 전역, 의사 꿈 접어야 하나?
현역복무 부적합 심사 앞둔 장병의 눈물…의료법 8조와 '병적증명서'의 진실

정신질환 병력으로 군 복무 부적합 판정을 A씨의 의사 면허 취득이 가능한지를 두고 법조계 의견이 엇갈린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법조계 갑론을박, '정신질환 병력'은 의사 면허의 족쇄가 될까?
"우울증으로 군대에서 나왔는데, 의사 면허를 딸 수 없나요?" 군 복무 중 우울증 진단을 받고 현역복무 부적합(현부심) 심사를 기다리는 A장병의 절박한 질문이다.
그의 물음은 단순히 개인의 고민을 넘어, 우리 사회가 정신질환 병력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 낙인이 한 청년의 미래에 어떤 족쇄를 채우는지 정면으로 묻고 있다.
"법적 결격사유 아냐" vs "사실상 불이익"…엇갈린 법조계
A장병의 고민에 법조계 의견은 둘로 나뉜다. 일부는 냉혹한 현실론을 편다. 법무법인 건영의 김수민 변호사는 "현역 복무가 어려울 정도면 의사 면허는 포기하시는 게 나을 것"이라며, 고도의 책임감이 요구되는 직업적 특수성을 고려할 때 면허 발급이 거부될 수 있다고 봤다.
반면, 법률상 문제가 없다는 희망론도 만만치 않다. 핵심 근거는 의료법 제8조다. 해당 조항은 '정신질환자' 또는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 중독자'를 의료인이 될 수 없는 결격사유로 명시한다.
하지만 법조계는 이 조항이 모든 정신질환 병력자를 일괄적으로 배제하는 의미는 아니라고 해석한다. 법률사무소 조이의 윤관열 변호사는 "단순히 우울증을 진단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면허가 제한된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의사 업무를 수행하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건강 상태가 회복되었음이 증명된다면 면허 취득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과거의 병력이 아닌, 현재의 건강 상태가 판단 기준이라는 의미다.
보이지 않는 족쇄, '병적증명서'의 그늘
그렇다면 '사실상의 불이익'이 존재한다는 우려는 어디서 비롯될까? 바로 '병적증명서' 때문이다. 현부심으로 전역할 경우, 병적증명서에 '정신과 질환' 등의 사유가 기재될 수 있다. 이는 법적인 전과 기록은 아니지만, 보이지 않는 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법무법인 중산의 김영오 변호사는 "취업이나 면허 취득 과정에서 (기관이) 병적증명서 제출을 요구할 경우, 사실상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도의 윤리성과 안정성이 요구되는 의료계의 특성상, 채용 기관이나 면허 발급 기관이 해당 기록을 근거로 부정적인 선입견을 가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법의 문턱은 넘을 수 있어도, 사회적 편견이라는 또 다른 산이 남아있는 셈이다.
'꾀병' 아니면 처벌 없다…병역면탈의 핵심은 '고의성'
A장병의 또 다른 고민은 '병역면탈'의 굴레다. 그는 "전역 후 치료를 받지 않으면 병역면탈로 처벌받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변호사들은 병역을 기피할 '고의성'이 없다면 문제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병역면탈죄는 병역 의무를 피하기 위해 신체를 손상하거나 속임수를 쓰는 행위(사술)를 처벌하는 범죄다.
결국 모든 판단의 기준은 진단의 진실성과 '고의성' 여부다. 정당한 의학적 소견에 따라 현부심으로 전역했다면, 이후 치료를 받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처벌받지는 않다. 다만 현부심 과정에서 병을 꾸며낸 사실이 발각될 경우엔 군형법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A장병과 같은 고민에 빠져있다면, 중요한 것은 숨기거나 회피하는 것이 아니다. 정당한 절차에 따라 진단받고, 전역 후에도 꾸준히 치료받으며 건강을 회복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야말로 편견을 이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A장병의 눈물은 우리 사회가 질병의 낙인을 넘어 한 인간의 재기를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에 대한 무거운 숙제를 던지고 있다.
